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수가 - 두 번째 감상

'25 10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11.02)


<일소수가>가 10월 23일 마지막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나는 물론 아이치이 프리미엄 회원이기 때문에(ㅋㅋ) 일주일 전에 이미 결말을 확인했다. 대놓고 서로에게 주먹질하던 애들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소개와 초반부 감상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87


스포일러 내용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아마 가장 궁금할 내용들

얘네 둘이 진짜 돼요? YES, 개큰 YES!

해피엔딩인가요? YES


IMG%EF%BC%BF6502.JPG?type=w3840
IMG%EF%BC%BF6506.JPG?type=w3840


적국의 여장군과 황자, 일소와 수가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일소수가>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캐릭터와 관계를 설정한다. 허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빠르게 전개된다. 속도감도 대단하지만, 곳곳에 반전까지 있어 '이번엔 다들 아는 트롭들을 얼마나 비틀까' 기대하게 만든다.

일소와 수가의 사랑은 성격과 가치관, 처한 상황까지 닮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연민과 동정심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그들의 만남은 누군가의 배신으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

IMG%EF%BC%BF6515.JPG?type=w3840


부일소는 봉수가의 지원 아래 자신에게 화살을 쏜 자의 정체를 추적한다. 절벽 위에서 일소를 해친 이는 다름 아닌 그의 상관이자 연인, 하정석이었다. 일소가 평릉성 전투의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소의 의형제 소미연은 자객을 보내 확실한 입막음을 꾀한다. 믿었던 두 사람에게 배신당한 일소는 하정석에 대한 충성, 소미연에게 품은 우정, 금수국 3대 영웅이라는 명성까지 모두 내려놓는다. 진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 일소 곁에서 수가는 그를 보살피고, 위로하며, 자신이 일소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었음을 인정한다.

일소의 끈질긴 추적으로 수가가 찾던 배신자의 정체도 드러난다. 그를 노린 음모는 훨씬 더 정교했다. 만약 수가가 일소의 화살에 맞지 않고 평릉성을 점령했다면, 그는 기습을 당했을 것이고, 무고한 백성들을 희생시킨 잔인한 장군이란 오명을 썼을 터였다. 이 모든 음모의 배후, 하정석과 손을 잡고 수가를 위기에 몰아넣은 이는 수가의 오랜 친구 모용요였다. 모용요는 아버지 모용중이 군공을 인정받지 못한 채 불편한 몸으로 변방을 지키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수가의 정적인 장 승상과 손잡고 수가를 위기에 빠뜨린다. 가족처럼 여겼던 친구의 배신 앞에서 수가는 절망하고, 일소는 그를 알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IMG%EF%BC%BF6512.JPG?type=w3840


결국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에게 배신당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닮아 있었다. 주위에 믿을 이는 없지만 세상의 짐을 홀로 짊어져야 하는 처지 역시 같았다. 그 속에서 일소는 시원하게 웃으며 살아남을 길을 찾고, 수가는 끝내 소중한 이들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옳은 것을 좇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놀랍게도 이 모든 과정이 드라마 안에 다 담겨 있다. 폭풍 같은 전개 속에서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인물과 시청자 모두가 납득할 만큼 설득력 있다. 그래서 삶을 송두리째 흔들 진실이 드러나도,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이 이어져도, 일소와 수가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

IMG%EF%BC%BF6511.JPG?type=w3840


<일소수가> 후반부는 여전히 끊임없는 위기에 대응하는 수가와 사랑하는 수가를 지키기 위한 일소의 활약이 주를 이룬다. 수가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드러나고 수가는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모용요 부자의 배신으로 진짜 죽을 위기에 몰린다. 일소는 맨손으로 땅을 파 수가를 구하고 그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일소의 결단, 의지, 정성으로 수가는 다친 몸과 마음을 모두 회복한다. 그리고 배신자를 처단하고 위기에 빠진 동생 희양을 구한다.

