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인으로 살아남기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자기 전에 했던 고민들이 떠오른다. 이미 했던 고민들을 한두 바퀴 정도 복기하면서 서서히 잠에서 깬다. 학교든 회사든 일정에 늦지 않기 위해 몸을 흐느적흐느적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아, 어제 늦게 잤더니 결국 오늘도 이렇게 피곤하구나, 역시 일찍 자야 해, 일찍 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이렇게 늦게 잠들다니 난 정말 자제력이 부족해, 이러다 건강이 점점 나빠질지도 몰라, 또래에 비해 건강하지 않은 거 같아, 운동을 좀 해야 하는데, 아침 운동은 도저히 못하겠고, 저녁에는 분명 또 피곤할 텐데, 회사에 다녀오면 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는 걸, 회사 다니는 것도 정말 지쳐, 기회가 있을 때 옮겼어야 됐어, 아니지, 옮겨도 비슷했을지도 몰라, 오늘은 회사에 가자마자 유관부서에 전화를 걸어야겠어, 마감 기한이 이번 달 까진에 아직도 회신이 없다니, 이러다 마감을 넘기면 또 다 내 탓이지, 그럼 또 계약팀에 아쉬운 소리 해야 할 테고, 아 맞다, 샴푸가 거의 떨어졌는데, 그러고 보니 핸드워시도 거의 다 써가고,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이렇게 깜빡하는 걸 보니 요즘 스트레스가 많긴 하구나, 퇴근하고 마트에 들러야겠어, 간 김에 장도 좀 보고 이제 집밥을 좀 해 먹어야지, 배달음식에 은근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니까.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서너 개의 생각을 숨 쉬듯 쏟아내며 샤워실로 걸어간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면서도 생각할 것이다. 집밥은 어떤 메뉴를 해 먹어야 간편하고 건강할지, 지난달보다 지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러고 보니 투자해둔 돈은 수익을 얼마나 냈을지, 가지 칠 수 있는 모든 곳으로 생각이 뻗어나간다. 고요한 아침에도 머릿속은 소란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지쳐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요 라며 생각 과잉을 호소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몸은 지쳤고, 마음은 불안하고, 신경은 곤두서니 당연히 생각도 많아진다.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누구나 쉽게 생각 과잉 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찾아온 생각 과잉 상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면 쉽게 사라진다. 다시 고요하고 느린 평화를 찾는다. 하지만 당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지, 생각을 아주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상태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더운 여름 가로수 길 아래를 걸을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원래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생각들을 조금 주절거리거나, 덥다, 찝찝하다, 녹음이 아름답다 정도의 생각을 하며 걸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지금도 익숙한 풍경에서 수만 가지 풍경을 떠올리고 있다.
여름, 지난여름, 같은 길을 걸으며 어제 했던 생각, 녹음이 우거졌던 영화의 한 장면, 햇살을 즐겼던 지난 휴가, 그때 읽었던 책, 그러다 갑자기 생각의 방향이 바뀌면서 사람은 왜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들을 고찰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자기 개발서 한 구절, 지식정보채널에서 봤던 인간의 온도 적응력에 대한 지식,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던데, 배달음식을 좀 줄여야겠어, 당분간 집밥을 해 먹어 볼까.
한 블록 정도 걸어갈 동안이면 시공간 서너 곳 넘나들다 지구를 걱정하는데 이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굳이 머리가 아프고 이마가 뜨끈한데 억지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게 아니다. 그냥 생각이 저절로 빠르게 이곳저곳을 널뛰며 뻗어나가는 것이다.
'머리 아프게 왜 그렇게 까지 생각해?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어봤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생각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잠시 생각을 멈춰보려고 해도 일 초 정도 생각을 멈춘 뒤, '이게 생각을 멈춘 건가? 보통 이렇게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한다고? 그게 어떻게 되지?'라는 '생각'만 들 것이다.
당신이 생각 과잉인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생각 과잉은 저주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하다. 우리는 단순한 본능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에 사고의 힘을 빌어 복잡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생각하는 능력은 얽혀있는 상황들을 해석하고 이해하게 해 준다. 파편화된 정보들을 그럴듯한 논리 구조 안에 담아내고 나면 뭔가 말이 되는 상황 속에 있다는 안정감이 든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성취, 좋은 관계 유지 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까지 결정하게 해 준다.
하지만 강력한 도구는 무엇이든 그러하듯, 생각은 위험하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도구는 무언가를 망가트리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중독되거나, 폐쇄 고리 안에 갇혀 같은 생각을 무한히 반복하거나, 상황과 맞지 않는 생각으로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작은 요소에 집중해서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하는 일이 빈번하다.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이해로, 잘못된 이해는 잘못된 행동으로, 잘못된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모두는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만 한다. 생각이 우리의 주인이 되어 우리의 삶이 그때그때 변하는 생각의 변덕을 따라 정처 없이 흘러가게 내버려 둬선 안된다. 모두에게 이러할진대, 하물며 생각 과잉인들에게는 어떻겠는가. 우리의 머릿속 생각은 덩치가 크면서도 재빠르다. 이곳저곳 널뛰다가도 한 곳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우리 자신에게 가장 많이 말을 거는 친구이자, 보살펴야 할 아이이자, 가장 따듯한 양육자이자, 가장 거친 독설가다. 생각을 길들이고 통제하고 바람직하게 키워나가지 않으면 그 꽁무니를 쫒다가 에너지와 시간을 다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각 과잉인들의 특징적인 사고 흐름들, 그리고 그 흐름이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면 위험할 수 있는지 살펴본 뒤,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들부터 마인트 세팅,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각 상황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하다 하다 생각이 많은 것에 대한 생각까지 많이 하게 된 한 사람으로서, 알게 된 것, 느낀 것, 유용한 태도와 방법들을 모아 모아 담아내려 갈 예정이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세상에서 생각 과잉인으로서 안전하고 안락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생각하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