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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Nov 29. 2021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혐오의 인류사를 되짚는 석학들의 통찰 / 헤이트


"여자가 왜 설쳐"

"모든 남자는 성범죄자야"

"동성애자 그거 정신병자 아냐?"

"이슬람은 다 테러리스트야"

"그냥 죽어라"

"신상 털어 매장시키자"


문장을 쓰면서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김치녀, 성괴, 한남충, 맘충, 틀딱충, 진지충 등 성별과 세대를 넘어 서로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표현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거기다 팬데믹 이후 국가 간 인종 간 더 큰 분열과 혐오를 확산시키며 정치·이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혐오는 왜 생겨났을까?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 공통되게 존재하는 인간 감정의 본질적 이야기, 혐오의 인류사를 되짚는 석학들의 통찰 『헤이트』이다.



단순한 미움을 넘어 역겹고 더럽고 추악한 감정을 담고 있는 '혐오'는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으로 여성, 노인,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한 차별과 혐오 발언들이 줄곧 이어져왔는데, 특히 커뮤니티라는 집단적 공간에서는 마치 경쟁하듯 더욱 강한 표현들을 하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러다 경제·이념의 양극화 심화와 팬데믹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모든 것들이 불확실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력감과 허탈감, 우울감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문제의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며 해소하려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집단에 동참하고 혐오는 더욱 확산된다.


책 <헤이트>는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철학, 인류학 등 각 분야의 석학 9인이 모여 '혐오'라는 주제로 어떻게 혐오가 만들어졌는지 혐오의 흔적을 추적하며 강연과 토론을 통해 변화를 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혐오'에 대한 각 분야별 석학들의 공통적 이야기는 역사로부터 시작된다.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200년간 이어진 십자군 전쟁, 혼란스러운 세상에 분노의 대상이 필요했던 마녀사냥, 끔찍한 르완다 인종 대학살 등 수많은 사람들은 혐오의 역사 속에서 갖은 고문과 탄압으로 희생됐다. 그리고 매번 사람들은 묵인, 방관하고 암묵적으로 용인함으로써 비극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여러분들은 꼭 '희생양 이론'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가들이나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향하고 있는 분노를 이용할 때,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_본문 p.240


전쟁과 재난은 혐오의 감정을 더욱 확산시키는데 그 뒤에는 불평등과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혐오 대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700여 명의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계정을 만들어 이슬람이 불교를 위협한다며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러다 이슬람 남성이 여성 불교신자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가짜 혐오 메시지를 유포하면서 상황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달았고 결국 2016년 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살해되는 비극이 일어난다. 얼마 전 <다크 데이터> 책 리뷰에서 언급했듯 조작된 가짜 데이터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미얀마 로힝야족의 인종 학살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역사 속 뿌리 깊이 박혀있는 혐오 문화를 바라보며 편견과 편향된 생각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오는지 알 수 있었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욱 강하고 더욱 자극적이고 사람들을 더욱 분노하고 공포스럽게 만드는 거.

누가 됐든 상관없다. 누군가는 꼭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희생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따윈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혐오의 정서를 공유하고 증폭시켜 죄책감을 없애는 거.


어쩌면 우리는 오늘도 혐오 제공자들로부터 혐오 메시지를 받아 사회와 직장, 학교와 가정에서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행동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 혐오의 역사부터 현재 온·오프라인 혐오 사례를 보며 나 또한 한쪽 정보만 받아들이고 함께 분노하고 행동하지 않았는지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혐오의 역사에서 바라봤듯 이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 확증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람은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다르다는 점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동등합니다. 이때의 동등함은 공평함 내지는 공정함을 의미합니다. 모든 인간은 결코 서로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자극이야말로 고질적인 혐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입니다.
_본문 p.269


정보 과잉 시대, 혐오 시대, 이 책은 강연뿐만 아니라 석학들의 토론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혐오의 시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제대로 된 문제 인식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거 같아 더욱 좋았던 거 같다.

책 속 QR코드나 유튜브를 통해 당시 강연과 토론 영상도 접할 수 있으니 많은 분들과 함께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잔혹하고 비극적인 혐오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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