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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준 May 17. 2021

우리가 돈이 없지, 능력이 없나? 자존심이 없나?

작은기업 대표로 살아가기

정확히 1주일 전.

나라장터를 보고 우리회사가 수행 하면 좋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입찰을 발견하여 여러날 팀원들과 제안서를 쓰고 제안발표를 하고 준비와 기대 했던 입찰의 결과 '1순위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모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1억원 가까이 되는 교육과정 기획과 운영사업을 6명 규모의 우리회사가 우리 보다 훨씬 큰 회사들을 4개나 이기고 수주 했다는 소식은 저와 모든 팀원들이 기뻐하고 흥분 할 정도의 사건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사업담당자와 기술협상 일정을 조율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기술협상에 대한 일정을 알리는 공식 문서와 내용이 담당자의 메일을 통해 왔는데 함께 날아 온 일상적이지 않은 내용도 함께 왔습니다.

'귀사가 제안한 내용의 추가 적인 기획안과 내용'을 보충 해서 가져오라는 내용 하나와 우리 회사 인력들의 제안시 제시한 세부 이력에 대한 증빙, 이렇게 2가지를 요청 했습니다.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름 판단을 여러사람의 평가위원을 통해 했었고 발표평가와 질의 응답까지 했기에 추가 자료 요청은 조금 의외였지만 사업의 디테일을 위한 것이라 여기고 준비를 했고, 요청한 인력들에 대한 증빙도 준비해서 제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기술협상자리...

'귀사는 규모가 작고 직원들의 이력이 짧은데 이 일을 수행 가능하가?'로 시작 하더니,

4대보험 증명이 어떻고, 이 인력은 뭐가 어떻고 저 인력은 왜 이력이 이러냐 등등....

그러고는 우리가 제시한 교육 기획안을 모두 백지화 하고 자신들의 커리큘럼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가 제시한 자문위원들 보다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인력을 꼭 포함해야 한다.
우리가 제시한 교육방식은 맘에 들지 않고 '전 과정을 그래픽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우리가 제안 한 내용을 무시하고 자신들 입맛에 맞고 자신들 하고 싶은거 다 할테니 '수용'하라고 하는 말 이었습니다.

거기에 회사의 규모, 인력들의 능력 등에 대해서 자세히 묻고 검증을 하는 질문을 무려 5명의 사람들이 하였고, 저는 모두 답변을 했습니다.


협상을 하면서 이런 저런 말을 나누고 요구를 듣고 이에 대해서 방어의 답변을 하는 제 자신이 비참해 지는 기분이 들고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태도와 질문이 불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당히 제안서를 제출했고 발표 평가를 했는데 정작 기술협상에서는 모든걸 뒤 엎고 자신들 맘대로 내용을 바꾸고 무리한 요구를 해 대면서 '수용' 하던가 말던가 하는 태도는 마치 폭력배를 만나서 일방적으로 당한 느낌이 들었고, 나름 작은 기업이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살아온 저와 저희 팀원들은 한 순간에 무능하고 검증이 필요한 대상이 된 듯한 분위기는 불쾌하고 화도 났습니다.


결국 협상은 당일에 이루어 지지 못했고, 이런 저런 추가적인 불쾌함과 자존감 상하는 일을을 겪고 오늘 저는 공공기관에 '협상포기' 공문을 보냈습니다. 애써 준비하고 노력한 입찰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죠.


대체 모든 내용을 미리 제출한 것인데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 한 것일 텐데, 차라리 1순위로 선정 하지나 말지....며칠 동안 이 무슨 낭비란 말인가요?


작은기업 대표로 산다는 것은 이렇듯 '무시'와 '질타' 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작은 규모의 회사가 그 일을 했을까? 라는 의심의 눈초리와 시선...

작은기업 직원은 경력조차 의심받고 그에 대한 증명을 요구 받는 세상...

니 까짓 조그만 녀석들이 뭘 한다는 거냐? 한마디로 이거죠...


조폭영화를 보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라는 말 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능력이 없나? 자존심이 없나?

개인이건 회사건 외향과 스펙을 보고 판단하는 이 사회의 허상이 싫고 더구나 그런 방식으로 일 하는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은 더욱 환멸과 실망이 느껴집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작은기업 이기에 오히려 더 노력하고 준비한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무시하고 폄하하는 눈총과 편견은 진정 불쾌하고 분노가 일어납니다.


이 밤, 1억 가까운 사업을 걷어 차 버리고 여러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하지만, 맘은 시원하고 홀가분 합니다.

까짓것 사업은 많고 또 기회를 만들면 되니까요.


그놈의 스펙, 편견...징그럽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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