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달 Dec 27. 2019

아이리시맨

낭만과 향수 따윈 다 빼버린 갱스터 연대기

(작성: 2019.11.25)


스코세이지 옹이 과감한 말을 마구 지른 이유가 있었다.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고, 주제를 강조하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과감한 시도. 영알못도 이 영화가 대단한 걸 알 거다. 세 시간 반을 안 지루하게 만드는 건 엄청난 능력이다.

살면서 이렇게 멋없는 갱스터 누아르는 처음 본다.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범죄를 미화하거나 과거를 낭만적으로 보는 태도도 없다. 마피아의 히트맨은 알고 보면 너무나 초라하다. 총도 조그마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프랭크 시런은 그 사이에서 더 초라하다. 이 영화에서 그가 자기 삶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갱스터 누아르와 비슷한 건 그들의 손에 끼운 반지 정도겠지.

세 시간 반은 집에서 보는 게 더 힘들다. 그러니 얼른 극장으로 달려가자. 일흔을 넘기신 감독님이 스스로 펼친 “갱스터 누아르 영화” 세계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끝은 정말 안 멋지다. 아무리 불꽃같은 삶을 살아도 시간은 거스르거나 멈출 수 없고, 힘은 언젠가 내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법이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7355

매거진의 이전글 2019 하반기 영화, 드라마 베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