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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Aug 20. 2021

중동에서는 왜 항상 전쟁이 일어날까?

18년간의 사막 기록 / 책리뷰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요즘 국제적으로 연일 보도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를 장악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고 아프간 정부는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탈레반은 20년 만에 재집권을 하게 됐다.


탈레반의 여성과 아동인권 탄압과 공포정치가 예고된 가운데 탈레반 집권에 불안감을 느낀 아프간 국민들의 대거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국제적인 난민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로만 보면 중동은 늘 전쟁과 테러로 무고한 희생자를 내고 수많은 난민들을 발생시키는 상당히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테러 때문에 매캐한 폭탄 냄새를 풍기는 이라크, 여성과 단 한마디도 나눌 수 없고 여성은 남성 가족의 동행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는 예멘, 석유 값이 물값보다 싼 사우디아라비아, 휘황찬란한 건물들로 가득한 중동의 뉴욕이라 불리는 두바이까지 두렵기도 부럽기도 한 중동이다.


아랍 세계를 오랜 기간 경험하고 공부해온 저자는 단편적인 뉴스로만 그들을 단정 짓고 이해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아랍 세계의 오해와 지금의 비극을 걷어내면, 분명 매혹적인 아랍의 역사와 신비로운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라 말한다.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 사막 일기 손원호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이다.



2003년 아라비아반도와 진짜 아랍인을 만나고 싶어 예멘으로 향했던 저자는 지금까지 중동지역에 머물며 그들의 역사와 이슬람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생활할 때는 매일 폭탄 소리와 테러 위협을 당했고, 잠시 외출 시에도 방탄조끼와 방탄차를 타고 경호원과 늘 함께 다녀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동의 모든 나라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저자는 찬란한 이집트 문명, 중세 도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예멘,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 폭발음과 사이렌 소리가 끊이는 않는 이라크, 99퍼센트가 사막지대인 그곳에서 '검은 황금' 석유가 발견되면서 세계적인 석유 부국으로 변모한 아랍에미리트까지... 5개국에서 18년 동안 지내며 겪어온 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집트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약 100여 개의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자의 부활을 믿었기 때문에 파라오들은 살아생전 자신의 무덤 건설에 총력을 기울였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건축 방식은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지금도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 중의 하나이다.


음주가 금기시된 무슬림 사이에서 직접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하고, 물 담배를 즐겨 피는 이집트인들을 보며 생소하기도 했지만 아기 예수가 숨어 살던 카이로의 기독교 마을과 거대한 예술 작품인 피라미드를 보면서 경외심이 들었다.


예수 가족이 지냈던 동굴 속 피난처와 무하라크 수도원


예멘

사막을 횡단하며 수많은 외부 부족의 침입과 전쟁을 겪어오던 아랍인들은 남성이 귀할 수밖에 없었고 남성은 부족, 가문, 그리고  한 가정의 중심으로서 여성 구성원들을 소유물로 취급했다.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가정의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면 여성들은 다른 부족의 전리품이 되거나 노예로 팔려갔는데 그건 가문의 큰 수치였기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자아이를 생매장하는 관습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여아를 생매장하는 미개한 일은 벌어지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천 년간 이어진 가부장적인 의식 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이 예멘이다.


성인 여성을 외간 남자에게 절대 보여 줘서는 안되며 월경하는 나이가 되면,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천으로 가리는 '니캅'을 입어야 한다. 온 가족이 도보로 외출하는 경우에는 남성이 앞장 서면 아내와 아이들이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데 아내가 남편의 옆에서, 즉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서 걷는 모습을 이웃 주민이 보기라도 한다면 가문의 수치로 여긴다.


세계적인 인권 단체들이 예멘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예멘 친구는 최근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예멘 난민이 전 세계를 유랑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들의 견고했던 문화적 프레임을 깨고 있다며, 이것이 예멘의 문화적 틀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100년 전 한국 또한 여성들이 주로 집 안의 안채에서 생활했고 외출 시에는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의 한국을 보면 예멘의 변화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_본문 p.85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관습 때문에 천으로 신체를 가리는 아랍의 여성들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사망 후 차기 이슬람 지도자 칼리파 선출을 두고 두 집단의 갈등이 시작된다.

