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EZ/TOWARDS THE LIGHT 연출노트3

3편. 공연을 상징하는 것들

by 서동현 W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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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타워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는 타워를 20m까지 연장했습니다. 타워는 공연장 내에 가장 높은 구조물일 때 가장 큰 임팩트를 갖습니다.

이번 공연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겼을 때 공연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TOWARDS THE LIGHT'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을 구체적인 시각 언어로 연결해 줄 비주얼이 필요했고, 단순한 조형물보다는 스토리 안에서 기능하는 세트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빛의 타워’였죠.


높이 16미터에 달하는 구조물을 무대 중앙에 세운 이유는 최근 공연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2017년 U2의 The Joshua Tree Tour가 대형 LED에 구현한 8K 영상이 압도적인 인상을 남긴 후 많은 공연이 대형 LED를 중심으로 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점차 무대들이 시각적으로 비슷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형 LED에 나타나는 VJ의 이미지가 실제보다 비현실적으로 크거나 모션이 과도할 경우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특히 에이티즈처럼 퍼포먼스 중심의 팀에게는 이 점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이즈가 거대해도 사람과의 비율이 자연스러운 타워는 아티스트의 무대 위 존재감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는 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VJ 역시 대형 LED 한 판에 비주얼을 구현하는 것보다 타워와 함께 다른 세트들을 연계하는 쪽이 더 독창적일 수 있고 무대 위의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더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죠. <빛의 타워>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징물이었습니다.


각 장(ACT)을 지나면서 타워는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며 내러티브의 구조 자체로서도 기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은 ‘빛을 잃는 모습’과 ‘빛을 되찾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미친 폼'으로 밝게 빛나던 타워는 타인의 시선과 기준을 상징하는 ‘감시탑’으로 변합니다. 감시탑은 검문소 세트와 짝을 이뤄 더 구체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감시탑의 시선을 피하려 애쓰는 윤호,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타인의 기준에 맞춰야 했던 산, 그리고 이에 저항하며 검문소 위에서 기타를 치며 ‘I got it back’을 외치던 홍중까지,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타워를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감시탑의 하이라이트는 타워의 눈이 관객을 감시하는 장면입니다.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을 공연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내 안의 빛을 발견하게 되는 전환점은 우영의 인털루드 퍼포먼스로 시작됩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타워의 빛을 붙잡는 순간을 표현했고, 이어지는 'Silver Light'에서 빛이 ‘돌아오는 감각’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멤버 전원이 각자 자신의 빛을 찾고서 빛의 타워 안으로 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스토리 상 겪던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었으니 이제는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나올 차례입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면서 'Cresent pt.2'가 시작되는데, 이때 푸른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갑자기 공연장 어디선가 진짜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빛을 되찾은 타워는 이제 감시탑이 아닌 등대로 변하고, 'WAVE' 무대가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구간의 마지막을 장식한 <Dancing Like Butterfly Wings>을 좋아하는데요, 그동안 셋리스트에 자주 포함된 곡임에도 유독 이번 공연에서는 멤버들이 더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logbook: 무대 위 시점으로 보는 Dancing Like Butterfly Wings). 아무래도 빛을 잃고 되찾는 과정을 겪은 뒤에 하는 무대라 그런지, 멤버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지 않았나 합니다.

Dancing Like Butterfly Wings를 떠올리면 이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빛의 손

정면에서 카메라로 잡으면 빛의 손이 타워의 구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은 ‘빛의 손’입니다. 흔히 ‘호미곶 걔’로 불리긴 했지만 나름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빛의 타워’는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시각화할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무대 중앙의 ‘빛의 손’입니다.


타워를 향해 뻗은 거대한 손은 ‘TOWARDS THE LIGHT’라는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Silver Light’ 직전 우영의 인털루드 퍼포먼스에서 타워를 향해 손을 뻗던 장면과도 응답하듯 이어집니다. 같은 구도의 동작이지만, 본공연에서는 빛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으로, 앵콜에서는 그 빛을 나눠주는 모습으로 바뀌어 등장한 것입니다. 공연 내내 펼쳐진 이야기를 한 걸음 더 확장해, 아직 빛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이지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만, '우리'의 이야기로 공연을 맺음 하기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치였습니다.




마치며

콘서트는 비현실적입니다. 텅 빈 공연장에 거대한 무대 장치들이 들어서고 공연이 끝나면 모두 해체되어 다시 텅 빈공연장이 되죠.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어떻게 보면 환상의 공간과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메시지로, 스토리로, 상징으로. 마음속에 남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도록이요. 그리고 그건 꼭 관객에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티스트는 물론, 저를 비롯하여 이 공연을 만든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연출적인 고민을 많이 담아 만들었고 아티스트를 포함해 음악 프로듀서, 댄서, 스태프 등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무대 위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피날레 공연 마지막날, 공연 오프닝에 에이티즈가 처음 등장하기 직전 인이어를 통해 전한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 타이밍에 늘 인이어로 멤버들에게 ‘스탠바이, 고’만 외쳤는데, 이제 정말 대장정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이 날은 꼭 한 마디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공연을 시작하기 전, 스태프와 멤버들에게 모두 전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는 전하지 못했었는데, 이 글을 빌려 전해봅니다.


빛을 찾는 여정,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피날레의 마지막, 그동안 모아 온 내 안의 빛을 잠시 느껴보면서-
스탠바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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