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현대 로맨스 | 진성욱, 노욱효, 대욱, 마사초 등 | 30부작 | 아이치이, 모아
샤오즈위(진성욱)와 후슈(노욱효)는 민국 시기 배경의 역할 추리극을 통해 인연을 맺는다. 눈보라가 휘날리고 스파이의 그림자가 드리운 극본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숙명의 불꽃을 피운다. 현실 세계에서 우연한 재회하며 서로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 두 사람은 현실과 극본의 엇갈린 시공을 넘나들며 결국 차원을 넘는 굴레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데... - 아이치이 <알희> 소개글
게임을 통해 만난 두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다양한 인연을 맺으며 사랑에 빠지고,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최근 현대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 중인 진성욱과 <입청운>으로 주연급 입지를 굳힌 노욱효가 주연을 맡았으며, 대욱, 마사초 등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청춘 드라마 <당아비분향니>로 감성적인 연출을 선보인 묘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엽죄도감>, <겨우, 서른> 등을 제작한 닝멍 픽쳐스가 제작했다.
게임과 현실을 어떻게 교차해 로맨스 스토리를 풀어낼지 궁금하기도 했고, 닝멍이 만든 <일념관산>, <서권일몽>, <자야귀> 등을 재미있게 봤기에 <알희>를 실시간으로 챙겨보게 됐다. (자칭 고장극 헤비 시청자인 내가 현대물을 챙겨본다는 건 매우 중대한 예외 상황이다.)
약혼식장에서 음성 메시지로 차인 후 삶의 의욕을 잃은 후슈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VR 체험 추리 게임에 참가한다. 거대한 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성이 무대인데, 플레이어는 각자 캐릭터가 되어 미션을 수행하고 자신의 진영이 지원하는 ‘성주 후보(NPC)’를 성주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런 의욕 없이 참가했던 후슈는 NPC 캐릭터인 독군 ‘천샤오이’에게 속아 조기 탈락(ㅋㅋ)하자, 복수를 위해 게임에 다시 참가하고 결국 천 독군을 패배시킨다.
이렇게 1승 1패를 기록하며 다시는 볼일 없을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은 현실 세계로 이어진다. 백수가 된 후슈가 돈을 벌기 위해 살던 집을 세놓자, 천샤오이를 연기했던 ‘샤오즈위’가 거금을 내고 그 집을 통째로 빌린다. 이후 후슈가 건축 설계사의 꿈을 안고 입사한 신생 회사 ‘다이난’의 대표가 바로 샤오즈위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플레이어와 NPC로, 집주인과 세입자로, 다시 신입 사원과 회사 대표로 얽힌 두 사람은 생활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알희>의 소개글만 보면 게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드라마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발을 단단히 디딘 로맨틱 코미디다. 적당히 살기를 추구하던 후슈는 잠시 접어두었던 꿈에 도전하며 본래의 똑똑하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샤오즈위는 이런 후슈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게임에서 후슈를 조기 탈락시키며 승부욕에 불을 붙였고, 그녀의 능력을 알아보고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주었다. 20년 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복수와 진실 규명에만 매달려 온 샤오즈위 역시, 햇살 같은 후슈의 따스함에 감화되어 어둠을 뚫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사랑 앞에 거침없는 ‘직진녀’ 후슈와 달리, 샤오즈위는 호감을 느끼면서도 과거의 상처 때문에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인다. 하지만 결국 감정을 확신한 두 사람은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예쁘게 연애를 이어간다. 과거의 ‘체육관 공사장 붕괴 사건’이 위기로 작용하지만, 두 사람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드라마를 통해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걱정 없이 즐겨도 좋다.
내가 <알희>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지점은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과정을 보여준 방식이다. 처음엔 흔한 가상 세계 접속 설정일 거라 예상했지만, 이 드라마는 ‘실물 스케일의 VR 체험 게임’이라는 설정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상을 갖춰 입고 고글을 쓴 플레이어들이 ‘롱청’에 들어서면 현실과 다른 공간의 캐릭터가 된다. 이곳은 거대한 세트에 VR로 효과를 입힌 공간이며, NPC는 게임 운영사에 고용된 '배우들'이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플레이어든 배우든 캐릭터를 지우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 설정 덕분에 현실과 게임 공간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우면서 후슈와 샤오즈위가 현실의 자신들과 게임 속 캐릭터를 분리하는 듯 분리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현실에서 사회적 역할 때문에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들이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분출되고 해소되기도 한다. 엇갈리던 감정이 게임 아이템에 힘입어 폭발하는 19화는 설정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인물들이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똑똑하고 현실 감각 있는 ‘햇살 여주’ 후슈와 상처가 있지만 따뜻한 샤오즈위, 그리고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까지 버릴 캐릭터가 없다. 사건 해결 방식도 시원시원하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고구마’ 전개 없이, 캐릭터들의 성격에 맞게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스토리 자체가 심심하지 않으면서도 답답함 없이 흘러가는, 아주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다.
예쁘고 멋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일상을 공유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로맨스에, '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더해 색다르게 변주한 <알희>. 예상보다 높은 완성도와 과감한 시도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혹시 시놉시스만 보고 취향이 아닐까 봐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꼭 시청해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알희>는 1월 20일 아이치이(iQIYI)에서 익스프레스 패키지를 통해 완결까지 공개되었다. 국내에서는 MOA를 통해 1월 14일부터 정식 공개되었으며, 퀄리티 높은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ps. 내게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수확은 서브 남주 '페이전'을 연기한 대욱이다. 그동안 개성 넘치는 조연을 주로 맡아온 배우인데, 이번에는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본인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매력 있게 소화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현지 반응도 뜨거워 얼마 전 캐릭터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