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 기념관'
형은 구국(救國)의 길이 무섭다.
부산,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 옴스크, 모스크바, 베를린, 그다음 헤이그
그 먼 길이 두렵다.
네일숍, 이발소, 아랍식당, 차이나 패루, 다 지나서
저만치 다크 브라운과 화이트 페인트 칠 집 하나
이준열사* 기념관
온갖 인종 밟고 지나는 도심의 길 위에
초인종 위로 걸린 한글 문패에
내가 잠시 아프다.
열사(烈士)가 할복했느니 병들어 죽었느니 그 말씀을 하시는구나.
그것도 편치 않다.
아이들이 집중하여 듣는다.
나였으면.. 멸시가 제일 겁났겠다.
나로부터 일어나 투쟁하리라
자랑스럽게 나아가 부서지리라
애국의 끓어오르는 피가 나는 너무 무섭다.
형은 그냥 매국만 말아야겠다.
나오다 보니, 그 집 앞 보도 경계석 위에
누군가 새겨놓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왜일까?
읽을 줄 아는 이 한나절에 몇 명일까.
난 도덕경** 가르침이 많이 부담스럽다.
형은..
쓰러지고 또 일어나고 한 길을 갈 인물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이기적인 분열과 대립이 내 나라에 못 박혔던 날에는
이 노래는 알았단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형은 그 정도만 살아야겠다.
(2025년 광복절 머잖은 날에 네덜란드 헤이그로부터)
*이준(1859~1907)은 대한제국 평리원(최고법원) 검사였으며, 재직 중 '강직한 명예가 본래 유명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개최된 네덜란드 헤이그에 파견되어 법 전문가로서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국제법으로 따지려 하였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현지에서 순국하였다.
**'합포지목(合抱之木)은 생어호말(生於毫末)하고', 즉 아름드리나무도 조그만 털 끝에서 싹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