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EZ/TOWARDS THE LIGHT 연출노트1

1편. 마음에 새기는 것

by 서동현 Wally

ATEEZ/TOWARDS THE LIGHT 연출노트3

빛을 향한 여정, 그 이후

<TOWARDS THE LIGHT: WILL TO POWER> 투어는 단순히 무대 위의 장면들로만 기억되기엔 특별한 공연입니다. 2024년 1월 서울에서 시작해 1년 2개월 동안 스타디움 공연을 포함하여 총 33회 공연을 치르며 규모와 기록 면에서도 의미 있는 투어였지요. 하지만 이 공연이 특별했던 진짜 이유는, 그런 숫자와 기록 너머의 무언가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THE FELLWOSHIP: THE BEGINNING OF THE END> 투어 이후 오랜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공연이었기에, 반가운 만큼 부담도 그만큼 컸습니다. 코첼라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로서도 에이티즈 역시 새로운 단계를 보여줘야 할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함께 하게 된 이 여정이,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고민을 담아 준비했던 공연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인상적인 장면들을 짚어가며 떠들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지만, 그러자면 아마 며칠 밤을 새워도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이 글에서는 공연을 좀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연출자의 시선에서 전해보려 합니다. 마침 영화관에서 공연 실황이 상영되고 있는 만큼, 관람 전후에 읽어보셔도 좋겠고요. 또 공연을 만드는 분들에게도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합니다.



마음에 새기는 것

기억에 오래 남는 공연들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경험으로는 COLDPLAY(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아티스트가 만든 음악과 공연의 서사, 팬들에게 건네는 말,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한 캠페인과 기부 활동까지. 이 모든 것이 ‘BELIEVE IN LOVE’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음을 느낀 순간은 마치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렬로 정렬된 순간을 목격한 것처럼 절묘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차오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죠.


에이티즈의 공연을 경험한 팬들도 그런 감정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메시지가 단순히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유효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에이티즈는 해적과 혁명으로 대표되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어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고 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어떤 것이요. 그리고 공연의 서사뿐 아니라 에이티즈의 모습 자체로도 완성될 수 있는 이야기여야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정규 2집 [THE WORLD EP.FIN : WILL]이 발매된 시점에서, 에이티즈가 지금 어떤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가장 큰 줄기는 앨범의 부제인 ‘WILL’에서 출발했습니다. 정해진 기준이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를 따라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니체의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라는 개념, 그리고 에이티즈가 그동안 여러 곡을 통해 반복해 왔던 ‘빛을 향해 나아간다’는 가사의 이미지. 이 두 가지를 엮어, 누구나 각자 빛나는 무언가(Light)를 가지고 있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로 구체화했습니다.


공연은 ‘미친 폼(Crazy Form)’으로 시작해서 ‘Say My Name’으로 이어지면서 무대 위에서 에이티즈는 이렇게 외칩니다.

Ignite the light, Let it Blaze, Shine the way you are.
내 안의 빛을 깨우고, 계속 밝혀 나가. 그리고 나답게 빛나는 거야.


이 메시지는 에이티즈가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점점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각 도시 공연은 물론이고, 뜨겁게 에너지를 쏟아부은 코첼라를 비롯해 여러 페스티벌 무대, 마음 놓고 즐겼던 팬미팅까지- 에이티즈는 계속해서 에이티니와 교감하며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2025년 3월,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피날레 공연에서 우리는 이 메시지를 완성하기 위해 앵콜 비디오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내레이션과 음악은 기존과 같지만, 기존 촬영물 대신 에이티즈의 투어 동안의 장면들을 활용하여 재편집했습니다. 내레이션과 내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투어의 기록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스토리가 정말로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죠.

기존 앵콜 비디오(위)와 피날레 공연의 앵콜비디오(아래) 장면

그리고 이어진 홍중의 엔딩 멘트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마무리해 주었고,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굉장히 많은 순간에
어둠 속에 있단 생각이 드는 날들이 있어요.
그런 날이 되면 저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빛을 찾아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빛은 많은데
얇은 가림막 딱 하나 때문에
우리가 어둡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도,
저는 여러분 덕에 가림막을 걷어냈으니,
여러분도 저희를 통해 혹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 얇은 막 하나를 걷어내고
금방 다시 빛을 찾을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피날레 공연. 앵콜 대기하는 동안 타워에는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이 흐르고 있다.


사실 아이돌 콘서트를 보다 보면 메시지나 스토리가 과연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싶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콘서트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서사의 농도가 옅은 편이고, 어떤 관객에게는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본다는 사실 자체로 충분한 만족감을 얻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메시지와 스토리는 중요합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게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거든요. 하나의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나면, 무대의 여러 요소들이 흩어지지 않고 메시지를 향해 정렬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시지가 없다면, 공연은 자칫 ‘잘 만든 장면들’의 나열에 그칠 수 있습니다.


물론 메시지와 스토리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느냐는 관객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메시지와 스토리가 잘 짜여 있다면 그 자체로 공연은 높은 완성도를 갖출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갔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무대 중앙에 자리한 ‘빛의 타워’가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곡 사이를 채운 인털루드 퍼포먼스(Interlude performance)는 어떤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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