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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Oct 31. 2016

닥터 스트레인지

핑글핑글 @_@

MCU 팬질 몇년만에! 개봉일(물론 전야 개봉하긴 했지만ㅠㅠ)에 아이맥스로 영화를 본 건 처음이라는 거.

암튼 봤다. 닥터 스트레인지!


아... 뭐라고 해야 할까? 화려하긴 한데 뭔가 신나게 말할 거리가 생각나진 않는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말할 거리들은 이미 수많은 예고편과 소개영상에서 말해버리는 바람에 내 의견을 더하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쓸데없는 중복입니다!"라는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1. 어...


일단 영화가 끝나고 나서...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이맥스로 감상한 위력적인 시각효과에 압도당해서인지, 핑글거리는 눈과 휘청거리는 몸을 붙잡고 나오는 데 집중해서인지 몰라도 딱히 생각나는 것도, 말할 것도 없었다.



2. 이야기가 많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영화, 이야기가 참 없다. 없는 건 아닌데, 굉장히 비어있다는 느낌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외과의사 스트레인지가 에인션트 원을 만나 마법에 눈을 뜬다. 에인션트 원의 제자였던 악당 케실리우스를 물리친다. (물론 이 사건들 전후의 내용은 스포라서 생략한다.) 음... 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네?;


결국은 이 이야기도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슈퍼히어로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비교 대상은 마블이 슈퍼히어로(들)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들 - 아이언맨1, 토르1, 캡아1, 앤트맨, 가오갤 등등 - 이어야 한다. 그런데 앤트맨과 가오갤이 나온 이후 약 1년간 수많은 프랜차이즈의 2편, 3편이 나왔고, 심지어 DC는 전략을 수정해 모든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는 복잡한 기원편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멈추고 스토리를 이해하며 봐야 할 정도로 서사가 중심이 된 슈퍼히어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와중에 단순한 기원편을 보니까, 영화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나름의 반전은 존재한다. 해결방법도 아직 마법 초보인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치에서 해결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스포일러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에인션트 원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케실리우스가 끝이 아니라는 것, 이정도만 해두겠다. 


이미지출처=Marvel

3. 볼거리 최강


아직도 눈앞에서 도로와 건물이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남을 정도로 시공간을 가볍게 거스르는 볼거리는 역시 최강이었다. 마법을 일으키는 장치, 여러 유물, 영혼대영혼 파이트 등등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미지출처=Marvel

특히 뉴욕 시퀀스에서 시공간이 왜곡되는 건 인셉션 이후 오랜만에 와닿는 스펙타클한 특수효과였다. 역시 난 우주보다는 시공간 왜곡이 취향인가보다. 인셉션 볼 때처럼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한편 마법사들끼리 싸운다면서 액션의 근접씬이 많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멀리서 장풍을 쏴대는 것이나 마법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는 것보다 이게 더 마블같은 느낌이다. 암튼 육탄전 좋아하는 마블...



4. 쓸데없이 (?) 화려한 출연진


이 영화가 화제를 끈 이유는 따로 있다. 아마 아마 개별 캐릭터 영화로는 몸값 편차가 가장 적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톱스타가 대체 몇 명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그렇다 치고 틸다 스윈튼과 레이첼 맥아담스, 치웨텔 에지오포가 한꺼번에 나오는데 출연료가 어마무시하겠구나 생각한 사람은 나뿐은 아닐 것이다. 

이미지출처=Marvel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를 키워내는 에인션트 원이나, 그와 함께 케실리우스와 맞서 싸우는 모르도는 그렇다고 치고, 왜 레이첼 맥아담스가 이렇게 비중없고 존재감없는 역을 맡았는지 모를 일이다. 레이첼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역할을 한다는 건, 결국 후속편에서 존재가 커진다는 이야기인 건가... 아니면 나탈리 포트먼처럼 그냥 출연하고 연기하는 걸로 끝나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드는 거다. [트루 디텍티브 2시즌]에서도 도전적인 경찰 역을 맡기도 했고, [스포트라이트]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집요한 기자 역을 맡았는데, 왜 이렇게 낭비(?)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다음 [닥스] 시리즈에서 닥터 팔머가 "나이트너스"가 되지 않는다면 정말 열받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 모쪼록 크리스틴 팔머와 레이첼 맥아담스가 불행한 "슈퍼히어로 여자친구 클럽"에 들어가지 않길 바란다. 제발 ㅠㅠ



5. 뽕(?)맞은 음악


음악도 한 매력 하는데, 특히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몽환적인 (이라 쓰고 뽕맞은이라 읽는다)  느낌의 음악은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탄생배경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이 음악의 정점을 끌어올리는 건 뽕삘을 배가하는 기타 소리인데, 듣고 있으면 마치 시타르 소리같이 뎅뎅거리는데 난 이게 정말 웃긴 거다 ㅎㅎㅎ 70년대 여러 뮤지션들에게 마약만큼 영감을 주었다는 인도의 시타르 사운드가 결국 닥스를 통해 마블로도 들어왔다 싶어서 말이지. 홍보자료 등을 통해서 알려졌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 자체가 70년대 환각과 히피 문화를 반영한 것인만큼, 뽕맞은 듯한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는 아주 적절한 선택이다. 

 

The Master of the Mystic (End Credits)


게다가 이 음악을 만든 마이클 지아치노는 먼저 마블에 전화를 걸어 "나 닥스 진짜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며 음악 작업을 자청했다고 한다. 감독 스콧 데릭슨이 닥스 연출을 맡으려고 거액을 들여서 스토리보드를 만들 정도의 의욕을 보이고, 21세기 대표적 영화음악 작곡가인 지아치노도 작업을 자청한 만큼 멋진 캐릭터. 닥스는 아마 점점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음 영화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 거다. [인피니티 워]에서 새로운 감독을 만나면 닥스는 또 어떤 캐릭터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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