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왕의 코첼라 무대, 3개월의 준비 과정을 공유합니다
*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에 기고한 글입니다.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xyowlp53r28
저는 지금 코첼라에서 4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호텔에 머물며 뉴스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코첼라에 참여한 입장에서 여러가지로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그 동안의 자료와 오갔던 이메일, 그룹챗의 내용을 돌아보니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지난 16일, 잭슨은 코첼라의 사하라 텐트(Sahara Tent)에서 결국 성공적인 공연을 해냈습니다. 지금부터 약 3달간의 준비 과정과 코첼라 현장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잭슨은 작년에 88rising 쇼케이스 무대(2NE1이 깜짝 재결합 했던 그 무대)로 처음 코첼라에 모습을 보였지만, 그 당시에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Jackson Wang이란 이름으로 단독 무대를 할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지요. 이 온전한 첫번째 기회를 위해 여러 팀이 모였습니다.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는 젊고 재능있는 탑안무가 션(Sean Lew)이, VCR과 라이브스트리밍 총괄은 88rising에서, VJ, 조명, 특효 그리고 세트가 포함된 비주얼 파트는 제가 있는 PLAN A에서 총괄하고 여기에 더해 코첼라 측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 및 현장 진행 역시 맡았습니다.
각자 미국과 중국과 한국에서 매주 2번씩 정기적으로 온라인에서 만나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씩 서로 이야기하며 준비했습니다. 초반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누가 어디까지 맡아서 진행할지 정리하는 일이었는데요, 각자의 분야가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크리에이티브는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쇼의 핵심이 되는 장면 중 하나는 상업적인 스타로서의 잭슨이 죽고 내면의 본모습을 찾은 잭슨(=매직맨)으로 다시 태어나는 장면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는데, 그 표현 방법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88rising은 VCR을 통해서, 션은 무대 위 퍼포먼스를 통해서, 저는 세트와 VJ 그리고 조명을 활용한 비주얼을 중심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이러한 부분들을 찾아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를 완성하게 됩니다. 이런 충돌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충돌이 있을 때마다 조율을 얼마나 잘 해나가는지 여부가 팀이 어벤져스가 될지를 가르는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보통 프로젝트에서 스토리라인이나 VCR, 주요 아이템 및 구성을 모두 담당해서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 과정을 겪을 일이 많지는 않은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비슷한 업무를 다루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 하는지 서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기회였습니다.
공연 열흘전, LA 외곽 버뱅크의 한 스튜디오에서 전체 리허설을 하기 위해 모두가 모였습니다. 코첼라의 큰 무대를 그대로 재현할 순 없지만 우리의 공연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만 프로덕션을 효율적으로 준비합니다. 라이브 밴드와 사운드체크를 할 수 있는 음향장비, VJ를 띄워 전반적인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는 LED, 동선을 위해 제작한 계단 구조물 세트가 현장에 설치됐습니다. 조명의 경우 코첼라 무대와 똑같이 세팅하지 않는한 큰 의미가 없고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따로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연하는 시간대가 아직 해가 떠있을 때이기 때문에 조명이 강조되기 어려운 환경인 탓도 있지요. 또한 라이브스트리밍도 상당히 중요한 파트이기 때문에 카메라 동선을 맞춰보기 위해 카메라팀 역시 리허설 현장에 모였습니다.
리허설 초반은 예상과 실제의 간극을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우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약속된 대로 준비가 되었는지 직접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전에 수없이 소통하고 확인했지만 늘 완벽하기란 쉽지 않지요. 역시나 세트 마감과 관련해서 한두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고 하나씩 해결해나갔습니다. 그 외에도 준비한 퍼포먼스들의 동선을 세트와 장비에 맞게 조율이 필요한지, VJ가 라이브 음악 및 퍼포먼스와 잘 맞아 떨어지는지, 중계카메라에 포인트로 보여줘야하는 부분과 조명으로 하이라이트 해줘야하는 부분은 어디일지, 화약과 불 타이밍이 퍼포먼스 상 안전거리가 확보된 상태인지 등을 리허설 과정에서 살피면서 쇼를 다듬어갔습니다.
이러한 리허설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많은 팀들이 각자 충분히 준비된 상태가 되도록 스케줄을 조율하는 일입니다. 음향팀과 밴드만의 시간, 안무팀만의 시간, 마술팀만의 시간, 의상을 체크하는 시간 등등 각자가 필요한 시간을 동안 준비하고 그리고 단계적으로 각 팀들이 합을 맞춰보면서 실제 공연처럼 해볼 수 있는 상태로 준비를 마친 후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해보는 것)을 여러번 반복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실제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마지막에는 깜짝 게스트로 등장할 시에라(Ciara)도 리허설에 참여, 함께 합을 맞췄습니다.
그렇게 약 6일간의 사전 리허설을 마치고, 며칠의 휴식을 취한 후 LA에서 2시간 떨어진 코첼라 인근 호텔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차로 다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티스트 체크인 장소에 들러 비표(RFID가 들어있는 팔찌 형태)를 받아왔습니다. 후아. 이제부터는 진짜 코첼라 모드입니다.