일소와 수가의 사랑이 공고해지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드라마 후반부의 도파민 전개는 하정석과 금수국으로 도망친 봉희양, 그리고 하씨 형제의 삼각 관계가 책임진다. 결혼만 하면 정석에게 사랑받을 거라 확신했던 희양은 정석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거란 걸 인정한다. 하지만 희양이 정석과 혼인 관계를 끝낸 이유는 그에게 아내로서, 가족으로서도 인정받지 못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IMG%EF%BC%BF6518.JPG?type=w3840


아버지인 숙사국 황제가 죽고 수가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희양은 살아남기 위해 정석의 동생이자 금수국 황제인 하정염에게 몸을 던진다. 망나니 폭군인 정염은 자신의 권세 앞에서 벌벌 떨던 다른 여인들과 달리 어떤 상황에서도 공주의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을 매섭게 몰아붙이는 희양에게 매력을 느낀다. 정석은 희양에게 애정은 없지만 아주 약간의 동정심은 품고 있었다. 그런데 정염의 옆에 붙인 첩자를 희양이 찾아내 죽이는 걸 보면서 희양이 결국 적이 되었음을 인정한다.

정석과 희양의 대립을 지켜보던 정염의 감정은? 놀랍게도 정염은 희양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어머니 태후에게 실권을 빼았기고, 능력있는 형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무능한 황제로만 살아왔던 정염은 희양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기쁨'을 느낀다. 자신의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었던 망나니 폭군에게 처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생기자, 그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다. 드라마에서 정염의 분량은 굉장히 적고 후반부에 몰려 있지만,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감정 변화를 설득해 망나니 폭군을 동정하게 만든다.

IMG%EF%BC%BF6519.JPG?type=w3840


<일소수가>는 내가 1.25배속으로 보고 있나 착각할 만큼 화면의 움직임, 사건의 전개, 이야기 전환이 굉장히 빠르다. 게다가 매 장면을 화려하게 찍거나 힘을 많이 주는 감독 특유의 연출 때문에 전체적으로 "과하다." 빠른 데다가 보이는 모든 게 넘치는 드라마를 이끄는 건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다. 물론 연기도 다른 드라마보다 훨씬 과하지만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다른 것들도 커버한다. 전체적으로 성우 더빙을 많이 썼음에도 배우들의 액션과 표정은 좋았다. 배우 몇몇은 본인이 직접 더빙을 했는데, 그중 진철원(봉수가 역)과 진천우(하정염 역)은 전작을 찾아보게 할 만큼 좋은 인상을 남겼다.

빠르고 과한 스타일은 액션신에서 빛을 발한다. 화면이 심심할 틈 없이 전환되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액션 시퀀스를 좋아하는 내 취향엔 잘 맞았다. 카메라워크에 기대지 않는 날것의 액션?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화려하지만 진중함은 없는 왕자부나 황궁의 세트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를 담아낸 화려하고 밝은 화면과 그에 못지않게 화려한 의상과 분장은 종종 시선을 빼앗았다. 음악은 주예빈 드라마답게 가창 트랙이든 스코어든 다 좋았지만, 쉴 새 없이 나오는 바람에 때로는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았다.

이 모든 걸 조율해 작품을 만드는 게 연출이다. 주예빈의 연출 스타일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 명확한데 그게 감독의 일관된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는 사람 입장에선 뭐라고 하기가 참 애매하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진행에 거침이 없고, 본인의 방식대로 캐릭터성을 잘 살리는데, 가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미적 감각과 계속 움직이는 카메라, 액션신과 감정신을 같은 스타일로 연출하는 이상한 고집(?)을 가끔 참기 어렵다. 그래서 <일소수가>도 재미있게 보겠지만 연출 때문에 내가 돌겠구나 예상했고, 역시나 그랬다. 재미는 있었지만, 참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걸 다 보면서 욕하는 내가 제일 이상하고 ㅎㅎㅎㅎ


IMG%EF%BC%BF6516.JPG?type=w384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