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ATEEZ/TOWARDS THE LIGHT 연출노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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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넘는 공연에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공연의 스토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깊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은 총 다섯 개의 ACT(장)으로 구성했습니다.
[ACT I. WE ARE THE LIGHT]에서는 우리는 모두 원래부터 빛을 지닌 존재임을 이야기합니다. [ACT II. LOST]에서는 타인의 시선과 기준 속에서 그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ACT III. TOWARDS THE LIGHT]에서는 빛을 찾기 위한 과정을, [ACT IV. PRIME TIME]에서는 각자가 자기만의 빛을 자유롭게 내뿜는 순간들을 보여주며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치닫습니다. 마지막 [ACT V. WILL]에서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콘서트는 비교적 서사의 농도가 옅습니다. 다양한 시기의 곡들을 한 공연 안에 하나의 스토리로 엮기에는 꽤 무리가 있지요. 하지만 에이티즈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세계관과 맞닿은 음악을 발표해 왔기 때문에, 곡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기 유리한 그룹입니다. 꾸준히 쌓아온 이야기가 있기에 가능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그 서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남다른 아티스트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스토리를 보여주는 연극적인 장면들에서도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잘 전달되려면 관객들은 공연에 끊김 없이 빠져들어야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적으로 가장 많은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이 ‘끊김 없는 몰입’입니다. 곡과 곡 사이, 곡과 비디오(VCR) 사이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그 중심에는 인털루드 퍼포먼스(Interlude Performance)가 있습니다. 곡과 곡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곡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의 스토리를 연극적인 장면들을 통해 전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뒤이어 나올 곡을 위한 다이내믹을 빌드업하고, 곡에 풍부한 맥락을 제공하여 여러 번 본 곡들도 새롭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WIN'이 끝난 직후 펼쳐지는 인털루드 퍼포먼스에서부터 'This World', '최면 Wake Up', 'Guerrilla'로 이어지는 구간이 대표적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빛을 잃어가는 모습은 단순히 곡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는 새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를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비디오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지만, 비디오를 최소화하고 무대 위의 퍼포먼스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인털루드 퍼포먼스에서 멤버들은 각각 이번 콘서트만을 위한 새로운 퍼포먼스를 준비하여 선보일 수 있었고, 멤버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조명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탄생했었습니다. 이 장면들은 멤버들 스스로도 매공연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인털루드 퍼포먼스가 곡과 맞닿은 서사로 몰입을 이어가는 방법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방법은 공연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음향적인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인데,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관객의 함성소리나 곡의 잔향이 사그라들기 전 적당한 타이밍에 다음 곡을 시작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보다도 더 몰입을 강하게 이끄는 방법은 장면을 이어주는 사운드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ACT III]의 비디오 'Through the Darkness'에서 'Youth'로 연결되는 장면이 그 예입니다.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윤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는, 비디오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무대 위의 공중전화 부스로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킵니다. 그리고 윤호가 등장해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이어지지요. 단순한 효과음이지만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위의 장면으로 이질감 없이 연결이 됐습니다. (덧붙이자면, 비디오 마지막 장면의 인물과 무대 위 첫 등장인물을 일치시킨 것도 자연스러움을 더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곡이 시작되기 전 윤호와 민기의 전화 통화 인트로를 만들어 멤버 간의 관계성을 부각하고, 곡에 감정적인 몰입을 더해줍니다.
[ACT IV]에서 'MATZ'가 시작할 때는 좀 더 과감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MATZ' 음악은 이미 비디오가 끝나기 전부터 나오기 시작하죠. 비디오 속 홍중, 성화가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면서 프레임 아웃되고 첫 소절로 들어가는 순간 비디오에서 무대 위로 시선을 이동시켜 멤버가 비디오에서 나와 무대 위에 깜짝 등장하는 것처럼 연출했습니다. 비디오가 끝나는 시점과 곡이 시작하는 시점을 오버랩시켜서 끊김 없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연 내 모든 장면에서 이런 연결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여운을 남기는 정적이 더 어울릴 수도 있고, 내용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때는 텀을 주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런 연결들이 중요한 이유는, 곡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기능을 넘어서 익숙한 곡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맥락과 다이내믹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도 공연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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