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라그나로크: 해적에서 해군의 시대로
며칠 전 스타트업의 시대는 끝났다 라는 글을 봤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에 종사자로서, 마음 편한 제목은 아니었지만, 설득적이었다.
이후 약 한달 뒤에 문득 든 생각(이자 결론)은 이렇다. 스타트업의 시대는 (당분간) 끝났다.
현재 소위 말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기준은 뭘까? 자본주의 사회의 영웅들은 기업가의 가면을 타고 투자금이라는 백마를 타고 나타난다. 그 백마의 이름은 ‘유니콘 기업’이다. 현재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중국이다. '혁신적인 스타트업' 하면 바로 떠오르는, 페이스북과 드롭박스는 모두 전설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와이콤비네이터가 제2의 페이스북과 드롭박스를 계속 배출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도 그들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트업은 변함없이 페이스북과 드롭박스이다.
왜 페이스북과 드롭박스 이후,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배출되지 않을까?
현재 스타트업의 성장들을 촉발시킨 스마트폰 플랫폼 하에서, 이미 나올 혁신은 모두 나왔기 때문이다.
우버라는 기업의 아이디어는 전후 10년동안 비슷한 아이디어의 기업들이 있었지만, 가장 안정적으로 플랫폼 성장세의 도움을 받은 우버를 시장이 선택했다.
역으로, 현재는 플랫폼 하에서 달콤한 체리들은 이미 유니콘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거둬간 후다.
결국 위에서 스타트업의 시대가 ‘당분간’ 끝났다고 전제를 붙인 이유는, 좋든 싫든,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결국 현재의 이 추세가 계속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무엇이고 언제 세상으로 나올지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스타트업들의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다. 성장동력을 원하는 ‘혁신’의 선배들, 소위 대기업 및 유니콘 기업들은 계속해서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길 원할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은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결국 추후 몇년동안의 스타트업들은 차고에서 시작하고 IBM에 반기를 드는 ‘애플’과 같은 해적이 아닌, 대규모 자본집단이 설치해 놓은 ‘교본’에 따라서 철저히 훈련된 해군이 메인 스트림이 될 것이다.
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앞의 내용대로 시대가 흘러간다고 해서, 필자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플랫폼(스마트폰)과 서브플랫폼(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수명은 끝나기 마련이며, 뒤집어 생각해보면 수명을 다함으로써 다음세대의 새로운 플랫폼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결국 끝(라그나로크) 이후 새로운 플랫폼의 세상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