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본 일을 한다는 것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나요? 어느새 논산살이, 로컬 생활에 적응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해보니, 벌써 논산에 온지도 한 달 하고도 20일 정도 지났습니다. 시간의 흐름 무엇?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논산에서 삶은 꽤나 좋습니다. 물론 서울처럼, 수도권처럼 '힙'하고 멋진 공간은 적습니다. 아직까지 애정 하는 카페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백반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발견했고 어느새 단골이 됐습니다. 사장님은 하루 정도 걸러서 가면 '왜 어제 안 왔냐?'라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죠. 퇴근한 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러 가지 나를 위한 시간이 생겼다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입니다. 서울에서는 가족과 같이 살다 보니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집밥을 먹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백종원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며 계란밥, 김치볶음밥 등 만들어 먹으며 요리에(요리라 쓰고 소꿉장난이라 읽지요)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논산에, 지역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논산살이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고 적응해야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습니다. 지난번 '어쩌다 로컬 생활, 프롤로그'편에서 논산에 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고 그 도전에 함께 하기로 결정하면서 논산까지 오게 된 거죠. 한동안은 사무실 없이 일했습니다. 왜냐하면 공간이 다 완성이 안 됐었기 때문이죠. 이때 팀장님이(지금은 센터장님) 늘 하시던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허니문 기간이에요'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지금은 공간이 완성됐고, 여러 집기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2층짜리 약 200평 규모의 공간을 세팅하다 보니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하나 설치하는데도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통신 회사와 연락을 취해 가입하고 싶은 상품 상담을 받고, 설치 기사님의 일정을 조율합니다. 설치 기사님이 일정에 왔는데 메인선이 있는 곳이 계단 근처라 난간 공사로 인해 문을 열 수 없습니다. 결국 건물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오게 됩니다. 그동안 저는 공사 담당자와 얘기하며 난간을 잠시 제거해달라고 조율합니다. 기사님이 다시 오셔서 건물을 확인하니 전주(전봇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로에 새롭게 전주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는 조율해야 할 게 많아서 다른 통신사를 알아보게 됩니다. 위 과정을 다시 거칩니다. 이번에는 난간이 제거되어 있어서 수월하게 기본 세팅을 마무리합니다. 근데 설치 기사님이 오시더니 이 정도 규모라면 지금 상품으로는 인터넷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상품을 알아보게 됩니다. 영업 직원이 오셔서 재상담을 받고 상품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인터넷은 설치가 안 됐습니다.
논산에서 해보지 않은 일들을 여럿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설치뿐만 아니라 공간 매뉴얼 준비, 홈페이지 기획, 공공요금 납부, 화재보험 가입 준비 등 말이죠. 공간 하나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생각을 읊조리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제 내가 이런 일을 해보겠냐?'라는 긍정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든 처음 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누가 해보지도 않은 일을 잘하겠습니까?
어렵기 때문에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겁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공간 세팅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자의든 타의든 해보지 않은 일, 처음 접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죠. 저는 한 뼘 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한 뼘 더 성장했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세팅이 끝나면 뭐해야 할까요? 달려 나가야 합니다. 언제까지 출발선에서 달릴 준비만 할 수 없습니다. 허니문 기간을 끝난 겁니다. 적응도 끝났으니 이제부터 달릴 겁니다. 새로운 팀원들도 합류했습니다. 둘이서 하던 일을 넷이서 함께 하게 됐고 곧 다섯, 여섯이 함께 하게 될 겁니다. 기대가 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섯이 나을 거니까요. (낫겠죠?) 이제 본격적인 논산살이가 시작될 거 같습니다. '어쩌다 로컬생활'은 논산에서 일 하며 겪는 크고 작은 일, 일상을 보내며 겪는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남겨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