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기 위해 시작한 패션

by 잭옵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웠다." 창세기 3장 7절


패션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들이 실존적으로 패션 산업에 내던져진 순간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다급한 나머지 무화과 나뭇잎을 선택했겠지만

그들은 무화과 나뭇잎으로 부족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줄기는 어느 정도 유연하며 질기고 묶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잎사귀는 부끄러움을 다 가릴 정도로 크고 표면이 매끄러워 살짝 빛을 반사해 상대가 똑바로 볼 수 없으면 좋다.

당연 피부에는 자극이 없어야 한다.

또 특히 동물이나 곤충이 좋아하는 식물은 성가시다.

꽃이 있어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면 더 감각적인 옷이 된다.

잎, 줄기의 색깔이 보통 식물들과 다른 색이라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잎사귀의 모양은 나만의 감성 표현에 유리하다.

잎이나 줄기에서 향기가 난다면 상대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잎사귀를 먹을 수 있거나 열매가 있다면 배고플 때 간단한 요깃거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인간은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 옷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도구가 되었다.

처음엔 숨기기 위해 입었지만,

지금은 보이기 위해 입는다.


창세기 패션.png


작가의 이전글최초의 자유의지 random.ra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