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탁스코(Taxco)의 그림 같은 풍경
아찔하다, 이 도시를 모르고 살 뻔했다니!
‘엽서 그 자체'라는 흔하고도 뻔한 수식어는 이곳, 멕시코의 탁스코(Taxco)를 위해 만들어진 듯했다. 과거 은 광산으로 번성했던 도시이기에 관광 및 체험 콘텐츠가 가득하고, 내륙 산간 지대에 숨어있는 마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미모란.
멕시코시티에서 쉽고 빠르게 고속버스로 이동할 수 있고, 연중 내내 날씨가 온화하며 물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닌 탁스코. 멕시코에서 교환학생 또는 유학 중인 학생들,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에게 이렇게 완벽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멕시코시티에 거주했던 2021년과 2022년, 탁스코를 두 차례 홀로 여행했다. 이곳은 동굴 관광, 마을 전망대와 케이블 카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넘침에도 나는 '산책하듯 여행하기'를 택했다.
관광보다는 가볍게, 산책하듯 정겨운 마음으로 탁스코를 마주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탁스코만의 세 가지 매력 포인트를 귀띔해주고자 한다.
1. 산타 프리스카 성당
(Santa Prisca de Taxco)
탁스코를 여행한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1순위로 언급되는, 시내 어디에서도 시야에 들어오던 산타 프리스카 성당의 모습. 탁스코 도심의 모든 집들은 흰 외벽과 주황빛 기와지붕 등 클래식하면서도 단순한 외관을 띄고 있다. 산타 프리스카 성당은 이와 대비되는 생김새가 참 인상적이다.
거친 모양새의 첨탑과 빈티지한 파스텔톤 별 무늬의 돔이 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이다. 햇볕 아래 빛나는 성당의 모습은 외지 출신의 방문객은 물론, 그저 지나가는 행인의 눈까지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워낙 건물의 규모가 크다 보니, 시내 어느 곳에서도 쉽게 성당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멋들어진 뷰를 즐기고자 한다면 소칼로 광장(Zócalo)에 위치한 루프탑 바 또는 레스토랑에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낮과 해질녘, 늦은 밤 언제든 산타 프리스카 성당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2. 골목을 누비는 올드카 보쵸(Vocho)
독특하게도, 탁스코를 누비는 택시의 90%가량은 유명한 클래식 카 '딱정벌레 차'이다. 멕시코인들은 이 자동차의 브랜드명을 따 '보쵸(Vocho)'라고 부른다.
이 올드카가 탁스코의 주요 교통수단이 된 이유는 돌바닥과 좁은 비탈길이 대부분인 탁스코 시내를 누비기에 적합하고, 세 시간여 떨어진 인근 도시인 푸에블라(Puebla)에 이 자동차의 생산기지가 위치해 차량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딱정벌레 택시의 탑승료는 승하차 장소 및 거리에 상관없이 50페소(약 3,500원)이다. 올드카인만큼 안정적이지 못한 승차감에 우려 섞인 표정을 짓노라면, 택시 기사는 'No pasa nada(문제없어)'를 외치고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승객을 안심시킨다. 실제로 매우 안전하고 튼튼한 교통수단이라고 하니, 탁스코를 여행하게 된다면 한 번쯤 보쵸를 이용해보는 게 어떨까?
3. 다채로운 로컬 음식
멕시코는 광활한 영토만큼이나 지역별로 상이한 식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탁스코는 멕시코의 중서부 산간 지대에 위치한 마을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육류와 버섯을 다채롭게 활용한 로컬 음식이 흔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뷰가 훌륭한 식당들이 많아, 한 곳을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면 믿어지는가?
탁스코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식당은 Restaurante La Hacienda이다. 멕시코식 전통 레시피를 계승하되, 현대적인 요리법과의 균형과 융합을 표방하는 곳으로, 토마토 칠리 베이스 수프 소빠 아스테카(Sopa Azteca)와 안창살 스테이크 아라체라(Arrachera) 모두 수준급이었다.
멕시코 전통 식당에 방문하면, 각 식당만의 재료를 조합해 그 자리에서 살사(Salsa)를 만들어 제공하곤 한다. 이 식당의 경우 처음 들어보는 식재료를 넣어줄지 묻길래, 그게 무엇이냐며 반문하니 볶은 노린재를 보여주더라. 나는 곤충 공포증이 있어 극구 사양했지만, 도전 정신이 강한 이라면 노린재를 추가한 살사를 맛보면 어떨까?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식당은 Hotel Los Arcos의 파티오(건물 내부 천장이 뚫린 중앙 정원)에 위치한 Sotavento Restaurante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표방하지만,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멕시코식 해석을 곁들인 디쉬를 제공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산간 지방에서 자라는 허브를 곁들인 수제 버터, 갓 구운 빵, 투박하게 구운 알감자에서 온정이 느껴졌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라는 크림 버섯 스테이크 역시 어딘가 푸근하고도 익숙한 맛인 듯했다.
처음 이 식당을 방문한 날, 지난밤의 과음으로 아직도 머리가 아픈 상태라고 말하니 '해장에 딱 좋은 메뉴를 준비해 주겠다'라며 맑은 버섯 수프를 제공해 준 서버. 매운 음식을 잘 먹냐고 묻고는 매콤한 실고추와 살사를 곁들여 주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버섯 해장국은 숙취뿐만 아니라 여독까지 남김없이 녹여 주기에 충분했다.
홀로 여행해도 전혀 외롭지 않았던 '멕시코시티 최애 근교도시' 탁스코. 대도시에서 거주하며 지친 몸과 메마른 마음을 달래주던 아름다운 야경과 하얗게 빛나던 골목, 눈앞이 아득하도록 푸른 하늘이 이따금 생각나곤 한다.
멕시코시티 인근에는 피라미드로 유명한 테오티우아칸, 알록달록한 골목으로 유명세를 탄 푸에블라 등 여행할 소도시가 많지만, '관광'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산책'하며 마음을 비우기에 좋은 장소를 찾는다면 탁스코만 한 여행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멕시코의 온화한 미소를 마주하고 싶다면, 당신도 가벼운 운동화와 편안한 청바지 차림으로 탁스코로 떠나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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