공연 당일 새벽 4시 15분. 어두컴컴한 도로를 뚫고 약 45분을 달려 코첼라 무대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는 두 번의 리허설 시간을 배정받았는데, 하나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음향, 조명, VJ 등 테크니컬 파트를 체크하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11시부터 12시까지 아티스트가 무대 위해서 사운드체크과 리허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참고로 코첼라 헤드라이너의 경우 하루동안 온전히 현장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만큼 재량껏 무대를 꾸릴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 것이지요.
재량껏이란 표현을 조금 설명드리자면, 프로젝트 초반에 코첼라 측에서 테크니컬 패키지를 보내주는데요, 여기엔 준비된 무대의 스펙과 어떤 것들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등이 안내가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트의 경우, 대부분 야외 스테이지기 때문에 일정 높이 이상의 세트를 세우려면 바람이 부는 야외 환경에 적합한지 구조 안전 진단 확인서가 필요하다라는 내용 같은 것이지요. 이러한 조건들만 지켜진다면 각 팀은 무대 전환 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세트나 추가적인 장비(조명, 레이저, 영상, 특수효과 등)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조명이나 VJ 운영은 페스티벌 측에서 진행해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각 팀이 원하는만큼의 퀄리티를 내기위해 직접 섭외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팀을 섭외해서 준비했습니다. 조명 프로그래밍과 운영은 라이트팩토리 LITE FACTORY(@lite_factory)에서, VJ 제작은 ALIVE 얼라이브(@alivevisualworks)에서 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쇼 구성상 실제 무대에 올리진 못했지만 유잠스튜디오(@youjam_studio)에서 세트 디자인을 해주셨고요. 이 팀들이야 말로 저에겐 어벤져스 같은 팀들입니다.
5시부터 7시까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조명 감독님은 태양과의 사투를 벌이셨습니다..) 테크니컬 체크를 마치고 다음 팀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그리고 11시부터 12시까지 단 1시간. 정말 중요한 마지막 최종리허설이 남았습니다. 무대 전환과 사운드체크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음악과 함께 무대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꼭 필요한 부분만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리허설 프로그램을 짭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럴싸한 계획은 여러가지 이유로 방해를 받기 마련인데, 앞 시간대 리허설이 딜레이 되어 충분히 부여받은 시간을 다 쓰지 못 했고, 예기치 못한 전원 문제로 중간에 멈춰야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대로 리허설을 마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것들은 확인하고 마무리했다는 것에 위안을 얻어야했습니다. 늘 단독 공연에서 전반적인 컨트롤을 해오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입장에서 진행하려니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자, 이제 공연까지 약 6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불운하게도 사하라 텐트는 스태프 케이터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버기를 타고 8분 정도 이동해야하는 거리이지요. 섭시 35도까지 치솟는 더위에 걸어서 무대를 오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케이터링 라운지에서 얌전히 휴식하며 공연 전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잭슨의 시간이 다가오자 사하라 텐트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시 45분.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잭슨은 무대위에서 준비했던 것들을 하나씩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공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신곡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시에라와의 깜짝 무대 역시 현장 분위기를 한층 업시켰습니다. 코첼라 역사상 처음 무대에서 선보이는 마술 역시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니 그제야 코첼라 페스티벌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달까요.
이런 현장의 느낌과 공연이 어땠는지를 막상 글로 설명하려니 그것만큼 이 공연과 멀어지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신 WEEKEND1 잭슨의 코첼라 무대 하이라이트 영상과 몇 장의 사진으로 현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무대 하이라이트 릴스: A post shared by Coachella (@coachella)
무대는 언제나 만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쉬운 것들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고 어떨 때는 속이 쓰릴 정도로 불만족스러운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2주차 공연이 특히 그랬습니다. 아쉬운 음향 사고들이 있었고 몇몇 타이트하지 못한 연결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코첼라는 이곳이 페스티벌, 말 그대로 ‘축제’라는 사실이 우선하는 곳이었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로 여기에 온 모든 이들, 출연진과 스태프, 관객 모두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던거 같아요. 어쩌면 저만 그렇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사에 심각한, 어쩔 수 없는 K-직업의식 같은 거였을까요.
35도까지 치솟는 한낮의 더위도, 맥주 한 잔이 $16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에도, 호텔까지 오가는 불편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코첼라 페스티벌에는 단지 음악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에너지로 그 모든 걸 상쇄하는 느낌입니다. 이 음악 페스티벌 외에는 다른 걸 생각할 수 없는 사막에 동떨어져있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야외형 인간(?)이 아닌지라 페스티벌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코첼라는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곳입니다. 더위보다도 저녁의 선선함이, 물가보다도 한 잔의 추억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다양한 음악과 무대가 있으니까요.
코첼라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LA로 돌아가 본격적인 미주 투어를 시작합니다. 미주 투어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글을 마칩니다.
이번 잭슨의 무대 중 개인적으로 Cheetah를 좋아합니다. 분위기나 컨셉이 유니크하고 퍼포먼스에서 강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공식적인 무대 영상은 따로 없지만 마침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습니다. 다소 심각한(?) 분위기의 이전 곡들과는 다른 무드를 느낄 수 있어서 앞으로 잭슨의 셋리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