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의 표현
지난 원고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내 제품과 서비스의 영혼, 콘셉트, 전파하려는 철학이자 최종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비자와 이야기 나눌 준비가 끝났다면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에 있어 콘텐츠는 그 자체이자 ‘장기(臟器 : 내장의 여러 기관)’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가 제대로 기능해야 신체가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영역이 아닌 마케팅의 영역에서 올바르게 기능하는 콘텐츠 (이하 마케팅 콘텐츠)란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풀어보겠습니다.
[콘텐츠 마케팅 칼럼 목차]
1부 콘텐츠 마케팅의 쓸모 : 사용법 (콘텐츠 마케팅이 뭐예요?)
2부 콘텐츠 마케팅의 초석 : 브랜드 (자기다움의 정의)
3부 콘텐츠 마케팅의 장기 : 콘텐츠 (자기다움의 표현)
4부 콘텐츠 마케팅의 골격 : 미디어 (자기다움을 세움)
5부 콘텐츠 마케팅의 기능 : 바이럴 (자기다움을 알림)
6부 콘텐츠 마케팅의 미래 : 논쟁점 (구걸이 아닌 구원)
콘텐츠 마케팅을 설명할 때 문화콘텐츠와 콘텐츠 마케팅과의 차이점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곤 합니다. 마케팅의 목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 유형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즐기는 문화콘텐츠의 유형과 비슷하다보니 두 가지를 많이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가 어느 영역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목적, 역할, 유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와 마케팅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문화콘텐츠는 콘텐츠 그 자체가 상품이자 소비재입니다. 디지털 기반의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등 제작자의 주제와 의도가 담긴 콘텐츠들을 일컫습니다. 매체에 맞는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하며 콘텐츠 자체를 보고 즐기는 것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에서 오는 ‘트래픽’ (관객수, 조회수, 결제수 등)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반면 마케팅 영역에서의 콘텐츠는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사용됩니다. 1차적인 평가 지표로 조회수, 참여수 (좋아요, 댓글, 공유, 바이럴 정도 등)가 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수치들이 실질적인 결과 (구매,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완성도 높고 수치상 좋은 반응을 얻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즉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와 흥행 여부 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표 (구매 동기, 매출 상승)에 대한 기여도까지 평가받게 합니다.
서로 유형은 비슷하지만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평가하는 관점과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고 평가하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매, 매출이라는 추가 미션이 있는 마케팅 콘텐츠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각 콘텐츠별로의 목적과 기능을 명확해야만 잠재 소비자로부터 반응을 특정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소재마다 성격이 다르므로 모든 콘텐츠가 구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해당 제품, 서비스의 특징을 고려한 잠재 소비자들의 구매 여정,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서비스, 소비재들의 소비자 구매 여정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의 서비스, 제품을 처음 시장에 내놓고 마케팅 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나의 존재를 알리는 ‘인지 단계’ 입니다. 잠재 소비자가 나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가진 것이 아무리 뛰어나고 좋다한 들 바로 구매로 이어질리 만무합니다. 즉 잠재 소비자들이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파악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 동안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호감을 얻으려면 나만이 가진 색깔, 가치, 매력 등을 제대로 어필해야 합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난 이성에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없이 바로 “사귀자!“라고 패기 있게 고백했다 합시다. 상대가 바로 Yes를 외쳐줄까요? (간혹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는 아주 어렵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호감을 느낄 ‘최소한의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죠. 마케팅 단계별, 목적별로 콘텐츠의 종류를 분류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이 나눠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단계별, 목적별 콘텐츠 유형 분류]
1) 정보성 콘텐츠
세상에 처음 제품 혹은 서비스를 출시 할 때부터 향후 잠재 고객들에게 호감을 얻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콘텐츠 유형 입니다. 잠재 고객이 지닌 문제, 니즈, 궁금점 등을 가독성 높은 콘텐츠로 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잘 정리된 정보들 사이에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당신의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집니다.
정보성 콘텐츠의 강점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정리해 ‘맞춤제공’하기 때문에 잠재 소비자들에게 유용함은 물론 전문성과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직접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즉각적인 구매로 연결될 확률은 다소 낮지만, 다른 광고 형태들에 비해 부담 없이 서비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소재에 따라 바이럴 되기 수월한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픈 욕구 때문이죠.) 콘텐츠가 담고 있는 정보의 소재가 자신들의 서비스와 밀접하고 대중적인 소재일수록 보다 확실한 인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2) 브랜디드 콘텐츠
문화콘텐츠의 유형에 가까우면서 잠재 고객에게 정서적 만족을 선사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 마케팅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지 단계에서 주목을 끄는데도 활용되지만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알려졌거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차별화를 주기 위한 ‘브랜딩’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기획·제작을 위한 전문 인력들이 많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 재정적 요인도 그 이유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웹 드라마, 단편영화 포맷을 차용한 스토리텔링 영상, 웹툰, 일러스트를 활용한 카드뉴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때 브랜디드 콘텐츠가 구매로 연결되는 영향력이나 효과 측면에서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페이스북이 영상 콘텐츠 위주의 피드 정책을 강화하고 브랜디드 콘텐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광고 포맷들을 내놓으면서 브랜디드 콘텐츠의 파급력은 더욱 높아진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호감도를 높이고 보이지 않는 구매의 방아쇠 역할을 해줍니다.
