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향은 해외파견에 맞을까?
개인적으로 해외파견교원은 일반적인 한국어강사의 직업군과는 다른 직업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국어 학습자들만 봐도 다문화가정, 유학생, 결혼이민자, 재외동포 등 학습자 유형의 차이가 큽니다. 그러면 한국어강사의 역할도 학습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파견교원은 한국어강사의 역할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군으로 뷴류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세종학당만 보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체계를 따르고, 개별 학당도 비영리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에서 한국어강사로 일했을 때와 파견교원으로 해외에서 근무했을 때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경험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단 영리 목적 기관과 비영리 목적 기관 소속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말하는 근무 환경도 공기업, 사기업을 구분되고 그에 따른 조직 문화나 직원들의 성향도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어강사라는 직업 자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 정도만 갖추고 있다면 나는 어떤 기관에 소속되든지 다 똑같은 한국어강사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큰 착각입니다.
국내의 한국어강사의 주요 학습자의 층위에서 유학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기관들은 대부분 영리 목적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활발하게 한국어 파견교원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만 살펴봐도 세종학당, KOICA(코이카), KF국제교류재단, 국립국제교육원 등인데 주로 비영리 목적이거나 공익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저의 해외파견 교원 생활을 돌아봤을 때, 국내에서 언어교육원 한국어강사 생활을 비교하면 공통점은 '한국어를 특정한 교수법을 가지고 가르친다'는 행위 자체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 행위 자체는 공통적으로 한국어 강사의 핵심 역할이자 요구되는 핵심 역량의 범주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정말로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한국어 파견교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솔직히 '한국어'보다는 '파견'인 것 같습니다. 앞서 강조한 내용이긴 하지만 정말로 파견직에게 '적응력'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제가 파견된 국가는 개발도상국이어서 다양한 NGO기관의 파견직원들이 많았습니다. 해외에서 만난 이분들의 성향은 제 기준에서는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로요. 혼자 외딴 오지의 거주지에 살아야 해도 열악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돼도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분들의 적응력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물론 모든 NGO직원들이 다 그런 성향을 타고났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NGO직원들은 각 조직에서 일하면서 겪는 고충에 토로하더라도 자신의 개인 생활 적응 문제를 힘들어하며 고민하는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분들에게는 애초에 열악한 환경에서의 적응이 힘들다는 판단이 있으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고민들은 충분히 하고 나서 이 직업의 길을 걸어갔을 겁니다. 불편하고 어려운 환경을 굳이 찾아가서 돕는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온 사람인데, 나에게 편하고 익숙한 방식이나 환경을 고집하고 있다면 이상한 일이겠죠. 마찬가지로 한국어 파견교원도 진지하게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 직업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 파견교원을 희망하는 분들이 단순히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적립할 수 있는 마일리지 같은 기회로 접근하진 않으면 좋겠습니다. 쉬운 접근에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호기심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호기심을 신중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자기를 위해서나 주변을 위해서나 더 좋은 접근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본인의 성향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습니다. 다행히 좀 바뀌게 되더라도 바뀌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오랫동안 쌓은 습관이고 생활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중요한 목적을 깨닫고 그 목적을 위해서라도 바뀌겠다고 결단해도 순식간에 바뀌진 않습니다. 절대 안 바뀐다는 말이 아닙니다. '쉽고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죠. 다시 말해 생각보다 너무 어렵고 너무 느리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특히 비영리 목적이나 공익 목적의 파견직은 첫째는 이 목적에 대한 사명을 이해하고 기꺼이 따를 사명감이 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둘째는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내 성향이나 자질이 잘 갖춰졌는지도 중요합니다.
본인이 솔직히 청결이나 위생에 민감하고 잠자리도 예민하고 먹는 것도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해외파견과는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성향인 겁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향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해외파견직에서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주변에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본인의 어려움을 감수하는 도전은 개인적인 성장면에서 너무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해외파견교원에게도 팀워크가 중요한 업무가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피해가 되지 않을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개인 생활 적응에 골몰하느라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면 그 선택을 안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신중함이 모든 것에 '포기'를 하게 하는 선택으로 귀결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수행'을 훨씬 더 그 목적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결정할 때도 많습니다.
반드시 내 인생에서 어떻게든 파견생활을 도전해 보고 싶다면, 적어도 근무 기간 동안만이라도 마음이 아주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평소의 내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 각오를 하고 연기를 해서라도 바꾸고 사는 게 현명합니다. 고통스러워도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버틸 수도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리한 인프라와 방식과 계속 비교하면서 낯선 문화나 생활에 대해 불평, 불만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낭비입니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사람이라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바람직합니다. 너무 아깝습니다.
본인의 성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도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대책'을 세우도록 방향 설정을 조정하면 됩니다. 이 대책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좋은 대책을 세우려면 문제 파악부터 확실히 하는 게 현명합니다. 본인의 성향 파악을 스스로 진중하게 파악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합니다. 본인을 평소에는 소중하게 여기더라도 때로는 냉정하게 조언도 해줄 수 있는 분들이라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겁도 없다, 무던하다, 털털하다' 등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면 해외파견교원이 체질일 겁니다. 체질이 아니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저도 체질은 아니었습니다.
해외파견은 해외여행에서 난이도가 올라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여행이 아닙니다. 자유 여행, 배낭여행도 아닙니다. 외국인으로서 최소 1년 이상 장기 거주를 하면서 대가를 받고 일을 하는 '근무'입니다.
저는 정말로 바라건대 선생님들의 한국어 파견교원 생활이 선생님 스스로를 아프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을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고 주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한국어 파견교원 생활은 정말 가치 있는 경험입니다. 저에게도 이제껏 전혀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겪게 되는 일도 존재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어강사라면 모두가 경험해봤으면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한다고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가 아닐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하시라는 말씀밖에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파견교원 지원하기'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실제로 파견교원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