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월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최초작성 2025.10.17)
선협, 로맨스 | 후명호, 노욱효, 여승은, 학남, 전이륜 등 | 36부작 | 유쿠
합허육경에서 매년 열리는 '청운대회'에서 죄수 출신의 극성연 투사 기백재가 7년 연속 최강을 지켜오던 냉혹한 전신 명헌을 꺾고 하룻밤 사이에 극성연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른다. 명헌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무희 '명의'가 되어 기백재에게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불꽃 튀는 대결과 사랑을 이루며 공정과 정의를 지키고 마침내 감동적인 사랑을 얻는다. - 유쿠 <입청운> 시놉시스
선계 최고의 투사가 7년 만에 패배한 후 신분을 속이고 대결 상대에게 접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선협. <대몽귀리> 후명호가 죄수 출신으로 합허육경의 새로운 스타가 된 '기백재'를, <운지우> 노욱효가 한때 최고의 전신으로 추앙받았으나 기백재에게 패한 후 무희가 되어 그에게 접근한 '명의'를 연기한다. <성한찬란> 여승은, <고상사곡> 전이륜 등도 출연한다. 백로성쌍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으며, <고상사곡> <장공주재상> 등의 숏드를 연출한 지죽 감독의 롱폼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다.
'냉혹한 전신이 무희가 되어 대결 상대에게 접근한다.'라는 한 줄 설명에는 생략된 정보가 많다. 일단 명의는 여인이다. 지금까지는 술법으로 남자로 보이게끔 살아왔는데, 그가 기백재에게 패한 후 자신을 노리는 시도가 많아지자 이를 피하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명의는 기백재에게 최후의 일격을 받기 전 중독되어 영력을 잃었다. 그가 무희가 되어 기백재에게 접근한 것도 해독약인 '황량몽'이 기백재에게 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근데 여기저기서 황량몽을 노리고 있고 기백재도 이를 상대하느라 피곤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기백재가 비록 겉으로는 여색에 미쳐 있는 난봉꾼 같아도 사실 사람을 전혀 믿지 않고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도.
<입청운>은 처음엔 서로 속고 속이는 혐관에서 진짜 사랑이 되기 위한 두 사람의 밀당 게임으로 봤지만, 알고 보니 합허육경 중 극성연의 지배권을 잡기 위한 두 세력의 다툼, 금지된 힘으로 합허육경을 지배하려 하는 배후 세력의 존재와 이를 저지하려는 노력까지 더해진, 꽤 복잡한 드라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라...?' 하면서 정자세로 보게 된다. 각 인물들의 머리 속에서 다음 수를 분석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 이만큼 똑똑하지 않으면 바로 이용당하거나 숙청당할 거란 생각에 오싹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을 주인공들은 어떻게 헤쳐나갈까? 게다가 처음부터 서로를 믿지 않고 이용하려 했다면?
<입청운>이 풀어가는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살기 위해서 타인의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 명의와 사람을 믿지 않는 기백재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기백재는 명의가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하는 걸 알았지만, 자신을 위해 누군가와 맞서거나 심지어 다치기도 하는 명의를 보면서 그에게 마음을 연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남을 절대 믿지 않았던 기백재가 마음을 연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다. 반면 명의는 살기 위해서 기백재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에 처음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전략적 선택'에 기백재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자신에게 진심을 전하려 했다는 것을 알면서, 명의도 조금씩 기백재가 자신의 수단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의 마음이 시작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파열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입청운>은 사건이 계속 터지고 두 사람에게 위기가 끊임없이 닥치는 와중에,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경험이 부족한 자존감 낮은 두 사람이 '나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속도가 달라서 어긋나고 있는 마음을 붙잡아 하나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처음 볼 땐 이야기가 몰아치느라 따라가기 급하지만, 다시 보면 스쳐지나갔던 기백재와 명의의 표정, 말, 순간들이 눈에 보이면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일소수가>가 롱폼 감독의 작품인데도 숏드의 전개와 스타일을 적극 차용한 데 반해, <입청운>은 숏드로 입지를 다진 감독의 작품임에도 숏드의 느낌이 거의 없다. 사건과 이야기 흐름, 감정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롱폼의 형태와 전개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필요한 시점에서 인물들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에, 주인공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현재 감정 상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숏드는 아주 중요한 부분 아닌 이상 감정 표현을 음미할 만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따라가기 바빠.)
배우들 이야기 잠깐. 후명호는 확실히 <대몽귀리>를 기점으로 연기가 한 단계 도약한 듯하다. <입청운>에서도 기백재의 다층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겉보기엔 난봉꾼이지만 누구도 곁에 두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냉정하게 이용하지만 끝까지 냉정하진 못한다. 명의의 속셈을 잘 알지만 결국 먼저 사랑에 빠진다. 본질적으로 선량하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상처 때문에 본성을 숨겨야 하는 인물의 고충을 연기로 완벽하게 설득한다. 노욱효 또한 명의의 다채로운 감정 스펙트럼을 차분하게 소화한다. 언제나 도구에 머물렀기에 자존감은 낮았던 명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어른의 감정을 배우고 성장한다. 꽤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이번만큼 감정이 복잡한 캐릭터는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 매우 잘 해주고 있다.
다른 배우들도 인상적인데, 여승은도 서브남주 사도령/조원의 짠내 나는 서사를 잘 풀어주고 있다. 앞으로 몸고생 마음고생 길 더 남았기 때문에 제발 흑화만 하지 말라 빌고 있다. 천기 공주(학남)와 언소(전이륜)의 서브 커플 서사도 흥미롭다. 아버지와 극성연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공주와 빌런의 심복이 되어 나쁜 짓을 일삼는 의원이 알고 보니 소꿉친구이자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 집 망사는 이쪽이 담당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흥미롭게 전개될 것 같아서 지켜보려 한다.
<입청운>은 유쿠에서 볼 수 있다. 한글 자막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편. 한국 방영권은 채널차이나가 확보했다. 더 세련되고 깔끔한 자막을 원한다면 채차 버전을 추천한다. 방영 일정은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