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내가 놓친 오늘들》 중에서
계절이 바뀌던 어느 날, 집안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박스를 치우게 되었다.
구석에 잘 보관해 두었던 박스 안에서, 어릴 적 쓰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글씨는 여전히 삐뚤빼뚤했고,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감정만 가득 담긴 두서없는 낙서 같은 페이지도 있었고, 세상만사가 귀찮았는지 몇 줄만 쓰고 말았던 미완성의 기록들도 있었다.
그러다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커서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릴 땐 세상 물정을 몰랐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모든 게 쉬워 보였다.
하지만 10대가 지나고 20대가 되면서 ‘현실’이라는 단어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즈음, 나는 꿈을 일기장에 고이 접어 넣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꿈만으론 안 되겠구나.”
이 생각이 들자, 나는 점점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머릿속을 채운 하나의 문장.
“돈을 벌고 싶다.”
생활을 하고, 꿈을 이루고,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 내 꿈은 단순했다.
‘돈을 벌자.’
내 적성도, 원래의 꿈도 모두 뒤로 한 채
능력 없는 백지상태의 내가 선택할 수 있던 유일한 길.
그건 주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걷고 있던 길, ‘회사원’이었다.
스펙도, 경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다행히 시작할 수 있었던 회사 생활.
상사와 선배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견디며 월급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첫 월급을 받던 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그 소중한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조심스레 통장에 넣어두었다.
재테크 같은 건 생각조차 못 했다.
‘돈’이라는 것이 너무 귀하고 소중했기에, 그저 아끼고 모으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회사를 향한 열정도, 일에 대한 의욕도 점점 사라졌다.
물론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SNS,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꼭 회사원이 아니어도, 인생의 길은 존재한다는 것을.
한때는 회사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그 꿈도, 나이와 환경, 그리고 능력의 한계로 인해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오래된 일기장에서 찾았던 그 문장을
다시 꺼내 보았다.
어릴 적의 내가 꾼 그 꿈을, 이제는 ‘버킷리스트’에 넣어보기로 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시도는 해보자고 다짐했다.
물론, 현실이 여전히 발목을 잡기에
모든 걸 걸고 도전할 순 없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그 어릴 적 일기장에 다시 덧붙여 적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기분으로.
그 꿈을 꿔준 것에 대해 고마워.
늦었지만, 그 꿈을 다시 이어 나가볼게.
– 너의 꿈 덕분에 행복해진 내가 –
라고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다면, 다음 글에서 다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