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어요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띵북 Apr 19. 2021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때문이다.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 / 책리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내 기억 속 우리나라의 하늘은 맑았고 밤에는 반짝이는 별도 볼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가 돼버렸다.

예전보다 삶은 풍요로워졌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숨 쉬는 걸 걱정해야 하고 곳곳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에 불안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과할 정도로 먹고 쓰고 버리는 음식물과 생활용품들은 더 이상 갈 곳을 잃어버리고 지구 반대편에선 굶주림에 배고파한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 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이들은 너무 많이 누리고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동물들은 대규모로 학살되고 식물들의 개체 수가 줄고 지구는 더 뜨거워졌다. (이슬아 작가 추천글 중)

우리가 지금처럼 산다면 앞으로 더 이상 풍요로울 수 없으며 생명에 위협을 당할 것이다. 지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호프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이다.




호프자런은 기후변화에 관한 수업을 준비하며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얼마나 늘었으며 농업이 얼마나 집중화되고 에너지 사용량은 얼마나 치솟았는지 데이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변화를 수량화하면서 그녀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지구에 무슨 짓을 해왔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 식량 생산 또한 필요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인류의 10퍼센트가 엄청난 식량과 연료를 소비하는 동안 나머지 90퍼센트는 필요한 기본적인 것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다.



OECD 36개국이 함께 육류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세계의 식량용 곡물 생산량은 40퍼센트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 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 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  -p.77 중-


미국은 거대한 옥수수 정원이다. 인간이 소비하는 옥수수는 10퍼센트 나머지 90퍼센트는 거름과 육류를 생산하기 위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8억 명 이상의 어린이, 여성, 남성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75억 인구가 매일 2,900칼로리씩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생산하면서 육류를 생산하느라 지구상의 먹을 수 있는 곡물 3분의 1이 사라진다.


과학적 예측으로 추산하면 2100년에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연간 2,000조 칼로리를 추가로 생산하고 이를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면 대형 기근은 피할 수 없다. 시간은 80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지구가 건강할 때 말이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 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버려지고, 과일과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녁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매년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필요로 하는 과일 및 채소의 양과 비슷하다.

호프자런은 말한다. 테니스화를 주문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창고에서 24시간 안에 발송을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제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품을 재분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그녀의 말에 큰 울림이 느껴진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전기, 일회용품,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고 쇼핑을 하며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까지 사들이고 버리는 우리의 행동들이 결국 지구 생태계를 병들게 만들었다.



196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두 배가 되었고

...곡물 생산량이 세 배로 증가했고

...육류 생산량이 세 배 늘었고

...연간 도살되는 가축의 수가 돼지는 세배, 닭은 여섯 배, 소는 50퍼센트 이상 증가했으며

...바다로부터 잡아들이는 물고기의 수는 두 배가 되었고

...정백당 소비량은 세 배 증가했고

...인간이 매일 만들어내는 폐기물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크게 늘어나 지구상 영양 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의 양에 맞먹는 상태이고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세 배 늘었고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 정도 늘었고

...석탄과 원유 사용량은 두 배, 천연가스 사용량은 세 배가 늘었으며

...플라스틱 생산량은 열 배 늘어났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매년 1조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량 상승했으며


호프자런은 총 34개의 '환경 교리문답'을 실어 지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묻는다.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난 여전히 일주일 2,3번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간다.

그중 한 번은 꼭 자동차로 이동해 대형창고형마트로 향한다.

내 몸의 2,3배나 되는 큰 카트를 밀고 들어가 먹고 싶고 사고 싶은 물건들을 마구마구 카트 안에 집어넣는다. 할인을 해서 1+1이라서 특가라서 한정품이라서 선착순이라서 마트 안에 들어서면 평소와 달리 이성을 상실한 채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물건들을 담는다. 누가 날 조정하는 거 같어 ㅜㅜ;

계산을 하기 위해 서있는 동안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바라보다 보면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몇 가지 상품을 빼기도 하지만 여전히 카트 한가득이다.

대형마트 장보기를 한 달에 두 번으로 줄어야지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로 집에서 소비를 하다 보니 장보기 줄이기란 마음 같지 않다는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하늘에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 날씨가 유난히도 좋았던 어느 날,  7살 나는 나무 막대를 휘두르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들과 집 앞 산을 오르고 있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울리고 한 친구는 꽃 잎에 앉아있던 나비의 날개를 살짝 잡아 올리며 함박웃음이다. 아주머니들은 쑥을 한 바구니 캐서 내려오며 오늘 저녁 밥상에 올릴 쑥국 이야기에 빠져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꼭대기에 오르면 무 농사와 배추 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무 하나를 우리에게 건네준다. 아직 덜 익은 무를 옷에 쓱쓱 닦아서 한 입 베어 문다. 알싸한 맛에 인상이 써지지만 뒤에 오는 달콤한 맛에 한 입 더 베어 문다.

산 여기저기를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멀리서 우리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린다.

지은아~ 경희야~ 선희야~ 성훈아~ 창호야~ 밥먹어~~~~~~

그제서야 배고픔에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간다.

어느새 하늘의 별빛이 우리들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의 어린 그 시절 아름다웠던 나의 자연과 나의 추억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은 보여줄 수 없다.

내가 공짜로 누렸던 자연을 이제는 돈을 내고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 다음 세대는 자연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아니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일회용품을 줄이고, 고기를 덜먹고 먹을 양만큼 장을 보며 음식물 쓰레기와 폐기물 줄이기에 고민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우리 지구를 지키는 일이 우리 다음 세대를 지키는 일이다.

결코 미뤄서도 결코 게을러서는 안되는 숙제임을 꼭 명심해야겠다.


모든 생물종은 결국 멸종할 것이다. 심지어 우리 인간조차. 이는 자연의 몇 되지 않는 영원한 이치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 관해 말하자면, 아직 기차가 역을 출발하지는 않은 상태다. 아직은 우리가 스스로의 소멸과 관련해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 소멸에 시간이 얼마 걸릴 것인지. 우리 다음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얼마나 고통을 겪을지와 관련해 무언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행동을 취하길 원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의미를 가질 동안에 빨리 시작해야 한다. -p.220 중-


매거진의 이전글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