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표탐구자 Sep 20. 2022

꽉 잠긴 수도꼭지 같은 말

#2 뒤늦은 말하기 수업

우여곡절 끝에 뒤늦은 말하기 수업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Z는 학창 시절 사람에 대한 상처로 마음이 닫혔다. Z가 가진 타인에 대한 마음은 셔터가 내려진 가게와 같은 상태였고, 그의 언어는 꽉 잠긴 수도꼭지 같은 것이었다.


수업의 목표는 Z가 마음의 셔터를 올려 타인을 마주하고, 꽉 잠긴 수도꼭지를 나와 함께 돌려 '말'이, '대화'가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심리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었지만, Z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경험 덕분에(?) 수업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우주와 같이 개개인이 다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면 같은 문화와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후자에 기대를 걸었다. 


테스트 미팅 이후 두 번째 만남이지만 여전히 좀 어색한 상태였다. Z의 대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과 독백과 같은 나의 얘기로 Z와 나의 교집합을 계속해서 찾아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눈이 동그래지는 Z의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해댔(?)다. Z가 나의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말하는 중간중간 Z의 그 의지에 대한 칭찬을 여러 번 했다.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 외에는 타인과 1:1로 대면하고 있는 것도 어색하고 힘들었을 테니까. 또 타인에게 칭찬이란 '말' 자체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먹힐까?


전체 시간 중 내가 95%, Z가 5%를 이야기한 첫 번째 말하기 수업이 끝났다. Z는 다음에도 또 나와 만나자고 할까? 수업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이 시간들이 Z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