오리지널 3부작
일단 옛날 영화 보기 힘들어하고(80년대 중반부터 소화 가능. 아니면 아예 흑백이거나) <스타워즈>의 방대한 세계관이 부담스러워서 미루고 또 미룬 게 몇 년째…. 그 사이에 디즈니에 인수된 루카스필름은 <깨어난 포스>를 만들면서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이야기를 정리해서 다시 세팅했고, 다시 한번 입문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연히! 그 기회를 제대로 걷어찬 난 나중에 VOD로 <깨어난 포스>를 보며 후회했더랬다. 이번에는 다시 후회하지 않으리라! 수요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로 뽕을 맞았고, 숙원사업이었던 오리지널 3부작 독파를 완료했다. 힘들었어 ㅠㅠ
이번에는 정말, 정말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그 시대 화면 질감이나 카메라 워킹, 그리고 살짝 크리피하게 느껴지는 우주선 내 디자인(우주선 벽 색깔이 하얀 게 너무 무서움) 같은 요소들을 보지 않으려 했다. 다행히 <로그 원>을 안 봤으면 몰랐을 것들이 곳곳에서 보여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솜털이 보송한 미소년 루크와 강단 있는 레이아, 그리고 정말 끝내주게 잘생기고 잘생긴 만큼 뻔뻔한 한 솔로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한 솔로, 한 솔로를 외치는 이유도 이제 알 것 같다. 해리슨 할배…. 젊을 때 이런 캐릭터를 몇 개나 적립해 놓고도 지금까지 한 캐릭터에 인생을 저당 잡히지 않은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와 별개로 <새로운 희망>은 오리지널 3부작 중 제일 재미없었다. 몇 번이고 멈췄다 다시 시작했고, 어서 뛰어넘고 싶은 걸 참으면서 봤다. 먼치킨 캐릭터 루크 스카이워커가 반란군의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은 흥미롭긴 했지만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또 다스 베이더가 누구인지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자세하게 파면 알 만한 내용들(<로그 원>에 등장한 레드 편대, 골드 편대 등)은 일단 나중에 다시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그중 가장 정보가 적었던 레이아 공주와 한 솔로의 티격태격에 눈길이 가장 먼저 갔다.
세기의 명대사를 낳은 스타워즈 최고의 명작. 77년도 영화를 넘겼으니 80년도 영화는 좀 더 쉽게 보겠지 싶었다. 물론 <새로운 희망>보다 손쉽게, 좀 더 재미있게 본 건 사실인데, 단순히 몇 년이 지나서 만들었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아, 조지 루카스...) 급박하다는 느낌이 없고, 전체적으로 톤다운 되고 드라마가 있는 편이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요다가 등장한다. 일단 456 순서대로 보라고 해서 앞에 뭘 봤는지는 다 잊은 채 요다를 봤는데….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만큼 멋있는 캐릭터인지 단번에 와 닿지는 않는다. 독특한 말투 정도? 그랜드 마스터이고, 다스 베이더로 이어지는 사제관계의 시작이 요다라고 하는데, 지금까지의 감상은 꼬장꼬장한 할배...(흡) 요다는 현명한 제다이답게 미래를 예견하고 루크가 다스 베이더와 만나지 않게 하려 했다. 하지만 스승님 말을 들으면 그건 스카이워커가 아니고요. 그리고 희대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루크, 내가 니 아버지다." 가 아니라 "아니, 내가 니 아버지다." 가 맞다.
어쨌든 루크는 한쪽 팔을 잃었고(비정한 아버님) 다스 베이더의 손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반면 한은 친구(?) 랜도의 배신으로 탄소 냉동이 된 채 현상금사냥꾼 보바 펫에게 넘겨진다. 보바 펫은 여기 처음 등장하고, 이후 6편에 자바 더 헛과 다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왜?? 대체 왜??? 아무튼, 원전보다 원전 해설서가 백배는 더 두껍겠구나! 짐작하며, 다음 편으로 넘어갔다.
<제다이의 귀황>은 타투인의 지배자 자바 더 헛에게서 한 솔로를 구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의 황금 비키니, 노예 레아가 나온다. 아직도 조지 루카스가 왜 레아에게 그런 옷을 입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주지육림을 이뤄놓고 사는 자바 더 헛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 & 반란군을 이끄는 공주에게 수치심을 주고 싶어서라는 분석이 있지만 어떤 것도 만족스러운 답이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레아가 그 옷을 입었다는 것을 한이나 루크 같은 주위 남성뿐 아니라 츄바카나 드로이드들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그녀의 복장에 대해 기분 나쁜 코멘트나 눈길을 보내는 장면이 없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그랬으면 더 기분 나빴을 거다.
한편 제 2의 데스 스타를 건설하는 제국군. 역시 큰 무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그들은 아마도 똑같은 도면으로 데스 스타를 건설하고 있었을 것이다. (갤런 어소를 의심했다고 해도, 그 내용을 아는 타린 제독과 크레닉 국장 모두 없으니까) 전투기와 함정에 탄 반란군을 궁지에 몰아넣고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으면서 지상의 반군들은 디스트로이어스와 미완의 데스 스타로 쓸어버리려 한…. 잠깐만 이거 꽤 익숙한 시나리오인데? 나 이거 본 것 같아. 수요일에 극장에서….
다스 베이더가 파놓은 함정으로 앤도 행성에서 제국군과 반군이 맞붙고, 루크는 희생을 막기 위해 다스 베이더, 그리고 황제와 직접 대면한다. 루크를 탐낸 황제는 루크를 다크사이드에 끌어들이려 하지만, 루크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또한 루크의 바람대로 그의 안에 빛을 품고 있었다. (아버님!) 결국 다스 베이더는 다시 아나킨이 되어 아들의 목숨을 구하고 숨을 거둔다. 잔인하고 무시무시했던 악역이었는데, 모두가 다스베이더에 열광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 장면 다시 보고 나니까 <깨어난 포스>의 카일로 렌이 얼마나 미숙한 카피캣인지 느낌이 제대로 온다. 카일로 렌에 대한 분노는 <깨어난 포스> 리뷰에서….)
한 번 보고 수많은 것을 다 이해하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고, 내용만 파악하는 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 앞으로 이 세계관에 대해서 더 익숙해지고, 사람들이 왜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알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오리지널 3부작을 다 봤으니, 이제 프리퀄 3부작과 <깨어난 포스>가 남았다. 오래 전에 듬성듬성 보긴 했지만 기억이 안 나는 에피소드 1, 2와 프리퀄 3부작 중에서는 제일 괜찮다는데 정작 난 안 봤던 <시스의 복수>를 봐야 한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를 다시 볼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 힘들진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