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들을 위한 변화를 일으키고자 TV 판에서 벌어지는 실질적 노력
여성이라서 차별당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지만, 그중 영화판, 드라마판은 공공연한 차별로 악명 높다. 여배우들이 남성 배우 중심 영화에서 꽃과 같은 존재를 연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성 감독이 없다는 것 또한 큰 문제. 여성이기 때문에,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 연출하는 것이 정말 힘든 현실.
이는 한국영화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만연한 문제인데, 특히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인 할리우드도 여성이기 때문에 연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다수의, 남성 중심적인 제작 환경은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여성 감독을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성 감독들이 경력을 쌓고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의외로 영화가 아닌 TV 드라마 판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TV업계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기술한 인디와이어 Indiwire의 기사를 번역했다.
가을 TV 미리보기: '퀸 슈거 Queen Sugar'부터 '애로우 Arrow'까지, TV 업계에서 여성 감독들을 위한 변화를 일으키는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성들은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이 방해하는 동안 TV 분야에서 카메라 뒤에서 일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하지만 올해 가을,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보이고 있다. 이는 TV 산업이 아주 간단한 두 단계 과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 문제를 인정한다.
2)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이를 해결하려 한다"라는 것은 바로 여성들에게 실제로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해 보일 기회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번 기회를 잡게 되면, 이것이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FX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방송사와는 다르게 접근했다. 이는 FX의 사장인 존 랜드그라프 John Landgraf가 "제대로 엉덩이를 세차게 걷어차였"다고 표현한 버라이어티 Variety 지의 모린 라이언 Maureen Ryan의 지적 덕분이었다. TV 비평가 모린 라이언은 지난해 TV 업계의 감독 집단을 분석했고, FX가 방영하는 TV 드라마 에피소드의 88%를 백인 남성 감독이 연출했다고 밝혔다.
"제가 보기에, 모린이 제기한 이 문제는 제 리더십이 실패했다는 것뿐 아니라 TV 산업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텔레비전 비평가 협회 TCA 프레스 투어에서 랜드그라프가 말했다. "곧바로 그 잘못을 정정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실제로 드라마 각 에피소드의 연출자를 고용하는 결정을 하는 FX 채널의 모든 쇼러너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들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준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FX 팀의 노력 덕분에, 2016-17 시즌에 연출을 맡게 될 감독의 51%가 여성 또는 유색 인종이며, 이중 11%가 처음으로 TV 에피소드 연출을 하게 된다. 랜드그라프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가 FX 드라마와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기대하게 된 작품의 훌륭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뒤의 다양성 포용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다른 TV 드라마들이 있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바로 그렉 벌란티 Greg Berlanti가 주도하는 DC TV 유니버스의 드라마 시리즈들이다. '애로우 Arrow', '플래시 The Flash', '레전드 오드 투모로우 DC's Legends Of Tomorrow', 그리고 '슈퍼걸 Supergirl' 모두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제작자 마크 구겐하임 Marc Guggenheim이 올해 TCA 프레스 투어에서 곧 방영될 '애로우' 5시즌의 감독 중 50%를 여성 및 유색인종으로 채울 것이며, 다른 시리즈들도 그렇게 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각 시리즈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일입니다." 제작자 사라 슈스터 Sarah Schechter가 말했다.
벌란티에 따르면, 여성 감독을 찾는 데 있어 예상치 못한 복잡한 문제 때문에 이들이 제안을 거절한다고 한다. 그는 "시리즈 대부분이 먼 곳에서 촬영되는데 (그렉 벌란티가 제작하는 DC TV 유니버스 시리즈의 촬영지는 캐나다 밴쿠버이다. - 역자 주), 여성 감독 중에서는 그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일 뿐 아니라, 실제로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봐야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2~3주 동안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을 제안하게 되니, 그들에게는 힘든 일인 거예요."
이는 제작진들이 자신들의 명분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제안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오투'를 제작할 때 여성 감독 20명에게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어요. 그래도 22번째, 23번째, 24번째 감독에게 계속 제안할 겁니다." 벌란티는 말했다.
물론, 그 어느 시리즈보다 여성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준 시리즈는, 영화 '셀마 Selma'의 감독 아바 듀버네이 Ava DuVernay가 공동 창작한 OWN 드라마 '퀸 슈거 Queen Sugar'일 것이다. 최근 방영을 홍보하는 기자회견에서, 듀버네이는 채널의 설립자이자 미디어 업계의 여신인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에게 또 다른 역사를 쓰게 한 자유를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바로 '퀸 슈거'의 첫 시즌 전체를 여성 감독들이 연출하게 한 것이다.
