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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un 29. 2020

코로나19, 100년 비즈니스를 무너뜨리다

언택트 비즈니스


2020년 5월 15일. 1902년에 설립된 미국의 J.C.페니J.C. Penney 백화점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100여 년 이상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유통업체였다. J.C.페니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판매하며 미국인들의 삶과 같이했다. 직원도 8만 5,000명에 달한 다. 하지만 J.C.페니는 코로나19로 2020년 4월 미국 전역의 매장을 폐쇄한 후,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주식은 주당 1달러까지 하락했고, 2006년 파트너십을 맺었던 프랑스 화장품 회사 세포라Sephora는 J.C.페니 체인점 내 매장을 철수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미국의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Amazon이 J.C.페니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지금 우리가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파산보호신청을 한 백화점은 J.C.페니뿐만이 아니다. 1907년 설립된 미국의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1879년 설립된 독일의 갈레리아 카우프호프GALERIA Kaufhof, 1778년 설립된 영국의 데번햄스Debenhams 등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그렇다고 이 백화점들이 명맥만 유지해온 업체도 아니었다. J.C.페니의 2019년 매출은 107억 달러, 니만 마커스는 36억 달러, 갈레리아 카우프호프는 26억 달러, 데번햄스는 35억 달러(2018년 기준)였다. 사실 J.C.페니는 100년의 역사만큼이나 인터넷 시대에도 잘 대응해왔다. 1998년에는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J.C.페니닷컴jcpenney.com’이라는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었고, 그해 온라인 매출은 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의류, 가구 분야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이 되었다. 고객만족도 역시 경쟁자 대비 낮지 않았다. 미국고객만족도지수를 보면 2019년 기준 노드스트롬Nordstrom이 79, 콜스Kohl’s 79, 메이시스Macy’s 78, J.C.페니 78로 경쟁자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J.C.페니닷컴에는 “쇼핑할 수 없다.”라는 공지만 있다. 



2007년 1,067개였던 매장 수는 2012년 1,114개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14년 1,062개, 2016년 1,013개, 현재는 846개로 급락했다. 한때 J.C.페니 매장은 2천 개 이상(1973년)이었다. 또 평방피트당 매출은 2017년 기준 121달러로 경쟁업체인 콜스 224달러, 메이시스 198달러, 노드스트롬 498달러 대비 낮았다. 특히 J.C.페니는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2011년에 애플스토어를 성공시킨 론 존슨Ron Johnson을 CEO로 영입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고 2012년,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후 2013년 4월 J.C.페니를 떠났다.




J.C.페니가 자신들의 위기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된 경영, 급격한 환경 변화는 J.C.페니를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이처럼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들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무너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의 위기는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했고, 점포 수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100년의 역사는 경영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무너졌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소매점 폐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J.C.페니의 경쟁자인 노드스트롬, 콜스, 메이시스도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이를 보면 지금 우리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1995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의 매각이다. 이 백과사전은 4400만 개의 낱말과 12만여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게다가 4천여 명의 저자가 참여했으며 편집제작비만 3200만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 방대한 지식이 집대성되어 있는 백과사전은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만 해도 지금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역할을 했다. 모르는 게 있거나 자세히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백과사전을 제일 먼저 찾아봤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768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1920년 당시 우편주문배달업체였던 지금의 시어즈Sears가 브리태니커를 인수했다. 1941년에는 시카고대학교 부총장이었던 윌리엄 벤턴William Benton이 다시 브리태니커를 인수했고, 비영리재단인 벤턴 재단에 회사를 유산으로 남겼다.



1990년 브리태니커의 매출은 6억 5000만 달러에 달했고,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CD롬CD-ROM의 등장으로 브리태니커의 매출은 급락하기 시작한다. 당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가격은 1,550∼2,000달러였다. 그런데 CD롬 백과사전은 가격이 50∼70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성공 기업의 딜레마》에서 말했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브리태니커는 저가의 CD롬 백과사전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출이 계속 하락하면서 결국 CD롬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고가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CD롬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면서 브리태니커는 결국 1995년 12월 스위스 투자자 야콥 자프라Jacob Safra의 투자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2012년 244년 만에 인쇄본의 생산을 중단한다. 브리태니커가 외부 환경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가치를 과소평가했을 뿐이다. 특히 PC, 인터넷 등 IT 기술의 발달 같은 외부 환경 변화로 경쟁의 논리가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영업망과 기존 제품의 개선에만 중점을 두다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지금 사람들은 구글, 네이버 등의 검색 사이트를 통해 모든 정보를 검색한다. 과거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품질이나 신뢰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빠른 검색, 간략한 내용이 중시되어 백과사전의 가치는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지 못했다. 국내에도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이 있었고 CD롬으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CD롬도 사라지고 지금은 두피디아라는 사이트만 존재하며 네이버 지식인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100년 역사를 자랑한 J.C.페니와 200년 역사를 자랑한 브리태니커의 몰락은 사실 시기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J.C.페니가 영위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은 꾸준히 하락세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브리태니커도 CD롬에 1차 타격을 받았지만, CD롬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발달로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시간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사전’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지식이 인터넷이란 블랙홀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단순히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사고를 가지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 점진적 개선을 하는 존속적인 혁신은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파괴적 혁신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을 다룹니다.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 등의 4가지 비즈니스 코드를 중심으로 언택트 비즈니스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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