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정방

'25 8월 신작 중국 숏드라마 짧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9.22)


여기서 숏드라마, 숏드란 에피소드 러닝타임 15~20분, 총 회차수 30화 이하 규모의 드라마를 뜻한다. 요즘 중국 드라마 시장은 퀄리티 조악한데 내용은 한정적인 로맨스 고장극 40부작 만드드니 차라리 검열에서 다소 자유로워서 자극적인 숏드 24부작을 만드는 듯하다. 연기도 과장되고 내용도 뻔하고 몰입하긴 어려워서 즐겨 보진 않는데, 요즘은 퀄리티가 좀 괜찮아져서 볼만한 작품들이 가끔 보인다. 오늘은 그중 하차 안 하고 본 드라마를 소개한다.


만정방

고장극, 로맨스, 정치 | 호련형, 번치흔 등 | 16부작 | 빌리빌리, 아이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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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장군 가문의 딸 소낙우는 어린 시절부터 기왕 은장염과 깊은 우정을 쌓아왔다. 그러나 은장염은 황제의 퇴위를 강요하고 시해해 황위를 차지한 뒤 자신의 세력을 굳히기 위해 그녀를 현비로 봉한다. 소낙우는 현비로 임명된 후에도 선제의 유지를 받들어 대창국의 "성별을 떠나 모든 인재를 포용한다"라는 정치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퇴위와 시해의 진상을 알게 되는데... - 아이치이 <만정방> 시놉시스


중국의 유튜브라고 할 수 있는 빌리빌리(Bilibili)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회당 20~25분,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숏폼이긴 하지만 제작 규모를 고려하면 미드폼(Mid-form)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빌리빌리가 <고상사곡>의 성공으로 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는지, 올해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고장극 네 편을 선보였다. <만정방>은 그중 궁중을 배경으로 한 암투와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호요소홍랑 월홍편>의 호련형과 '숏드계 남신' 번치흔이 주연을 맡았다.

이 나라는 황족 은씨와 진씨, 왕씨, 해씨, 소씨 네 개의 세가 가문이 연합하여 지배해왔다. 황제의 아들 은장겸이 어머니를 죽이고 경쟁자들을 제거한 후 황위를 차지하면서 진, 왕, 해씨 가문은 새 황제를 세운 공을 인정받지만, 병권을 쥔 소씨 가문은 이에 동참하지 않아 다른 가문들의 견제를 받는다.

주인공 소낙우는 소씨 가문의 적녀로 어릴 때부터 선제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선제가 시해되지 않았다면 별 탈 없이 은장겸과 혼인했을 것이다. 함께 자란 소꿉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어머니를 해치고 황위에 오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소낙우는, 또 다른 소꿉친구 은종과 도망치는 대신 은장겸 곁에 남는다. 다른 가문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후궁이 된 소낙우는 은장겸의 묵인과 도움 아래 위기에 빠진 소씨 가문을 구하고 세가의 횡포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동분서주한다.

드라마는 러닝타임이 길지 않고 회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 중심'이라는 목적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소낙우의 활약이 메인이어야 하니 후궁의 신분임에도 궁 밖에 자주 나가며 온갖 사건에 휘말린다. 드라마의 배경 자체가 여성 인권이 높은 편이고, 특히 소낙우는 황제인 은장겸의 지원을 받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후궁이 팔방으로 활약하는 사이 황제는 뭘 하느냐고? 은장겸은 소낙우가 가져온 정보들로 그의 황권을 노리는 세가들과 정략적으로 맞선다.

즉, 사건이 터지고, 소낙우가 말려들고, 은장겸의 도움으로 소낙우가 진실을 밝히면, 은장겸은 이를 이용해 세가를 하나씩 처단한다. 드라마는 이러한 패턴의 반복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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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가와 대립하는 정치 파트보다 소낙우와 은장겸의 관계와 감정 변화가 더 좋았다. 은장겸은 어머니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하는, 전혀 그답지 않은 선택을 했다. 소낙우는 은장겸과 함께 자랐고 그를 잘 알기 때문에 은장겸의 배신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날의 진실을 정확하게 알고자 한다. 세가 세력을 처단해나가며 그들 사이에 대화가 오가고, 소낙우는 선황이 왜 시해되었고 은장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오해가 풀리고 믿음이 회복되면서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 전체 이야기보다 이 부분이 더 매력적이었다.

<만정방>은 황제와 후궁이 힘을 합쳐 정치적 대립을 타파하고 태평성세를 이뤄가는 드라마다. 이 정도로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요즘에 흔하지 않아서, 오히려 러닝타임과 예산이 허락하는 롱폼 드라마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좋았다. 호련형과 번치흔 모두 젊고 경력이 길지 않지만 이 정도 무게감 있는 드라마를 잘 이끌어갔다. 다른 드라마라면 '서브 남주'일 은종 역을 여성 배우가 맡았고, 소낙우에 대한 은종의 감정이 친구 이상이라는 뉘앙스가 살짝 드러나는 것도 흥미로웠다.

<만정방>은 아이치이에서 최초 서비스했고, 최근 티빙, 웨이브 등에 업데이트되었다. 결말을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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