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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May 07. 2021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혼란, 충격, 파장 / 책리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혼란스럽다. 내가 알고 있었고 믿고 있었던 진실이 어쩌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환경 관련 책을 읽으며 기후 이상 현상에 끼친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들에 분노하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인간이 죄책감이 들도록 조장하고 그 뒤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면 그 배신감은 어떨까?


종말론적 환경 주의가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지 그 실체를 파헤치겠다마이클 셀런버거『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이다.




예전에 읽었던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한 지구 종말론을 주장한 반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그간 나온 환경 서적과는 달리 지구 종말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잘못된 환경정보들에 반박하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왔고 믿어왔던 환경 위기에 정반대되는 근거를 내놓는다.


멸종저항(기후위기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뜻의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기후 이상과 경제활동, 인구 폭발로 식량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에 큰 차질이 생겨 인류에 큰 위험이 닥칠 거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마이클 셀런버거는 멸종저항 단체에 평균 기온 4도 상승 시 식량 생산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연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고 그에 합당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았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이 4~5도 상승했을 때 식량 생산량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셀런버거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일부 과학자들이 제시한 미래예측 시나리오 중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언론과 환경단체들이 과장에 과장을 덧붙여 강조하며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마치 우리의 미래가 될 것처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플라스틱의 습격, 아마존 화재, 탈원전,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기후 종말론과 인류 종말론은 검증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들이며 오히려 지구인의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현지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한 지구 종말론은 허상임을 연구성과와 데이터로 그 근거를 제시한다.


바다 환경 위험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어선과 외래종 침입자며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에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어망이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 섬의 가장 큰 원인이라 주장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이 오히려 분해 과정 중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많이 배출하고 더 많은 대기 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주장하며 여러 근거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마이클 셀런버거의 주장이다.

마이클 셀런버거는 원래 원전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였는데 신재생에너지 연구 과정 중 친원전 쪽으로 전향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재생에너지는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싸고 안전하고 효율 높은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라며, 원전을 줄이고 화석연료로 대체한 국가가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원전 대신 에너지원으로 대체했을 경우 막대한 설치 비용과 거대한 면적이 필요하기에 오히려 동물들이 살아갈 숲을 파괴할 수밖에 없을 거라 한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은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한다. 폐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 역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때는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시멘트, 유리, 콘크리트, 강철 등의 자원을 16배나 많이 소비하며 300배나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 낸다. -p.380 중-

무엇보다 태양광 패널에는 납을 비롯한 유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분해과정 시 토양을 더 많이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원자력이 환경에 도움이 되고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데서 필수적인데 기후 변화를 가장 걱정하다고 주장한다는 사람들은 왜들 원자력에 반대하는 것일까?

천연자원보호협회, 환경보호기금, 시에라클럽 같은 모든 주요 환경 단체들은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추방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동시에 그들은 천연가스 회사나 신재생 에너지 회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그런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 원자력 발전소가 문을 닫고 대신 천연가스 발전소가 세워지면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이들과 돈으로 얽힌 사이인 것이다. -p.410 중-


탈원전 운동을 하며 석유와 가스 업계 돈을 받아왔던 환경단체, 녹색 경기 부양책으로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은 억만장자들, 환경운동을 벌이는 셀레브리티들이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며 기후 변화에 대해 설교를 하고 시칠리아에 모여 환경을 걱정한다며 에너지를 펑펑 쓰고 파티를 벌이는 위선적인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마이클 셀런버거는 많은 환경 주의자들의 종말론적 환경주의 종교적 열광에 경각심을 느끼며 과학자들이 개인적인 가치관과 연구에서 다루는 사실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들은 고밀도 에너지를 쓰면서 빈곤국들은 저밀도 에너지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 자신들이 가난을 떨쳐 내고 풍요를 이룬 길에 개발도상국이 들어서지 못하게 막는 것은 위선적일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라며 인류가 도달한 풍요와 과실을 여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의식을 끌어올려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그.


환경 휴머니즘은 결국 환경 종말론을 이겨 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번영과 자연을 동시에 원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위해 번영을 희생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극소수다. 사람들은 단지 자연을 지키면서 동시에 풍요로워질 수 있는 방법에서 혼란을 겪고 있을 뿐이다. 몇몇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의제대로 따르면 녹색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현실 증거는 유기농, 저에너지, 신재생 에너지에 기초한 세상이 사람과 환경 모두에 더 좋기는커녕 더 나쁠 것이란 사실을 보여 준다. -p.559 중-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혼란스러운 마음과 갈등 속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가치관과 어긋나는 주장들 속에서 며칠간 고민을 하고 여러 자료들을 추가로 더 찾아보았다.

환경 단체와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팽팽했고 서로 제시하는 근거와 주장들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죽어가고, 환경오염으로 토양은 파괴되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대규모 건설 공사와 사막화로 지구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환경단체. 그리고 그들은 탈원전에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하여 기후 상승을 막아야 한다 주장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반대세력.

그들은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평균 기온 상승을 최대한 억누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주장한다.


서로 잘못된 정보와 근거를 앞세우고 있다며 지구의 위험성을 달리 주장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금전적인 보상과 이익이 있었고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판단을 하든 이제 그건 개인의 몫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첨예하게 갈리는 주장 속에서도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은 우리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건강한 지구가 있어야 인류도 존재하는 것이고 지구가 숨을 쉬어야 우리도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나도 환경 위기론, 종말론에 대한 정보와 책들을 읽으며 한쪽 생각에만 치우쳐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보며 배신감과 충격을 받았고,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을 읽으며 또다시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환경 종말론에 대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거 같아 고마운 마음도 든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



우리는 양쪽의 중간 어딘가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겁니다.경제 성장을 추구해 많은 이들을 가난에서 건져 내는 일, 기후 변화에 맞서는 일, 이 두 가지는 양자택일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 MIT의 기후학자 케리 이매뉴얼-



https://youtu.be/SNb2HIRPyjw

*"내가 탈원전을 버리고 친원전으로 돌아선 진짜 이유" 마이클 쉘렌버거 TEDxBerlin (2017) /출처 : TED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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