듀버네이는 어떻게 저명한 인디 영화감독인 김소영 So Yong Kim, 타냐 해밀턴 Tanya Hamilton, 캣 캔들러 Kat Candler 등을 포함한 연출자 라인업을 짤 수 있었을까? "정말 끝내주는(dope) 감독들이기 때문에 선택한 거예요. 내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최고의 표현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동기는 전략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내 선댄스 (영화제) 친구들이고, 같은 분야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이에요. 다들 연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 중 두 명을 제외하면 TV 시리즈 에피소드를 연출한 경험이 없어요." 듀버네이는 말했다. "영화, 그것도 장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인데 업계에서는 TV 한 회차를 연출하게 하지도 않았어요. 다들 시도했고, 미팅도 했고, 업계에 발도 들여놨죠. 자기 영화가 베를린, 베니스, SXSW, 선댄스까지 갔는데, TV 시리즈 에피소드 하나 연출할 수 없나요? 여자면 그렇게 돼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제 희망은 두 가지예요." 그녀는 덧붙였다. "하나는 최고의 연출가들이 저와 함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이들에게 TV 드라마 에피소드 연출 기회를 제공해 더욱 많은 활동을 하게 해주는 거예요. 숀다(라임스 Shonda Rhimes: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스캔들 Scandal', '범죄의 재구성 How to Get Away With Murder'의 제작자 - 역자 주)가 제게 '스캔들'의 한 편의 연출을 맡긴 후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왔어요. 그때는, 와, TV 드라마 연출로만 경력을 쌓아도 주택 대출금을 갚겠다 싶었어요. 그러니 만약 이 감독들도 단 한 편만 연출을 하게 된다면, 이들도 틀림없이 성공할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고요."
감독 기용에 있어 이런 "모순된" 상황은 그렉 벌란티가 TCA 프레스 투어에서 말한 것과도 일치하는데, 최근 연출가 구성의 다양화를 밀어붙이면서,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 것은 우리가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해온 연출자들의 대부분이 다음 작품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는 거예요." 그가 말했다.
'퀸 슈거'의 연출자들 또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듀버네이에 따르면 1시즌에서 메가폰을 잡은 감독의 대부분이 다음 일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빅토리아 마호니 Victoria Mahoney는 '그레이 아나토미'와 '아메리칸 크라임 American Crime'의 연출자로 기용되었다. 티나 메이버리 Tina Mayberry는 저스틴 시미언의 신작인 Netflix의 '디어 화이트 피플 Dear White People'를 작업할 것이며, 샐리 리처드슨-윗필드 Salli Richardson-Whitfield는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 2시즌의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을 것이다.
"모든 스튜디오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 물어봐요. 누가 잘해요? 그럼 전, 다들 잘해요 이렇게 대답하고요. 그러면, 누굴 고용하겠어요?라고 물어보죠. 그럼 전 전부 다라고 대답해요." 듀버네이가 말했다. "'퀸 슈거'의 연출자는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점이 정말 신나고요. 다음 시즌에도 새로운 여성 감독을 많이 기용할 것이고, 바람이 있다면 업계에서 자신들 눈앞에 있는 여성들의 재능에 주목하지 않고 빠른 길을 찾고 싶을 때 그냥 '퀸 슈거'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서야 실질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제야 여성 감독이 증가할 때의 이점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 여성 감독의 작업의 수혜를 입은 작품 중 하나는 '다운튼 애비 Downton Abbey'의 미쉘 도커리가 위기에 빠지는 사기꾼을 연기하는 TNT 신작 '굿 비헤이비어'이다. 파일럿 에피소드는 '더 킬링 The Killing'을 연출했던 샬롯 시엘링 Charlotte Sieling이 맡았다. 도커리는 인디와이어의 인터뷰에서 시엘링 감독의 스타일은 "매우 영화 같았다"라고 말했다.
"[세트에서], 감독님은 이 작품의 장르가 '시적 누아르'라고 했어요." 도커리가 말했다. "그때 [시리즈 크리에이터인 채드 호지 Chad Hodge]가 '그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말했고, 감독님은 '나도 잘 몰라요. 한 번 알아보죠.' 이렇게 대답했어요."
도커리는 '다운튼 애비'에서도 여성 감독과 작업해 봤지만, '굿 비헤이비어'의 촬영을 통해서 여성 감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여성이 중심인 작업이었어요. 제가 여자 주인공이라 그런 게 아니라, 시리즈 자체나 샬롯의 접근법에 여성다운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이에 대해서 이해하는 남성 감독들도 있죠. 하지만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여성 감독과 일한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에요."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실제로 반영하는 움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슈퍼걸' 제작자인 앨리 애들러 Ali Adler가 재미있게 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여성은 소수자가 아니에요. 사실 우리가 다수죠.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