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동안의 콘서트를 돌아보며
* 직접 연출한 공연에는 밑줄 표기가 되어있습니다.
** 이 글은 2022년 8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고해상도>에 기고한 글의 원문입니다.
지난 이틀은
역사적으로, 음악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정말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정말 재밌었다는 거예요.
우리 재밌었죠, 그렇죠?
RM의 소감과, 멤버들의 뜨거운 눈물과,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3시간 여의 공연을 마무리하는 곡, <소우주>가 흘러나왔다. 6만 명의 반짝이는 별빛, 그리고 전 세계에서 생중계로 지켜본 14만 명의 별빛까지. 웸블리 스타디움은 공간이 담을 수 있는 크기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었다.
다시 돌아올 거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일곱 소년들은 무대를 떠났고 곧이어 불꽃놀이가 런던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2019년 6월 2일.
여름이었다.
2020년 2월 9일 에이티즈(ATEEZ) 월드투어 <THE FELLOWSHIP : BEGINNING OF THE END>의 서울 콘서트 마지막 날. 전날에 이어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연장을 찾았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 속에서 여러 공연들이 연기됐거나 취소되던 상황이었다 (9일 당일 국내 확진자 수는 27명이었고, 세계에서 5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았다). 코로나가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전혀 가늠하지 못한 채, 막연한 우려를 안고 가수도 스태프도 관객도 늘 그렇듯 공연장에 모였다. 함성을 지르지 말라고 한 적은 없었으나 어딘가 답답하게 조여 오는 마스크는 우리가 예전처럼 함성을 지르던 때와는 무언가 다르다는 걸 공연 내내 상기시켜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와 관객은 눈을 맞췄고, 같이 노래했고, 서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을 약속하며 아름답게 휘날리는 꽃가루 속에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에이티즈는 서울 공연에 이어서 3월과 4월에 유럽 7개국과 미국 5개 도시에서 회당 1만여 명을 동원하는 아레나 규모의 공연들을 앞두고 있었다. 데뷔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해외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에이티즈와 함께 하는 프로덕션 팀들도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BTS 투어를 함께 했던 팀들인데, BTS의 성장은 아티스트 자체의 성장만을 뜻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했던 한국의 프로덕션도 함께 성장했고 그 경험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자산이 되었다. 에이티즈 공연은 그 경험들을 갖고 준비했던 공연이었기에 더욱 기대하고 있던 투어였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못한 쪽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투어 첫 도시인 마드리드 도착 이후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정적인 뉴스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려왔다. 1만 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파리 공연은 프랑스 정부에서 1천 명 이상 되는 행사를 금지시키면서 취소되었다. 스페인 역시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다.
2020년 3월 12일, 원래대로라면 마드리드 공연장에 무대가 세워지고 있어야 할 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한 다음 날이었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2020년 4월 12일,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은 다른 때 보다 느낌이 달랐다. 투어가 취소되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올 때까지도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지…’하는 생각이었다. 가장 가까운 과거의 비슷한 경험이었던 메르스 대유행도 100일이 채 안되어 일상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을 뒤덮는 언택트라든가 온택트라든가 하는 혼란스러운 용어들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제는 뉴노멀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공연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4월 26일, 슈퍼엠(SuperM)이 온라인 콘서트 전용 플랫폼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7만 5천 명의 유료 관객이 관람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연일 대형 가수들이 온라인 콘서트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뉴스로 전해졌다. ‘새로운 가능성’, ‘대안’, ‘활로’ 등의 수식어와 함께 온라인 콘서트는 점차 사람들에게 뉴노멀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
“온라인 콘서트는 정말 기존의 대면 콘서트를 대체할까요?”
