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수가

'25 10월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10.07)


일소수가 (一笑随歌, Fated Hearts)

고장극, 로맨스 | 이심, 진철원, 하몽, 진학일, 좌엽, 진천우 등 | 38부작 | 아이치이

G2BF7CCWcAAA--b.jpeg?type=w3840
평릉 전투에서 금구국이 패배할 위기에 몰리자, 붉은 옷의 여사수, 부일소(이심)가 단 한 발로 숙사의 황자인 봉수가(진철원)를 명중시키며 전세를 뒤집는다. 하지만 부일소는 전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에서 떨어져 기억을 잃는다. 의술로 명성이 높은 정념산장 능씨 집안이 그녀를 구조하고, 그곳에서 우연히 원수인 봉수가와 다시 마주친다. 예전과 달리 약해진 부일소의 모습에, 봉수가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이 평릉 전투에서 자신이 겪은 일과 관련이 있음을 느낀다. 그는 부일소를 이용해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 하고, 부일소는 자신을 노리는 추격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봉수가를 이용하려고 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하고, 쉴 새 없이 상황이 변하는 옥경성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함께 싸우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 아이치이 <일소수가> 시놉시스


국경을 맞대고 대립했던 두 나라의 장군과 황자가 자신들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면서 사랑에 빠지고 백성의 안녕을 도모한다는 내용의 고장극. <장가행>, <향밀침침신여상>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은 주예빈 감독의 신작으로, <경여년>부터 <추풍자>까지 고장극과 시대극에서 연기력과 매력을 뽐내온 이심이 금수국이 자랑하는 붉은 옷의 여장군 부일소, <투투장부주>로 국제적 인기를 구축한 진철원이 무력과 지략, 오만함까지 겸비한 숙사국 1황자 봉수가 역을 맡았다. 원작 제목은 [일소]다. 소설은 여주인공인 일소의 사랑과 배신, 새로운 사랑 찾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일소수가>는 부일소의 남자 중 하나인 봉수가의 비중을 키워서 무력, 지략은 물론 성격마저 만만치 않은 두 남녀의 전쟁 같은 사랑을 그린다. (원작의 일소는 남자 때문에 개고생 많이 하면서도 미련을 못 버린다고 한다. 그럼 제 취향 아닐 것 같고요.)


IMG_6366.JPG?type=w3840


처음부터 원수인 걸 알고 만난 두 사람은 당장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죽이지는 못하고 으르렁거리기만 한다. 숙사국에서 두려운 이 하나 없는, 심지어 아버지 황제에게까지 아무렇지 않게 대드는 수가는 황후 집안인 장씨의 견제를 경계하면서 평릉 전투의 대패로 이득을 얻으려는 자를 찾고자 한다. 마침 금수국에서 일소가 내쳐진 타이밍이 공교롭다. 일소의 잊혀진 기억 어딘가에 둘을 모두 노린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한 수가는 일소를 짐짝처럼(ㅋㅋ) 실어 숙사국에 데려와 황자부에 연금한다. 일소가 정식 포로는 아니지만 어떤 신분이라고 설명하기도 참 애매한 상황. 수가는 일소를 전쟁터에서 얻은 첩이라고 소개한다.



IMG_6363.JPG?type=w3840


일소가 수가의 보호(?) 아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동안 금수와 숙사의 관계는 변화를 맞는다. 금수국이 제안한 화친혼을 숙사국이 승낙하며, 금수국의 전신이라 불리는 진남왕 하정석(진학일)과 봉수가의 여동생인 공주 희양(하몽)과의 혼인이 성사된다. 수가는 한때 자신의 목을 노렸던 적이 여동생의 남편이 되는 게 못마땅하지만, 양국 황제가 뜻을 꺾지 않는 데다가 희양이 오래전 스치듯 만났던 정석을 사모한다고 고백하면서 수가는 혼인을 반대할 수 없다. 정석은 일소의 상관이자 연인이었고, 아직 일소를 못 잊고 있지만 양국의 평화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정략혼을 받아들인다. 정석이 희양을 만나기 위해 숙사국 수도 옥경에 오면서 그들이 사자 대면을 하는데, 기억과 함께 감정도 잊어버린 일소는 정석의 등장에 혼란을 느낄 뿐이다. 과연 이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IMG_6364.JPG?type=w3840
cacheVideoLocation_5217821139861556-ezgif.com-resize.gif?type=w3840


