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팝업일기

틈이 생겼다

by 이헤이


간과하고 있었다

사이좋은 우리 부부가 다투는 날엔

꼭 그 말 하나가 문제다


거의 10년을 가까이 하며 코드를 맞춰왔는데

살짝씩 빗겨나가는 작은 틈 하나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완전히 어긋나 버린다


그 틈을 모른 채하며 오랫동안 버텨왔을 남편은

평소보다 더 작게 벌어진 틈에도 묵직하게 화를 냈고

그 작은 틈을 눈치채지 못했던 나는

마치 길을 걷다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당혹스럽다


지금까지는 그 틈이 더 벌어져 남편이 나의 손을 놓을까 두려워, 이해가 되지 않고 속상했어도 먼저 다가갔던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다가가는 게 그 틈을 조금 더 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남편이 아니라 내가, 거리를 두고 싶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늘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오늘도 역시 그의 말이 전부 맞았겠지. 어쩌면 나의 이기적이고 허점 많은 이야기들에 질려버린 건지 모르겠다. 내가 착한 남편을 이렇게까지 질리게 만들어버린 걸까.


하지만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날아오는 그 화살같이 차가운 말들은 오늘도 역시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언제까지 나는 내가 틀렸다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까. 오늘은 먼저 손내밀기가 싫었다. 그렇게 벌어진 틈을 바로 메꾸지 않고 동굴로 숨어버렸다.


틈이 더 벌어질까 두렵지만,

지금 말을 더하는 것이 어쩌면 틈을 더 벌리는 것이 되어버릴까 봐 두렵다. 이렇게 어물쩡 넘어가면 또 언젠가 이 틈이 크게 벌어져버릴 거 같아서, 저번에 그렇게 넘어갔기 때문에 틈이 더 벌어진 거 같아서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도저히 속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그의 손을 먼저 잡을 수 없었다. 흔히들말하는 맞춰지지않는 성격차이라는게 이런걸까.


매거진의 이전글세번째 팝업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