2022년의 우리는 온라인 콘서트가 대면 콘서트를 대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다. 단적으로 온라인 콘서트 전용 플랫폼인 ‘비욘드 라이브’는 그간 좋은 온라인 콘서트들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개최된 단독 공연들 중 온라인 전용인 것은 전무하다 (모두 대면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면 콘서트 대비 온라인 콘서트는 회차가 적고 MD 상품 등의 부가 수익이 적어 매출이 제한적이라는 점, 온라인 관람 경험이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은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답을 알고 문제를 접근하는 건 쉽다. 그래서 답을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지난 2년 동안의 고민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지금의 결론을 연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는 콘서트 연출자의 입장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부딪혔던 어려움과 나름의 해결 과정을 풀어보고자 한다. 그러면 미래에 또 다른 질문이 주어졌을 땐 좋은 답을 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2018년(좌)과 2020년(우)에 Talyor Swift(테일러 스위프트)는 1위를 기록으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투어 수입이 없어지면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순위에 올린 가수들 대부분은 공연 수입이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한다.
현장에 관객이 없다는 사실은 공연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 가장 힘든 건 아티스트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전문 방송인이 아니고, MC 없이 콘서트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관객이 없는 온라인 환경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슈퍼엠(SuperM)이 세계 최초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에 앞서 2020년 4월 12일, 온라인 전용으로 준비하여 공개된 공연은 EXO 수호의 <SUHO ONLINE FANMEETING “O2asis”>가 첫 사례다. 팬들은 현장 반응이 없어 현타 맞는 수호가 귀엽다는 반응이었지만, 수호가 팬미팅 도중 세훈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수호가 관객 없는 환경에서 홀로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다.
세훈: 소리가 안 들리는데?
수호: 무슨 소리?
세훈: 팬들.
수호: (크흑) 팬들…. 이 지금 어디 있는 거냐…
그니까 지금 온라인으로 팬미팅을 하고 있어서 세훈아.
세훈: 아~ 맞다 맞다. 온라인으로 한다 그랬지.
수호: 아무도… 없어… 여기는… 지금….
세훈: 소리 한 번 질러요 여러분!
????: …
사라진 관객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팬들의 화상참여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경험이 매끄럽지 못한 점, 화상 연결로 보는 화면과 온라인 콘서트 중계 화면의 시간 차로 인한 시청의 불편 등의 여러 단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온라인 콘서트를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온라인 콘서트에 팬들의 화상 참여를 활용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활용하지 않았다. 관객 자체를 온라인으로 옮겨오겠다는 접근보다는 아티스트에게 관객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어색한 환경을 최대한 줄여준다는 접근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장치들을 여러 가지 시도했는데 그중 가장 효과 좋았던 방법은 현장에 소속사 직원분들이 관객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었다. 5~6명의 인원이 임시 객석에 앉아 라이브로 아티스트에게 반응을 보이고 현장 사운드를 온라인으로 송출했다. 실제 관객이 있는 환경과 유사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가장 이질감이 적은 방법이다. 음악 방송 무대의 가짜 함성보다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출연자들이 객석에서 보내는 함성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장치로는 사전녹화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아티스트가 직접 관객 역할로 환호, 아쉬움, 웃음 등의 리액션들을 미리 사전에 녹화한 다음, 콘서트 중간중간 상황에 맞게 해당 리액션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아티스트도 촬영 시 즐겁게 참여할 수 있고 토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재밌게 풀어갈 수 있는 장치로 효과가 좋았다. 단순 리액션 외에도 토크 코너 중 방청객 참여 형태로 사전녹화 활용이 가능하다. <ATEEZ XR SHOW [FEVER : eXtended edition]>에서는 관객 역할을 한 에이티즈가 라이브 무대 위 에이티즈에게 퀴즈를 출제하거나 힌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장하여 사전녹화로만 할 수 있는 구성을 보여줬다. 마침 에이티즈의 세계관에는 여러 차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캐릭터로 관객 역할을 연기하도록 했는데, 기존의 세계관 설정을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구성에 녹여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관객이 없다는 사실은 관객 당사자에게도 큰 영향 미친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채팅창을 통해 온라인상의 관객들이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큰 화면에서 감상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채팅창이 없는 전체화면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채팅창에는 여러 국적의 팬이 서로 섞여 있기 때문에 국내 팬들은 케이팝 커뮤니티에 모여 실시간으로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채팅 내용 중 공감할만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큐레이팅하여 화면에 띄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스트리밍 방송의 슈퍼챗이나 채팅 도네이션이 하는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나와 같은 마음인 다른 팬의 반응을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가 확인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화상참여한 팬과의 대화보단 덜 직접적인 소통 방식이지만, 극소수만 ‘계를 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점, 콘서트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반응 소개할 수 있다는 점, 부적절한 내용은 피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더 유리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1월 24일,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의 DAY6 (Even of Day) Online Party Night <The Arcane Salon>에서는 온라인 공연을 위해 준비한 데이식스 이모티콘과 함께 팬들의 채팅을 소개하여 채팅에 보는 재미를 추가하고자 했다.