지금까지의 혐관은 혐관도 아니었다. 둘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고문하고, 짐짝처럼 취급하고, 감금하고... 암튼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서로를 괴롭힌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채찍질하는 드라마 봤숴요? 그런데 얘네가 사랑을 한다고? 놀랍게도 <일소수가>는 10월 6일 방영한 12화 안에 '이게 되나?'에서 '이게 되네!'로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일소가 사고를 당하고 누군가에게 쫓긴 이유를 밝히는데 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전말이 다 드러났다. 감정 묘사에 충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일소가 진실을 좇으면서 느낀 배신감과 깊은 절망도, 그런 일소를 지켜주는 수가가 느끼는 연민과 동정도 잘 담았다. 살인귀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수가가 잔인하고 냉정한 이유, 수가를 둘러싼 복잡한 숙사국의 정세, 수가와 아버지 황제가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유, 수가를 끌어내리려는 황후 집안과의 대립, 그 가운데에서도 핏줄인 동생들과 자신의 사람은 잘 챙기는 수가의 츤츤함까지 잘 드러냈다.


<일소수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액션이다. 설계도 나쁘지 않은데 부족한 점이 있어도 촬영과 편집으로 모두 커버한다. 줌과 앵글 변화를 많이 쓰는 주예빈 특유의 '가만히 있지 않는 화면'은 어떤 곳에선 매우 촌스러우나 액션 장면에서는 아니다. 빠르고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이심과 진철원 모두 검과 활을 이용한 고장극 액션 연기를 잘 소화한다.


008Ekie3ly1i5xe0bd72jj33uw2654qt.jpg?type=w3840
008Ekie3ly1i5xe33ohl9j33uw265x6s.jpg?type=w3840


배우들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 이심은 오랜만에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난 듯하다. 인물도 배우 맞춤인데 감정 연기가 탁월하고 (성우 더빙인데도 배우의 기세가 그걸 뚫고 나온다), 검이든 활이든 무기를 활용한 날렵하지만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며 '여장군 부일소'를 완성한다. 최근 여자 주인공이 장군인 작품들이 몇 개 나왔는데, 이심의 일소는 밑바닥부터 고생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무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봉수가는 무력이 출중하고, 성격도 거침없고, 똑똑한 데다가 집요하고 지독하다. 말솜씨는 모두를 압도할 만큼 유려하고, 틀을 벗어난 사고로 판을 뒤집을 만큼 대담하다. 진철원은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몸에 힘을 준 자세로 대황자의 인상을 만들고,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표정과 시선으로 수가의 성격을 제대로 드러낸다. <일소수가>에서 처음으로 원음 더빙을 했는데, 목소리도 듣기 편하고 발음도 명확하며 이 드라마와 '봉수가'라는 캐릭터와 찰떡궁합인 음성 연기를 보여준다.


10월 6일 방영한 12화까지, 일소는 자신이 죽을 뻔한 모든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 결정을 한다. 수가는 가까운 자들에게 배신당한 일소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낀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났던 두 사람은 이미 원수 관계를 청산했고,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조금은 드러낼 줄 아는 친구 관계가 되었다. 조국에서 믿을 사람 하나 없었던 외로운 두 영혼이 같은 아픔을 지닌 것을 알아보는 관계가 되다니. '적에서 연인으로' 가는 이 길이 너무 빠른데 굉장히 그럴듯해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기대된다. (봉수가는 이미 넘어갔어. 자진해서 일소 손바닥 위에 올라갔음 ㅎㅎ) 얘네 둘은 연애하고 결혼해도 정말 맹렬하게 사랑할 것 같단 말이지.


<일소수가>는 현재 아이치이에서 시청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방영 일정표상 10월 23일 최종화가 방영된다. 한국 방영권은 채널차이나에서 확보했다. 12월 24일 공개 예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