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 『죽은자의 집 청소』

by 띵북


먹먹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눈과 책을 잡은 손이 떨려온다. 그가 전해주는 말이 아프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그 가슴 먹먹한 그 일을 말이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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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에서 일했던 김완 작가는 취재와 집필을 위해 일본에서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 후 한국으로 와 특수청소 서비스 회사를 설립하여 죽은 이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알면 다 빠져나가요. 절대로 그 건물에 사는 누구도 알게 해선 안 됩니다.

마지막 가는 그 길 따뜻한 말 한번 따뜻한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아서도 안되는 죽음이있다. 행여나 건물 내에 소문이 날까 노심초사하는 건물주님 때문에 아주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죽은 이의 집을 청소한다. 홀로 생을 마감했던 그들의 마지막은 이렇게 숨겨져야 한다.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p.27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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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에게도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것이 있다.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미납요금 경고장, 대부 업체들의 각종 딱지들. 가족은 연락을 끊어도 채권자는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다.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가 아닐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세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p.47 중-



특수청소 업은 사람의 죽음뿐만 아니라 동물의 마지막도 돌본다. 열구 나 넘는 고양이 사채를 수습했던 사연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몇 번이나 책장을 덮었다 열었다 한지 모르겠다. 사람의 욕심으로 채워졌던 '동물공장'에 발길이 끊기면서 고양이들은 굶주림과 갈증에 몸 부리 쳤을 것이다. 하나 둘 생명을 잃어가고, 그곳은 고양이의 지옥으로 변해갔다.

어떤 동물인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려서 나부죽하게 털 가죽만 남은 고양이들이 칸칸이 쌓여 있다. 거실 바닥에는 파리 성충으로 변태하지 못하고 생장을 멈춰버린 붉은 번데기들이 정월 대보름날의 팥알처럼 잔뜩 흩뿌려져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밟혀서 "우두둑" 하고 알갱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동물이 죽으면 어김없이 파리들이 꼬이고 그 죽음을 양분 삼아 번식하여 수많은 생명체를 부화시킨다. 사람이 죽은 곳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지구 생태계에서 구더기야 말로 죽음에서 생명을 얻는, 가장 역설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p.78~79 중-




그곳에서 당신은 안녕하신지요?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월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중략-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p.128~129 중-


가족을 홀로 떠나보내야 했던 남은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 아플까, 차마 그 마지막을 눈에 담을 수 없어 고개를 돌리지만 끝내 발길 돌려 그의 흔적 하나하나를 눈에 고스란히 담아 간다. 양손으로 입을 막고 거칠게 어깨를 들먹이며 참아냈던 울음을 토해낸다.



당신이 하는 일 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 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p.139 중-



"착화탄을 샀어요. 세 개요."

"진짜 고통스러운가요? 진짜 많이 아픈가요?"

"그러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의뢰하는 전화가 대부분이지만 자살하기 전에 전화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김완 작가는 늘 그들의 마지막을 막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던 거 같다. 어쩌면 그들은 붙잡아 주길 바랐던 거 아닐까?


휴대전화를 꺼내 몇 번이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나쁜 시키, 나쁜 시키, 그래,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신을 속였고, 그 바람에 당신의 계획을 아주 보기 좋게 망쳐놓았다. 스스로도 잘 모를 이야기를 남발했으며 당신이 자유로울 권리를 공권력을 이용해서 침해했다. 그런 사람을 나쁜 시키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온당한 일일 것이다.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184~185 중-


수많은 자살 현장을 오가며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것,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인내했고, 또 일하는 내내 얼마나 빈번히 죽고 싶은 충동에 빠졌을지 생각해보면 내 마음도 어느새 빛을 잃고 어둑해진다. -p.233~234 중-



'동반 자살' 3명 사망, 오늘도 자살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죽음에 관한 기사는 매일매일 올라온다. 매번 볼 때마다 익숙지 않은 단어들이다. 죽음은 예정되어 있지만 그 시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단어는 불안하면서도 막연한 거 같다.


나 또한 예견치 못한 가족의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내가 모두에게 연락해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끝도 없이 떨리는 목소리와 수화기 너머로 넘어오던 오열은 내 심장을 움켜지고 뒤흔들었었다.


앞으로 태어날 생명보다 떠나보내야 할 가족들이 더 많은 지금 다시 그 일을 견뎌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떠나보낼 때 후회하지 않길 더 많은 인사를 전해야겠다.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죽은 이의 집을 청소하고 나오는 그들의 마음이 조금만 아프길, 좀 더 평안해 지길 바라본다.



-띵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