또한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 방법은 콘서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접 채팅창에서 골라 읽을 수도 있지만, 공연 도중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채팅을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티스트가 공연 자체에 더 집중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관객 없는 온라인 콘서트 환경에서도 아티스트가 몰입할 수 있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사례 말고도 다양하다. BGM과 효과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어색하게 비는 오디오를 채우는 방법 (특히 솔로 가수에게 큰 도움이 된다), 팬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로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주는 방법 등도 빠지지 않고 준비하는 부분이다.
BTS의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을 99만 명이 관람하고 하이브가 500억대의 시청권 매출을 올렸다는 뉴스는 팬데믹 속에서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공연 업계의 보편적인 상황과는 동떨어진 케이스다. BTS의 온라인 콘서트나 비욘드 라이브처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공연장을 대관하여 제작비를 투입한다는 건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에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과 예산을 더 준다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변명은 죄악에 가깝지만, 대면 콘서트에 비해 온라인 콘서트 제작 환경은 여러 가지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시간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 관객이 기대하는 퀄리티와 현실적인 예산 사이의 괴리에서 생기는 불리함이라 봐야 한다.
우선 예산 측면에서 살펴보면, 온라인콘서트는 낮은 티켓가에 일회성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이 제한적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온라인 콘서트의 티켓가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팬데믹 기간에는 3만 원 대에 판매되었다. 보통 10만 원 정도 하는 대면 콘서트 티켓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게다가 콘서트라는 상품의 가격 탄력성은 매우 낮다. 쉽게 얘기하면 가격을 확 낮춘다고 수요가 확 느는 것도 아니고, 가격을 확 높인다고 수요가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낮은 가격이 많은 티켓 판매를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콘서트 내용이 동시에 공개되기 때문에 여러 회차로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매출 규모는 더욱 작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BTS의 온라인 콘서트의 티켓 매출은 팬데믹 이전 2019년 월드투어에서 기록한 1억 166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비해 약 1/3 수준이다.
퀄리티의 측면에서 온라인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만족도는 대면 콘서트에 비해 대체로 떨어진다.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했다거나, 얼굴에 너무 어두운 색의 조명이 사용됐다거나, 중계화면이 보여줘야 할 장면을 놓쳤다거나, 음향 크기가 들쑥날쑥했다거나 등이 이유이다. 네트워크 연결을 제외하면 대면 콘서트의 관객 입장에서도 가질 수 있는 불만이지만, 온라인 콘서트일 때 이러한 피드백이 압도적으로 많다. 온라인 콘서트의 감상이 화면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소 화면에서 보던 다른 영상 콘텐츠와 쉽게 비교하게 된 결과이다. 음악방송 무대나 퍼포먼스 비디오, 나아가 뮤직비디오까지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무대 하나에 집중하여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개별 무대를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온라인 콘서트의 무대는 퀄리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무대를 보여주는 콘서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온라인 콘서트 시청 후기 중 긍정적인 반응을 살펴보면 ‘준비한 것이 많아서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대 하나를 일대일로 비교하면 불리할 수 있지만, 여러 무대를 다양하게 보이도록 구성했을 때 강점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무대가 연속되면 시청자들은 시각적으로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콘서트에서는 대면 콘서트보다 더욱 다채로운 장면 연출이 요구된다.
