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사고와 전략수립 방법
전략은 현재를 위한 것인가, 미래를 위한 것인가? 답은 당연히 후자에 가깝다. 물론 전략이 항상 미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예상치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수시로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은 기업의 장기 생존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수립된다. 장기 생존은 눈앞의 이익보다 영속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전략을 ‘큰 그림’을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지멘스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1847년에 설립된 지멘스는 세계 최초의 발전기와 대륙 간 전신망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바 있다. 이런 지멘스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전신과 전기 사업을 바탕으로 발전하던 중 사업 다각화로 인해 수익이 점점 낮아지고 2006년에는 뇌물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멘스는 GE와 마찬가지로 이길 수 있는 사업에 주력했다.
지멘스는 1998년 ‘10포인트 프로그램’이라는 구조개혁안을 통해 반도체 사업 외에 30여 개 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한다. 1999년에는 당시 매출의 50%를 차지하던 IT 사업에서, 그리고 2005년에는 세계 6위였던 핸드폰 사업에서 철수한다. 2007년에는 6%의 이익을 내던 자동차부품 사업까지도 매각한다. 이를 통해 지멘스는 산업 솔루션, 에너지, 헬스케어, 도시 인프라 등의 4대 핵심사업을 구축한다. 그 결과, 2011년 지멘스는 시스템 및 인프라 분야에서 98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당시 업계 1위였던 GE를 추월한다.
지멘스의 전략은 단순히 수익이 나지 않거나 관련이 없는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식이 아니었다. 지멘스는 2001년 ‘Picture of Future’라는 미래전망팀을 설치, 신사업 기회와 미래 기술을 발굴했다. 특히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이 높고 라이프사이클이 긴 사업을 지속발굴했다. PoF는 2004년 ‘호라이즌 2020’이라는 장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헬스케어를 유망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06년 데이드베링홀딩스(의료스캐너 업체) 같은 헬스케어 관련 기업 인수에 16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화력과 풍력 발전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원전사업에서 철수했다.
지멘스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2회(봄과 가을) PoF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3개의 주제에 대해 트렌드, 시나리오, 관련 세부기술 분야별 전망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현재는 에너지와 효율성Energy & Efficiency, 디지털화와 소프트웨어Digitalization & Software, 산업과 자동화Industry & Automation, 이동성과 자동차Mobility & Motors, 헬스와 웰빙Health & Well being, 사회간접자본과 금융Infrastructure & Finance, 연구와 관리Research & Management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럼, PoF는 어떻게 미래를 전망할까? PoF 과정은 내부 전문 컨설턴트가 주도하며, 각 사업부에서는 관련 전문가를 파견 TF를 운영한다. 특히 수시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데, 이 과정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자료 수집 및 분석, 외삽이다. 현재 시장에 대한 분석과 함께 이해당사자의 이슈, 사업영역별 기술 등을 파악해 중기까지의 분석, 예측, 모델링을 한다. 다음으로 확장분석이다. 트렌드 분석과 산업별 세부 영향 요인, STEEP(사회, 기술, 경제, 생태, 정치) 관점에서의 미래 영향 등을 평가한다. 세 번째로 트렌드 애널리틱스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여 모델링을 하고 각 시나리오에 대한 가설 도출, 미래 사회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비저닝이다. 연구결과에 대해 이해당사자와 함께 검증을 실시하고 세부사항을 구체화하여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지멘스의 PoF 과정은 결국 지멘스의 전략 수립 프로세스로 보인다.
지멘스의 사례처럼 현재의 전략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의 기본적인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쟁이나 기술발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졌고 이로 인해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해야 한다. 그래서 단기 ‘숫자’에 너무 매몰되면 한 치 앞을 못 보는 경영환경에서 도태되기 쉽다. 특히 숫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전략의 큰 그림을 간과하기 쉽다.
GM의 몰락을 다룬 『빈 카운터스』는 숫자에만 집착하다 보면 경영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동차사업을 하는 GM에게 제품에 대한 열정은 숫자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에 매몰되어 사업의 본질을 잃어버렸다. 전략도 마찬가지다. 전략을 말하면서 숫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략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한 기업이 어떻게 사업을 영속성 있게 유지하느냐다. 숫자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을 수립할 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전략에서 너무 분석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분석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선택이 앞서야 한다.
지멘스의 미래 비전 수립 프로세스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에 대한 분석을 넘어 ‘미래상’이 설정되어야 올바른 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상에 대한 설정은 양적분석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 전략 수립을 하다 보면 뭔가 하나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양적분석에 몰두하는데,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략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양적분석도 중요하지만 질적분석을 통해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주로 나가면 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처럼 줌아웃Zoom Out이 필요하다. 줌인Zoom In은 그다음이다. 현재 상황과 거리를 두면서 미래에 펼쳐질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전략의 큰 그림은 현재 사업영역의 기계적 확장이 아닌 현재 사업이 미래에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바뀔지를 보는 것이다. 현재 사업의 기계적 확장의 경우, 전략은 현재 관점에서 분석만 하면 누구나 현재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이 무엇이고,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경쟁할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전략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은 미래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본 글은 <전략수립의 신>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전략수립의신: http://goo.gl/t4dCT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