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체통!

‘26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by 겨울달

성하체통! (成何体统, How Dare You!)

고장극, 코미디, 로맨스 | 왕초연, 승뢰, 당효천, 호의선 등 | 32부작 | IQIYI


사회 초년생 왕추이화는 우연히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처럼 소설에 들어온 장싼과 만난다. 한 사람은 운명에 맞서는 사회 초년생, 다른 한 사람은 10년간 몰래 힘을 키워온 카리스마 넘치는 군왕이다. 각자 정해진 스토리를 가졌지만 살아남기 위해 함께 계략을 짜고, 테스트를 통해, 조연인 사영아가 사실 그들보다 더 낮은 차원의 세계에서 왔다는 걸 알아낸다. 이들은 가뭄에 대비해 미리 농작물을 준비하고, 인재를 모집하고, 국경을 안정시키고, 사영아를 아군으로 끌어들여 단왕을 물리친다.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 하후담(장싼)은 오랜 지병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제야 유만음(왕추이화)은 예전에 어느 이름 모를 손님이 두 사람 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예언을 했던 걸 떠올린다. - 아이치이 <성하체통!> 시놉시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왕초연, 승뢰 주연의 코미디 고장극이다. 원작의 인기가 꽤 높아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는데, 그 역시 반응이 좋았다. (2개 시즌으로 아이치이에 모두 공개되었으며, 티빙에는 시즌 1이 있다.) 어쩌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일찍 퇴장하는 악녀 캐릭터에 빙의한 현대인 왕추이화가 같은 처지인 다른 빙의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생존을 위해 책 속 운명을 함께 바꿔나가는 이야기다.


왕초연이 현대 직장인이자 책 속의 '요녀' 유만음 역을, 승뢰가 같은 처지에 처한 현대인이자 책 속 '폭군' 하후담 역을 맡았다. <리인심상>의 호의선이 빙의된 소설의 진짜 여주인공 사영아를, <주렴옥막>의 당효천이 소설의 진짜 남주인공이자 하후담의 이복 형제인 단왕 하후박을 연기한다. 연출은 <촉금인가>의 류해파 감독이 맡았다.


https://youtube.com/shorts/FK5MR_cQeX4?si=Vn4XKgKruxzPbVwX


책 속에 빙의한 다른 현대인을 알아보는 방법? 바로 정규 교과과정의 기초를 확인하는 것이다. 동북아 3국 영어 시간의 공통 첫인사인 "How are you? - Fine, thank you. And you?"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후, 유만음과 하후담은 각자의 캐릭터가 맞이할 운명을 파악하고 이를 바꿀 방법을 찾아 나선다. 곧 닥쳐올 극심한 가뭄에 대비해 농작물을 개량하고, 세가나 조정 당파에 속하지 않은 유능한 인재를 모집하며, 치밀한 계략으로 적대 관계인 태후파와 단왕파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모든 것이 예측대로 풀리지 않아 어려움도 겪지만, 의외로 통치에서 재능을 발견한 유만음은 하후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후궁 암투를 해결하고 조정의 정쟁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두 사람은 마침내 태후파와 단왕파에 대한 열세를 뒤집고 자신들이 원하는 나라와 운명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초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하후담의 감정선일 것이다. 이제 겨우 얼굴만 보고 "How are you?"만 나눈 유만음을 왜 저토록 전적으로 믿고 사랑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듯 곧바로 직선으로 꽂히는 모습에 하후담의 정체마저 의심하게 된다. 자신을 휴가 중에 빙의된 회사 대표라고 했다가, 고장극 황제 연기가 익숙한 배우라고도 하는데 그것도 진실이 아닌 듯하다. 유만음과 비슷한 시기에 빙의했다고 주장하는 하후담이 어째서 고장극 법도에 이토록 완벽해 보이는지, 왜 유만음을 처음 만난 날 눈물을 흘렸는지는 중후반부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몇몇 회차의 에필로그인 '장싼일기'에서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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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매 장면 큰 웃음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극 구성이 아주 긴밀하거나 연출이 대본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편도 아닌 듯하다. 화면이 예쁘고 복식과 세트가 화려해서 시각적인 즐거움은 있지만, 이야기가 그만큼 자극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유만음과 하후담의 서사에 집중한 탓인지 사영아, 하후박, 태후 같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빌딩이 크게 눈에 띄지 않은 점은 아쉽다. 프로덕션 퀄리티 역시 부분마다 차이가 느껴진다. 영상미에 비해 음향 처리는 다소 평이하며, 더빙 성우들의 목소리가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지는 지점도 있다.


그렇지만 로맨스 고장극에서 가장 기대하는 지점인 유만음과 하후담의 로맨스만큼은 잘 그려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이유가 충분히 납득 가능하며, 특히 하후담이 '첫눈에 반한 듯' 행동했던 이유들이 드러날 때면 그들의 처지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정치 부분 역시 의외로 다른 스토리 요소들에 비해 흥미롭게 묘사되었다. 하후담과 유만음이 겉으로는 폭군과 요비 캐릭터에 충실하면서도 뒤로는 나라의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주요 감동 포인트다. 처음 시청할 때만 해도 B급 감성 가득한 빙의물에서 머리싸움하는 정쟁이 가장 흥미롭다는 감상을 남길 줄은 몰랐으나, 결국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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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체통>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비주얼이다. 왕초연은 <류주기> 때부터 독보적인 외모를 뽐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다만 유만음 캐릭터가 대체로 '꾸꾸꾸' 모드라 배우 본연의 매력이 다소 가려지는 면은 있다. 승뢰는 이 드라마에서 역대 최고의 비주얼을 선보인다. 나른하고 예민하지만 상처 많은 폭군 스타일링이 그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사영아 역의 호의선도 귀엽고 매력적이었으며, 하후박 역의 당효천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와 스타일링 덕분에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종합해 보자면 <성하체통>은 장점과 단점이 매우 뚜렷한 드라마다. 이미 다른 매체로 검증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은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다. 반면 연출의 기복이나 불균형한 제작 퀄리티는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이 드라마의 재미는 시청자 개인의 취향이나 어떤 특정 포인트에 '꽂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성하체통>은 현재 아이치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한국 방영권은 KT 스튜디오 지니가 확보했다. 방영 일자는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