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팝업일기

오늘의 감정날씨는 공허함으로 가득 찼다

by 이헤이


오늘은 꽤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다.


꼭 내 마음에 들어야 직성이 풀리던 나의 어린 마음과 참 많이 닮은 한 아이의 얘기를 전해 들었고


그 아이가 하는 고민과, 지금 그 아이에게 흘러가는 힘든 시간들이 마음으로 와닿았다


운이 좋게 그 나이 먹도록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와서, 세상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려서, 남들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뒤늦게 힘든 20대를 보냈다


나의 20대 같은 그 아이의 얘기를 듣는 30대의 나는

‘그래도 버텨야지, 지금도 외면해 버리면 30대에 가서 더 힘들 거야.’ 라며 TT거렸다.


사실은.. 30대가 된 나도 아직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거든. 내 얘기거든.


그냥 내 마음대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서 살면 안 되는 걸까?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포기하지 않고 굳이 버텨내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 게 어른의 삶이라면,

어른이 된다는 건 참 공허한 일이다.


왜 나는 내가 처한 현실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왜 버티고 버텨도, 계속 버텨야 하는 것들이 늘어갈까.

왜 참고 참아도, 계속 계속 나만 참아야 하는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하고 싶은 말로 속이 꽉 차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다


습관처럼, 나는 매일 사소한 것들에 기대를 붙인다.

큰 것들은 역시나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사소한 기대들로나마 공허한 인생을 채우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지각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멈춰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출근길 신호등이, 버스가 내가 가는 타이밍에 맞춰 와주지 않을까라는 기대. 내가 호감을 주면 이 사람 또한 나에게 호감을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 오늘 먹을 점심이 정말 맛있을 거라는 기대. 빨리 퇴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퇴근하고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남편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편이 돼줄 거라는 기대. 기대가 날로 커져갔던걸까?


어쩌면, 매일 숨 쉬듯이 하던 사소하고 쓸데없던 기대들이 실망으로 돌아와 나를 좀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면 나는 앞으로 내 인생에서 기대라는 단어를 지워야 할까?


그러면 매일을 사소한 기대로 살아내던 내 인생엔 뭐가 남는 걸까. 내가 삼십년 인생을 그렇게 잘못 살아온 걸까?


뺄 거만 가득한 내 인생엔 대체 뭘 남겨야 할까.


그냥 공허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또다시 그냥 버텨내야겠지. 살아내야겠지.


그냥 또 마음이 아프다.

맞아. 나는 내가 늘 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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