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딕시 칙스: 승리의 귀환

by 겨울달

딕시칙스가 컴백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태평양 건너 사는 평범한 팬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ㅋㅋ) 적어보았다. 그러므로 곧 컴백할 것이다 (아냐).


몇 주 지난 일이긴 하지만, 너무나 통쾌했던 이날을 잊을 수 없어서 기록으로 꼭 남겨야하겠다.

https://youtu.be/pojL_35QlSI

2007년, 그래미상을 독식한 아티스트는 컨트리 밴드 딕시 칙스였다. 이날의 수상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한방을 먹이는 제스쳐였다. 딕시 칙스는 2003년, 메인보컬 나탈리 메인스가 런던 공연에서 "(대통령) 부시가 텍사스 출신인 것이 부끄럽다."는 발언을 한 이후 컨트리 음악계에서 공개적으로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그 발언 이전에는 컨트리 음악계의 미래를 짊어질 최고의 걸그룹으로 손꼽히던 이들이기에, 자신들의 앨범이 눈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아픔을 노래로 만들었고, 테네시와 텍사스가 아닌 LA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시켜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부시가 이야기한 "이라크발 대량 살상 무기"의 존재가 거짓으로 밝혀졌을 때, 그녀들은 그래미 트로피 5개를 들고 환히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 딕시 칙스는 다시는 컨트리 음악계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컨트리 음악 팬들은 여전히 딕시 칙스를 싫어하고, 그녀들은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앞뒤 꽉 막혀서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남부의 고집불통 음악팬들은 라디오와 TV에서 그녀들의 흔적을 지우고 살았다. 그 사이에 나탈리는 솔로 앨범을 냈고, 에밀리와 마티는 따로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그리고 올해 초 오랜만에 딕시 칙스라는 이름으로 유럽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https://youtu.be/Yd5Q2zRYKdY

그리고 공연 레파토리 중 하나로 비욘세의 'Daddy Lessons'를 커버했다. 이 공연이 반응이 상당히 좋은지 영상이 여러 번 올라왔고, 심지어 원곡자인 비욘세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딕시 칙스의 커버를 소개했다.


출처: 비욘세 페이스북

그리고 드디어!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만들어졌다. 11월 초 개최된 CMA 뮤직 어워드에 비욘세와 딕시 칙스가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비욘세가 CMA에 뜬다는 소식을 접한 컨트리 팬들은 시상식 시청을 보이콧하겠다고 난리가 났다. 비욘세는 컨트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작년에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CMA에서 공연했다. 비욘세가 뭐 어때서?


출처: 비욘세 페이스북

하지만 이 공연에 보이콧을 한 사람들을 더 빡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딕시 칙스가 십 몇년 만에 CMA에 화려하게 컴백한 것이다. 그것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현존 최고의 엔터테이너 비욘세를 앞세워서. 그래미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보다 시청률이 훨씬 저조한 CMA,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욘세가 공연을 할 기회를 만들어낸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 것이란 생각은 안해봤겠지.


https://youtu.be/60aCpaG2S6E

예상대로 공연은 너무나 좋았다. 넷상에서 비욘세가 컨트리도 할 줄 아는구나, 비욘세 때문에 처음으로 컨트리 음악 시상식을 봤다, 역시 퀸B 짱 등등 온갖 좋은 반응이 다 나오는 공연. 하지만 정작 플로어에서 이 공연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떨떠름하다. 왜 그랬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정말 이를 박박 갈면서 흔적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던 딕시 칙스가 자신들을 비웃듯이 더 화려하게 돌아왔으니까. 실제로 앨런 잭슨이라는 중견 아티스트는 이 공연 중간에 밖으로 나가 버렸다고 한다.


딕시 칙스, 그리고 비욘세는 컨트리 음악이 추구하는 소위 "미국적 가치"에 보란듯이 한방을 먹이는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은 의견 표현의 자유,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는 평등 등 현대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들로,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는 골수 컨트리 팬들의 이념에 완전히 반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이들이 너무나 밝은 얼굴로, 신나게 공연을 한다. 그런 그들을 마치 자기들 무대를 뺏긴마냥 굳은 얼굴로 보는 컨트리 아티스트들을 보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하더라.


아직도 이슬람은 무조건 배척해야 하고, 이라크 전쟁은 실패가 아니며, 총기 소지를 제외한 모든 자유는 제한되어야 하며 (이게 말이 돼?), 일 잘한 흑인 대통령은 비웃으면서 전쟁으로 재정을 파탄낸 백인 대통령은 여전히 존중하는 이들. 유능한 힐러리보다 멍청한 트럼프를 선택해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얻고자 한 이들. 이들이 트럼프를 내세워서 자신들의 국수주의적 어젠다를 밀어붙일 순 있어도, 어딘가에서는 이들의 공연을 보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따라부를 소녀들의 성장은 막을 수 없을 거다. 그리고 그 소녀들은 이들이 만들어놓운 미래를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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