바로 그 유명한 시아파와 수니파이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대체 무엇일까?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인 하심 가문 혈통만을 이슬람 지도자로 인정하는 종파이고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언행과 관행을 통칭하는 '순나'만을 따라야 하며, 원로들의 선출을 통해 뽑자고 주장한다.

1400년 동안 수많은 지도자와 정치 세력들이 이 종파 간의 갈등을 이용하고 선동하여 각종 패권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도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파(모슬주)는 여전히 갈등을 일으키며 숱한 내전을 일으키고 있다.

*시아파 수니파와 관련한 자세한 역사적 이야기는 책에 잘 소개되어 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4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 지역은 '노동을 해야 보상이 주어진다'라는 인과관계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석유 하나로 천문학적인 돈이 저절로 들어오니 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석유 덕분에 중동의 많은 국가는 먹고사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노동에 대한 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석유는 그들에게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라크

그 누구도 언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곳. 가깝게 지냈던 아랍 교수님마저 너무 위험하다며 만류했던 곳 이라크.


수니파 중심인 '바트당'을 통해 독재 체제로 나라를 다스렸던 사담 후세인은 강하고 무서운 공포정치로 시아파와 쿠르드인들을 억압했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은 무너졌고,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 억눌렸던 시아파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정치계에서 수니파를 축출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수니파는 과격한 반정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알카에다, IS 등 수니파 테러 세력과 규합해 정부에 대항한다.



17년간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만 20만 명. 그런데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정부의 리더들은 국민의 민생은 뒷전인 채 '파워게임'만 하고 있었다. 그 결과 며칠 전 뉴스에도 나왔듯 과격한 반정부 세력인 수니파가 정권을 장악하게 됐다.

앞으로도 이라크 땅에 사는 시아파와 수니파 무슬림 간의 갈등은 끊임없는 내전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가 예멘이었다.

법이 통하지 않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가장 심하고 조혼 악습과 명예살인으로 악명 높은 나라 예멘.

12살에 팔려가듯 결혼했다가 남편의 황산 테러로 얼굴의 절반을 잃은 소녀와 약혼자와 전화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아버지로부터 화형을 당한 15세 소녀에 관한 뉴스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책에 소개됐듯 2015년 3월 시작된 내전은 지금도 이어지며 10만 명의 예멘인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파탄이 나 버렸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어쩌면 세계지도에서 예멘이 지워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너무 가슴 아팠다.


고향 예멘을 떠나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던 이싼을 도와주다 인연을 맺게된 저자는 이싼에게 고향에 가게 된다면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가족과 부둥켜안고 울고 웃는 날을 꿈꾼다고 한다.


"나도 이싼에게 그런 날이 오기를 기도할게."

"고마워요, 근데 그거 알아요? 인생이 항상 슬픔만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믿어요. 슬픔 뒤에는 분명히 기쁨이 오리라는 것을..."


나도 이싼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책 리뷰를 쓰다 보니 암울한 이야기가 많았던 거 같은데, 종파와 관습, 문화 그리고 산유국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점이 많았다. 아랍 국가라고 해서 모두 이슬람만 믿는 것도 아니었고 앞에서 언급했듯 기독교인들이 따로 거주하는 마을도 있었다. 코란의 금주 교리와는 무관하게 술을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비행기에 앉아있던 예멘의 모든 여성이 두바이에 도착하자마자 니캅을 모두 벗어던지는 모습은 예멘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려운 사정에 처하거나 간절한 바람이 있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아랍인 특유의 관대함과 스타벅스가 아닌 신선한 원두의 진한 에스프레소만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종파간의 갈등으로 인한 테러와 내전, '검은 황금'을 둘러싼 서구 제국들의 탐욕이 불러운 전쟁까지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잘 몰랐던 아랍의 역사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18년간 그곳에 머물면 직접 몸으로 부딪쳐온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 내 기억에 남아있을 거 같다.


그리고 저자와 오랜 시간 가깝게 지냈던 이스마일 선생님이 안타깝게도 예멘 내전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하는데, 꼭 무탈하시길 기원한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서로의 신앙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난 무교지만 이라크 국민들이 더이상 고통받지를 않기를 그들을 위해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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