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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가드로잉 Sep 03. 2020

같이 그려야 뭐가 남아도 남는다

그림 초보자들에게는 함께 그릴 조직원이 필요하다

올 봄 부터 직접 운영해 오던 온라인 그림방의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4주 동안 매일 그림 그리기의 혹독한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만의 특권인 ‘온라인 전시회’가 오픈되었음을 공지 한 후이기 때문이다. 시간 차를 두고 계속 올라오는,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내용의 카톡들이 보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온라인 전시회는 ‘하루 10분 그림그리기’에서 그려낸 그림들을 잘 선별해서 진짜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처럼 영상으로 직접 제작해 여러 사람들과 마지막 마무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기획 된 프로그램이다. 비록 실제 전시회처럼 직접 꽃다발을 들고 가족과 친지가 축하해주지는 못하지만 유투브라는 플랫폼으로 함께 공유하니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그 뿌듯함을 나눌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나이, 직업, 사는 지역과 상관없이 전국의 우리 그림 조직원들은 이제 그룹 전시회를 두 번이나 치러 낸 그림쟁이들이 되었다.


사실 매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림 초보자들에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 바쁜 일이 있어도 잠깐 짬을 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직업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문가들 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림 초보자 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온라인에 모여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하기 싫은 날도 있고 그려놓고 나서도 마음에 들지 않아 쉽게 펜을 놓지 못할 때도 있다. 게다가 우리 단톡방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찍어서 올려야 하는 미션이 있기에 자신의 마음에도 쉬이 들지 않는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한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함께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려야 할 내적 동력이 약해졌을 때 그림 조직원들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바로 ‘외적 동력’이 되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자신 없어 하거나 낙담하는 동기들에게 응원의 이모티콘을 보내주고 서로 서로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마음과 정성이 통해서 였을까. 어느 순간 분위기에 휩싸여 그냥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 한 장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가지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고백은 ‘그림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제 그들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이제 눈앞에 있는 것들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그릴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함께 해서 가능한 일이다.




참가자들의 그림을 모아 몇몇 작품을 고민끝에 선점한 뒤 영상제작을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 마지막 마무리는 내게 있어서도 시즌을 마무리 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그림 조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그림들을 하나하나 다시금 관찰하기도 하고 꾸준히 해오고 계신 분의 그림 실력이 성장한 것을 직접 눈으로 느낄 수 있는 다시 없을 감사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있기에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같이 그리자. 그래야 뭐가 남아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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