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잠긴 수도꼭지 같은 말

#2 뒤늦은 말하기 수업

by 발표탐구자

우여곡절 끝에 뒤늦은 말하기 수업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Z는 학창 시절 사람에 대한 상처로 마음이 닫혔다. Z가 가진 타인에 대한 마음은 셔터가 내려진 가게와 같은 상태였고, 그의 언어는 꽉 잠긴 수도꼭지 같은 것이었다.


수업의 목표는 Z가 마음의 셔터를 올려 타인을 마주하고, 꽉 잠긴 수도꼭지를 나와 함께 돌려 '말'이, '대화'가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심리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었지만, Z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경험 덕분에(?) 수업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우주와 같이 개개인이 다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면 같은 문화와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후자에 기대를 걸었다.


테스트 미팅 이후 두 번째 만남이지만 여전히 좀 어색한 상태였다. Z의 대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과 독백과 같은 나의 얘기로 Z와 나의 교집합을 계속해서 찾아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눈이 동그래지는 Z의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해댔(?)다. Z가 나의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말하는 중간중간 Z의 그 의지에 대한 칭찬을 여러 번 했다.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 외에는 타인과 1:1로 대면하고 있는 것도 어색하고 힘들었을 테니까. 또 타인에게 칭찬이란 '말' 자체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먹힐까?


전체 시간 중 내가 95%, Z가 5%를 이야기한 첫 번째 말하기 수업이 끝났다. Z는 다음에도 또 나와 만나자고 할까? 수업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이 시간들이 Z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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