한 가지 방법은 메인 무대 이외의 무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온라인 콘서트는 현장 관객이 없기 때문에 공간 활용이 좀 더 자유롭다. 평소 무대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무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BTS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은 체조경기장에서 4개의 서로 다른 무대 공간을 세웠는데, 무대의 배경이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화면으로 보는 팬들은 시각적인 지루함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면 공연보다 제한적인 매출임에도 그 보다 많은 수의 무대를 세우는 것은 초대형 아티스트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러 개의 무대를 세우는 것이 어렵다면 토크 코너 같은 일부 순서를 무대 외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해당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세트나 소품을 활용하여 메인 무대의 세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애초에 다양한 공간이 마련된 스튜디오나 로케이션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실 이 경우는 제작비의 이유 보다도 명확한 콘셉트를 구현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정용화의 <2021 JUNG YONG HWA ONLINE FAN MEETING [용스테이]>는 한옥스테이를 콘셉트로 한옥의 대문부터 마당, 대청, 누마루 공간을 오가며 무대와 코너를 진행했다. 팬들에게 한옥의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를 최대한 전달하고자 고민했던 부분들이 결과적으로 시각적인 지루함을 덜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채로운 장면 연출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라이브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사전녹화하는 것이다. 다양한 카메라앵글과 카메라워크를 통해 일반적인 무대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후반작업을 통해 영상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전녹화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 라이브로 무대를 보여주는 경우 보통 1회 리허설과 1회 라이브로도 가능하지만, 사전녹화는 최소 3번 정도의 테이크가 필요하다. 디테일한 연출이 들어갈수록 시간은 더욱 많이 소요된다. 아티스트도 체력적으로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후반작업을 위한 시간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전녹화 무대는 신선한 연출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방법들은 사실 연출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팬들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온라인 콘서트 관람 만족도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했던 노래는 편곡을 하고, 새로운 댄스브레이크를 준비하고,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무대를 준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온라인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지 못한다면 팬들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기존 무대 영상을 더 자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온라인 콘서트에 나름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에는 AR(증강현실)이나 XR(확장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하지만 실감 기술이라 불리는 이 기술들은 이름만큼 실감을 제공하는 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실감기술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객이 납득할만한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한 탓에 지금은 실감기술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연출에 필요한 기술로 활용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AR 기술은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그래픽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로,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AR이 사용된 온라인 콘서트 무대에서는 가사를 입체적으로 띄우거나 각종 움직이는 오브제들을 다수 등장시킨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몇몇 괜찮은 사례들도 있지만, 대체로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AR 콘텐츠가 무대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가창과 퍼포먼스가 시작되는 순간, 시선은 아티스트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이때 움직이는 무언가가 가수와 함께 무대에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 시각적으로 AR 콘텐츠가 퍼포먼스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거나 심지어 퍼포먼스를 가려서 관람을 방해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피하려면 AR을 위한 분명한 연출 포인트를 잡고 퍼포먼스와 어느 정도 분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AR을 적절히 활용했던 예로 2020년 9월 30일 KBS에서 방송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의 <고향역> 무대를 꼽는다. AR코스모스를 무대 앞에 깔아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아주고, 간주에는 AR 기차가 철로를 지나는 장면으로 포인트 줬다. 아이돌처럼 촘촘한 안무가 있거나 음악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연출적으로 AR을 녹이기에 더 적절한 무대란 생각이 들었고, AR 콘텐츠가 무대 자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공간과 잘 어우러지도록 사용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AR을 사용할 때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연출적 포인트는 바로 카메라워크다. 