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는다.
연말이라 헤비 한 음식으로 가득한 요즈음.
집에서 먹을 때라도
최대한 간편하게 차려 먹는다.
몇 숟갈을 뜨다가 생각한다.
이쯤이면 되었겠지.
양이라도 조절하려고 그만 먹을 생각이다.
의지를 담아 젓가락을 내려놓지만,
한 번 붙어버린 관성은
어느 것보다 수저를 가볍게 만든다.
결국, 한참을 식탁에 머무른다.
간소한 음식이라 할지라도
이것저것 반찬을 꾹꾹 먹다가
포만감이 느껴질 때면,
무거운 죄책감에 그제야 수저를 내려놓는다.
수저가 죄책감처럼 무거웠으면,
죄책감이 차라리 수저처럼 가벼웠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한 감정만 가득한.
의지만 간소해져 버린
간소하지 않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