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이십사계 (장안24계)

2025 신작 중국 드라마 뒤늦은 감상

by 겨울달

장안이십사계 (장안24계, 长安二十四计, The Vendetta of An)

고장극, 복수, 정치 | 성의, 류혁군, 왕경송, 동몽실, 주기, 서로, 엽조신 등 | 28부작 | 유쿠

호분위의 창시자 유자온의 아들 사회안. 멸문의 아픔을 딛고 10여 년간 칼날을 갈아온 그가 회남 현아의 주부 신분으로 마침내 장안에 입성한다. 권력의 암투와 강호의 비정함이 소용돌이치는 제국의 심장부, 사회안은 치밀하게 설계된 24개의 계략으로 적들을 서서히 옥죄기 시작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숨 막히는 지략 대결, 과연 그는 핏빛 복수를 완성하고 위태로운 산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 Youku <장안이십사계> 소개글


어쩌다 보니 2025년에 출연작을 몰아서 선보이게 된 성의의 새 드라마.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소년이 10년 후, ‘사회안’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를 죽인 배신자들을 처단하러 돌아오며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복수의 화신이 된 성의를 필두로, 출연만 하면 무조건 믿고 보는 류혁군과 왕경송(<랑야방>의 주역들) 등 중견 배우들과 동몽실, 서로, 주기 등 젊은 배우들이 합을 맞춘다. <구주표묘록>, <설영웅수시영웅> 등을 집필한 상성이 총각본을, <부산해>와 <봉황태상>의 임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장안24계>를 떠올리면 바둑판처럼 정교한 도시 장안, 하얀 눈과 붉은 피, 그리고 도시를 굽어보는 사회안의 눈빛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가 먼저 생각난다. 평온하고 활기찬 도시의 낮과 싸늘한 긴장감이 감도는 밤이 교차하며, 삶의 터전이자 권력의 정점인 배경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다. 배경이 눈에 익을 때쯤이면 매력적인 이야기 요소에 빠져든다. 구성이 매우 촘촘하고 복선(떡밥)도 방대하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터져 나올 때마다 머리는 복잡해지고 가슴은 쿵쾅거린다.


입체적인 캐릭터들도 인상적이다. 평면적인 선인이나 악인은 없다. 모든 인물의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비록 동료나 세상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그 동기가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복수의 여정 중 마주하는 몇 차례의 큰 분기점에서는 무협극 못지않은 액션 장면이 등장해 재미를 극대화한다. 공들인 기악곡(경음악) OST와 회차마다 달라지는 엔딩 크레디트 주제가까지 감상하고 나면, 다음 회차를 향한 갈증이 더욱 커진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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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24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개인의 복수’로 시작된 여정이 확장되는 방식이다. 사회안은 그야말로 복수의 화신이다. 그의 목표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거나 정의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다 죽었는데 누명을 벗겨서 뭐 해. 난 복수하러 온 거야"라고 내뱉는, 살심과 독기만 남은 인물이다. 그에게 한 줌의 인간성을 부여하는 존재는 평범한 삶을 사는 누이동생 백완뿐이지만, 역설적으로 동생의 존재는 복수심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에 사회안은 새 황제 소무양이 쥐어준 칼이 되어 호분군과 언봉산을 거침없이 쓰러뜨린다.


복수가 끝났음에도 남은 회차가 많아 불안함이 엄습할 때쯤, 사회안은 자신의 복수가 불러온 결과를 직면한다. 바로 아버지와 원수들, 그리고 원수를 죽이기 위해 손잡았던 이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왔던 외적의 침입이다. 오랫동안 장안에서 세력을 키우며 첩보 활동을 벌여온 북쪽 외적들이, 국방의 핵심 인물들이 죽거나 다치고 군사력이 약해진 틈을 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사회안은 각고의 노력으로 외적을 막으려 하지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깊숙이 침투한 간자들은 국가의 안녕을 뿌리째 흔든다. 그제야 사회안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다.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왔으나 본질은 결국 '호분군'이며, 호분군답게 적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그는 개인의 사무친 원한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안팎으로 거세지는 적의 공세를 사회안이 어떻게 막아낼지가 후반부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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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은 인물, 구성, 서사, 대사 모두 만족스러웠고, 연출 또한 특유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하며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참고로 감독의 전작이 <봉황태상>인데, 같은 연출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특히 성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의 작품을 꽤 보아왔고 연기력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분위기와 눈빛, 미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탄했다. (<천지검심> 속 다정하고 귀한 부귀도련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장안24계>에서 성의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은 무예를 전혀 모르는 캐릭터를 연기한 점이 아닐까 싶다.


남성 원톱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인생작인 <랑야방>과 최근 화제작인 <장해전>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랑야방>의 임수(매장소)가 가문의 누명을 벗겨야 하고, <장해전>의 장해가 가족이 몰살당한 진실을 쫓는다면, 이들은 정체를 숨긴 채 세력을 모아 적에게 일격을 가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사회안에게는 복수 외에 다른 명분이 필요치 않다. 이름을 숨기고는 있으나 정체를 모르는 이가 없다. 이미 모든 패를 까놓고 시작하는 판이기에, 그의 역할은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 ‘선봉대’이자 ‘추격자’, 혹은 ‘망나니’에 가깝다. 그래서 다른 두 작품보다 더 선혈이 낭자하고, 원한은 더 사무치며, 칼춤은 훨씬 화려하다. 세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복수극 마니아라면 필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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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24계>는 현재 유쿠(Youku)에서 시청 가능하며, 중화TV에서 국내 방영권을 확보했다. 방영 일자는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