정면에서 평면적으로 AR콘텐츠를 보여준다면 자막과 같은 화면 장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입체감 있게 보이도록 하는 카메라워크는 필수적이다. 대부분 지미집 카메라를 사용하여 공간의 깊이감을 전달함으로써 AR 콘텐츠의 입체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찍는 방식)의 사용이다. AR 콘텐츠는 멀리서 볼 때 보다 가까이에서 콘텐츠의 앞, 옆, 뒤로 시점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것이 가장 실감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 온라인 콘서트에서 이러한 카메라워크 사례를 찾지 못했다. 대면 콘서트에서 예시를 찾아본다면 <2019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에서 RM의 솔로 무대 <LOVE>가 있다. 투어에서 라이브 AR을 사용한 첫 번째 사례로 여겨지는 이 무대에서는 AR 콘텐츠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람이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촬영하기 때문에 화면이 수시로 흔들려 다소 거친 느낌이지만 오히려 흔들리는 화면에 맞춰 보이는 AR 콘텐츠는 실제 공간에 존재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카메라가 AR 콘텐츠가 놓인 공간에 함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에서 AR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LOVE> 무대(https://vimeo.com/365070863)에서는 AR 콘텐츠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줄 뿐 아니라 콘텐츠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카메라워크로 AR의 실감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XR은 AR/VR 등을 포함하는 실감기술을 통칭하는 용어지만, XR 콘서트의 장면을 예로 들자면, 제한된 물리적인 무대공간을 가상의 그래픽을 통해 확장하는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XR 기술이 온라인 콘서트의 관객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첫 번째는 바로 팬들이 주로 항공샷이라고 부르는, 익스트림 와이드샷의 빈번한 사용이다. 확장된 배경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정작 아티스트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면을 넓게 잡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마다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광활한 배경에서 퍼포먼스 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면, 영화의 시작처럼 무대가 펼쳐질 장소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목적으로 무대 시작 전에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한 연출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카메라를 넓게 잡지 않아도 공간감이 느껴지는 배경이나 디테일이 많은 실내 공간을 설정하는 것이 XR과 퍼포먼스를 모두 보여주는 데에 더 유리하다.
또 다른 이유는 XR 무대 다수가 비현실적인 배경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있을 법한 배경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실감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추상적인 도형들이 둥둥 떠다니는 공중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보다는 건물 옥상을 XR로 연출하는 편이 더 몰입감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들이 무엇인지보다는 콘텐츠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XR은 공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분야에 더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점이다. XR 기술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슬로건으로 ‘Reinventing Storytelling’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있다. 다른 슬로건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XR 활용 예로 ‘디즈니 플러스’의 SF 드라마 ‘만달로리안’이 있다. XR 기술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더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만달로리안은 XR을 사용해 촬영한 최초의 TV 프로그램이지만 사람들은 시청하면서 XR 기술을 인지하거나 그것이 얼마나 신기한 것인지 느끼지 않는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XR 기술을 사용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이티즈의 XR 콘서트 <ATEEZ XR SHOW [FEVER : eXtended edition]>를 준비할 때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대부분의 XR 단독 콘서트들이 2~3개의 XR 무대만을 포함한 것에 비해 에이티즈는 약 37분 분량의 XR 장면을 콘서트에 담아 유의미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분명한 색깔을 가진 세계관은 XR을 통해 표현하기 더없이 좋은 연출 재료였는데,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XR 공간을 구성했다. 이때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 역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공간에서 불필요하게 시선을 끄는 움직임이나 효과들은 배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XR 공간에서 스토리를 담은 VCR과 퍼포먼스를 촬영하고, 이 둘을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하였다. 때문에 관객은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공간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감기술 활용의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을 짚어 보긴 했지만, 케이팝 콘서트에서 실감기술의 전망이 어두운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물론 AR과 XR의 최종 결과물은 화면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대면 콘서트에서 쓰이는 일은 드물 것이다. 