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넓고, 꼬리가 긴 생각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 그럴 리 없다. 분명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는, 뭔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점들이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시기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차분한 말투를 가진 사람들은 알고 보면 꼭 믿을만한 사람이더라는 경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실은 아무 상관없겠지만,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날은 늘 기분이 좋고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맞으면 아프니까
맞으면 아프다. 이런 건 인과관계다. 먼저 일어난 일이 원인이고 나중에 일어난 일이 결과다. 우리는 앞으로도 결과를 예측하고 싶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발견해내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문제집이 아니고 공략집도 없다. 이러이러한 해석이 일반적이다라는 일반론도 의미가 없다. 보통 이러하더라 라는 예측에 들어맞는 상황이 100가지 중 50가지라고 해도, 나머지 절반은 예측을 이탈한다. 공식이 없다. 삶의 아주 사소한 문제도 실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절대로 답을 알거나 원리를 해설해 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흘러가는 대로 흘러 다니며 멍하니 삶을 살 수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원시시대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하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인과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해, 안심하기 위해서.
부자들이 더 착하다고?
부자들이 더 마음이 여유롭다. 이런 건 상관관계다. 이 문장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와 이유 서너 가지가 동시에 떠오르면서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 아닌가 라는 거부감이 들었다면, 혹은 경험 상 저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두 경우 모두 정상이다. 상관관계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보통 키가 크더라'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조금 모자란 사람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일정한 집단을 선정해서 키와 몸무게를 모두 조사한 다음 경향성을 살펴보면 분명 키와 몸무게가 비례하는 경향성이 발견된다. 키가 크다는 건 몸의 부피가 크다는 뜻이니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게 당연하다. 단지 키는 몸무게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니 저 문장에 들어맞지 않은 경우가 아주 많을 뿐이다. '금전적인 여유는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줄여줌으로써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처음의 문장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훨씬 거부감이 적고 믿을만한 하다. 상관관계 안에도 분명 인과관계가 숨어있다.
인과관계 찾아내기
상황을 관찰해 상관관계를 인지하고, 상관관계를 분해하고 탐구해 인과관계를 발견해내는 것.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니 분명 이점이 많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우리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진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들이다. 자신의 습관을 벗어나 균형 잡힌 눈으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탐지해내는 것부터가 인지력을 혹사시키는 도전과제다. 그러고 나서도, 두 가지, 혹은 서너 가지, 혹은 열댓 가지 사건들의 특징들을 잘게 분해한 뒤, 몇몇 특징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가정하고, 그게 상황을 잘 해석해주는지, 다음에도 그럴지, 약간 다른 경우에도 들어맞을지, 충분히 신뢰할만한지, 만족할만한 해설이 나올 때까지 시뮬레이션 해봐야한다. 상황이 복잡하거나 중대할수록 이 과정은 길어지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된다.
너무나 피곤한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상관관계를 발견했을 때, 그 자체를 인과관계로 받아들이거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들어맞는 징크스, 혹은 보다 보니 그러하더라라는 경향성 그 자체로 받아들이곤 한다. 물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관관계 정도에서 만족할리 없다. 인과관계를 찾기 위해 파고든다.
'운동을 시작한 뒤부터 체력이 좋아져서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걸까? 계속 운동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 운동을 결심한 걸 보면 애초에 내가 요즘 컨디션이 좋았던 건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 그것도 아니면 저녁에 운동을 하니까 각성된 상태로 잠이 들어서 깊게 자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점심쯤에 평소보다 더 피곤해지는 거 같기도 해. 일단 운동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당겨봐야겠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상관관계의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어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것은 생각 과잉인의 능력이다. 그 덕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 남들이라면 겪었을 시행착오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한다. 이렇게 들으면 마냥 좋은 능력 같지만, 어디까지나 그렇게 발견해낸 인과관계가 맞았을 때 이야기다. 생각 과잉인들은 생각은 서너 단계 이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서, 서른일곱 번, 서른여덟 번째 생각까지 이어지는 중에 남들이라면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미묘한 가능성에 꽂히기도 한다. 도저히 연결되어있을 리 없어 보이는 두 점을 끈질기게 바라보며 아주 약한 인과관계를 겨우 발견해내거나, 혹은 아무 소득도 없이 시간과 에너지와 기회를 낭비하기도 한다. 아니면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모두 담고 싶은 욕심에 지나치게 많은 점을 연결하는, 과도하게 복잡하고 너무나 특이한 인과관계를 설정해내기도 한다.
요컨대, 내가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영양제, 일조량, 뭘 먹었는지, 언제 움직였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운동 후 피로 해소 시간은 얼마인지,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 쿠션화인지 안정화인지,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운동을 하니 아침에도 개운하니 좋네.' 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되거나, 일과 중에 심하게 졸린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그때 운동하는 시간이나 운동 강도를 조절해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수개월이 지나면 자신과 잘 맞는 운동 루틴을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유튜브, 책을 뒤지면서 더 정확한 인관관계와 원리를 파악하는 게 장기적으로 자산이 되는 건 맞지만, 당장은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 물론 우리가 이 지나치게 활발한 정신 활동을 귀찮음과 지루함, 두통을 견디며 억지로 해내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생각이 드니 생각을 하고, 궁금하니 찾아보는 것뿐!
그런데, 운동 습관도 유지하면서, 더 정확한 방법을 빠르게 찾아가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물론이다. 둘 다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다면. 하지만 우리가 알고는 있어도 잘 느끼지는 못하는 바와 같이, 정신활동엔 에너지가 든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