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세 명의 아마추어 프레젠터가 동일한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프레젠테이션 자체가 너무 힘들다. 벌벌 떠는 것을 넘어 횡설수설의 극치다.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있을 텐데, 그마저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를 보는 청중도 참 힘들다. 도와주고 싶다.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프레젠터나 청중이나 프레젠테이션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B는 자신이 프레젠테이션을 엄청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대표적 특징이 '건들건들'이다. 발표 중 필요 이상의 제스처, 잦은 위치이동, 부드럽게 소화하지 못할 쓸데없는 멘트 등이 그런 것이다. 본인 머릿속으로는 세련되고, 자신 있고, 조금 더해 여유 있는 프레젠터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랬을 거다. 그런데 청중입장에서는 '산만'하고 '어색'하다. 멋지지 않다. 너그러운 청중이라면 발표 콘텐츠에 집중하려 하겠지만 흐물흐물, 건들건들 거리며 불필요한 말을 섞어하는 모습이 특히 청중이 평가자의 입장이라면 절대 +를 줄 수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 아마추어는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 있다.
유명한 마케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의 특강을 들은 적 있다. 그는 슬라이드를 띄어 놓고 하는 프레젠테이션식 강의를 하던 중 갑자기 비어있는 맨 앞자리 책상에 한쪽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러곤 꽤 오래 강의를 진행했는데. 개인적 판단이지만 그렇게 꼴사나워 보일 수 없었다. 뭔가 청중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화적인 강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화자와 화면 사이가 벌어지면서 시선도 분산되고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강의를 나갈 정도의 프로라면 실수한 것이라 생각한다.
C는 A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스크립트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했고 열심히 외웠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멋진 제스처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 준비한 것의 7~80%만이라도 소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도 그랬다. 덜덜 떨리는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다소 경직되어 보일지언정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는데 힘썼다. 청중은 방해요소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아마추어 A, B, C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A는 무대공포부터 극복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부분이 아니니 넘어간다. C는 PT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B와 같은 실수는 왜 나올까? 본인 만의 착각도 착각이지만 발표 시 본인의 모습이 어떤 지 제대로 몰라서, 본인의 모습을 제대로 못 봐서인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촬영이 쉬운 시대가 어디 있나? 휴대폰 삼각대 정도는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객관화해서 보면 본인이 얼마나 오버하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젠터여! 우리 자신부터 찍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