특히 XR은 맨눈으로 무대를 봐서는 올바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 관객에게 거의 무의미하다. 하지만 방송 무대 분야에서 XR은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더욱 실감 나는 비주얼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AR 글래스 같은 개인 디바이스가 대중화된다면 대면 콘서트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기술 자체보다는 연출적인 고민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팬데믹 동안 여러 온라인 콘서트를 모니터링하고 직접 연출하면서 했던 생각과 고민들을 살펴보았다. 고민들이 중첩되면서 이들을 관통하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온라인 콘서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면 콘서트의 요소를 온라인에서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를 궁금해했고 고민했지만, 그럴수록 불만족스럽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마주할 뿐이었다. 콘서트 현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압, 화려한 조명과 영상의 비주얼, 불이나 화약 같은 특수효과 등의 체험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임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온라인 콘서트’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콘서트’가 아니라 ‘온라인’이었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화면을 통한 감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콘서트일 수 없게 된다. 온라인 콘서트를 미디어 플랫폼 속 영상 콘텐츠로서 이해했을 때 비로소 대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연출 방법들이 기존 방송/영상 콘텐츠가 하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콘서트라면 당연히 ‘라이브’여야 함에도 팬들이 사전녹화 무대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였던 것도 온라인 콘서트를 영상 콘텐츠로서 보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온라인 콘서트는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의 확산은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대중화시켰다. 모두가 말하지만 아직 아무도 제대로 경험한 적 없는 이 키워드는 공연 업계에도 이슈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Travis Scott(트래비스 스콧)이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선보인 버추얼 콘서트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3D 렌더링 된 트래비스 스콧 아바타의 공연을 즐겼고, 이 공연은 무려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제 사람들은 “대면 콘서트도 메타버스로 갈까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질문에도 ‘콘텐츠는 미디어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관점을 적용시킨다면, 메타버스 콘서트는 대면 콘서트를 대체하는 형태가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 내의 콘텐츠로서 존재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래비스 스콧의 버추얼 콘서트는 콘서트라기보다 인게임(In-game) 이벤트로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만약 메타버스 콘서트라고 해서 실제 공연장에 온 것처럼 구현하겠다고 접근하는 순간 온라인 콘서트가 부딪혔던 어려움과 동일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 콘서트나 온라인 콘서트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3년 아이유는 게임 AION(아이온) 속에서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 버추얼 콘서트를 진행했다. 게임에 접속한 2만 명은 게임 속 중계화면으로 아이유의 라이브를 보면서 자신의 캐릭터 앞에서 춤추는 아이유 캐릭터도 볼 수 있었다. 같은 해, 구글코리아는 'Beyond K-Pop(비욘드 케이팝)' 라이브 콘서트를 열고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김장훈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이 구글 행아웃을 통해 화상으로 초대된 팬들과 소통하고 그 앞에서 노래했다.
2013년 당시의 경험이 트래비스 스콧의 버추얼 콘서트나 비욘드 라이브의 온라인 콘서트 경험과 얼마나 다를지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정교한 질문을 떠올려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밤 우리 모두가 하나예요. 우린 같은 말을 하고 있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고,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교감이에요. 우리가 교감이라고 하는 건 바로 이런 겁니다.
2019년 BTS 월드투어의 첫 도시인 LA에서 RM은 교감(Communion)을 거듭 강조했다. 공연장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감한다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는 팬데믹 동안 교감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 온라인 콘서트는 결정적으로 교감이란 부분을 채워주지 못했다. 실감 기술이 발달하고 메타버스 콘서트가 대중적인 것으로 자리 잡더라도, 아마 같은 공간에서 나누는 교감을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공연장 안에서 교감할 수 있게 됐다.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생각보다 긴 터널을 지나온 탓에 공연 업계는 이런저런 상처를 많이 입었다. 회사들은 재정적으로 회복이 필요하고, 실력 있고 경험 있는 동료들도 여럿 잃었다. 다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쨌든 버텨냈고 지금의 시기를 맞이했다. 공연장에서 즐거워하는 관객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공연 업계에 있는 모든 이들은 서로 응원하며 더 좋은 공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교감은 공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