3) 비디오 커머스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와 유사하면서 최근 페이스북에서 가장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 유형 중 하나는 비디오 커머스 콘텐츠입니다. 주로 제품 판매가 최우선인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마케팅에 특화된 방식으로 제품의 특징과 기능을 짧고 강렬하게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구매좌표를 연결해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과거 TV 홈쇼핑 광고 모델이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진화한 형태로 재미와 구매를 동시에 유도한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콘텐츠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잘 완성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매력에 천천히 젖어들게 하는 것이라면, 비디오 커머스 콘텐츠는 아주 짧은 시간 내 오감을 자극해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휘발성이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4) 일상 콘텐츠
정보 전달, 구매 유도 외에도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하고자 일상적이고 유머 넘치는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주로 일상 공감, 유행어, 패러디, 기념일, 명절, 연휴 소재 등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트렌드적 소재가 주가 되다보니 소재에 따라 제품과 직접적인 연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렇듯 콘텐츠 마케팅에서 콘텐츠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든 콘텐츠 각각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에 모든 콘텐츠들은 매체의 특징을 고려하여 기획·제작 되어야 합니다. 매체의 특징이 고려되지 않은 콘텐츠는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그 전달력은 형편없습니다.
목적별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여러 콘텐츠들이 전략적으로 배분되어야 합니다. 현업 종사자 분들을 비롯한 많은 광고주 분들이 당장의 빠른 구매 효과를 위해 브랜드의 방향성과 사업 목적은 고려하지 않고 즉시적인 성격이 강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당장 눈앞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인데 이런 방식은 콘텐츠 마케팅의 방향성과 원하고자 하는 목표와 맞지 않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단시간에 많은 예산을 들여 즉각적인 효과를 얻는 매스 마케팅 방식이 아닙니다. 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꾸준함‘을 무기로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저절로 찾아오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잠재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감을 갖게 만드는 ’최소 단계‘가 존재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즉각적인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제품의 철학, 매력, 가치는 전달되지 않고 그저 구매만을 강요하는 상황이 됩니다. 즉 소비자를 위한 어떤 브랜드 자산도 남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는 운동선수가 약물이 없으면 바람 빠진 풍선이 되듯 브랜드의 체질을 악화시킵니다.
꾸준하게 브랜드 자산이 꾸준히 쌓일 수 있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 목표와 타이밍에 따라 즉각적으로 폭발력을 발휘하는 콘텐츠 두 가지 모두 조화롭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평시에는 정적인 성격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통하다 대대적인 캠페인, 특별한 이벤트 등을 진행할 경우 폭발력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마치 곰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시간과 인내를 거쳐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수치가 높은 콘텐츠를 좋은 콘텐츠로 인식하고는 합니다. (많이 봄 = 좋은 콘텐츠) 표면적인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좋은 콘텐츠라고 자평하는 경우를 더러 목격합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와 달리 마케팅 콘텐츠의 경우 효과와 완성의 척도를 1차원적으로 평가하기 다소 어렵습니다. 문화콘텐츠의 경우 흥행에 대한 상업적 지표 외에도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 수준만으로도 (예술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반면, 마케팅 콘텐츠의 경우 1) 콘텐츠 자체의 지표와 완성도, 2) 매출 발생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도 모두를 만족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마케팅 콘텐츠를 평가하는 1차적인 지표는 조회수, 댓글, 공유 수입니다. 특히 인지 단계에서는 콘텐츠 도달 수가 높을수록 좋지만 이 지표가 높다고 반드시 좋은 콘텐츠, 성공한 콘텐츠라 자평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 하더라도 잠재 고객의 마음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메시지, 가치를 남기지 못했다면 사실상 안본 것과 다름없습니다. 반면 전체적인 도달 수는 적더라도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들이 타겟팅 된 소수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주고 구매로 이어지게끔 유도했다면 효율과 타겟팅의 측면에서 전자보다 훨씬 성공한 콘텐츠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수치 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 역시 중요합니다. 여기서 콘텐츠의 완성도란 우리만의 색깔과 매력을 잘 보여주면서 담아낸 정보와 메시지 등이 매체 형태에 얼마나 잘 최적화 되었는가 입니다. 많은 마케터들이 가시적인 수치를 높이고자 당장 유행하는 포맷과 감성만을 차용해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익숙함과 재미를 이용해 일시적인 반응은 얻을 수 있어도 기존의 유사한 것들과 뒤섞여 제대로 기억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표면적인 수치가 높다한들 소비자에게 유용함과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그럴듯한 껍데기만 있고 속은 텅텅 비어있는 콘텐츠가 마케팅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콘텐츠의 효용성도, 콘텐츠 자체의 의미도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한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 콘텐츠일 뿐입니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는데요. 결국 콘텐츠 마케팅, 마케팅 콘텐츠가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덕목을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이 추구하는 전략이 장기적이고 본질에 가까운 방식이므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찾아오게 만드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좋은 콘텐츠는 1)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 만의 색깔로 타겟 소비자들의 문제와 니즈를 해결해주고 2) 높은 완성도로 정서적인 만족감을 제공해주며 3) 이러한 만족감이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 생각합니다.
콘텐츠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하되 마케팅 단계와 목적에 맞게 장기적 성격의 콘텐츠, 단기적 성격의 콘텐츠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목적이 명확한 콘텐츠만이 고객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마케팅에 따른 결과가 달라집니다. 당장 체감되는 방식만을 선호한다면 브랜드 자산이 남지 않는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겟팅이라는 미명 하에 기존에 유행하는 방식과 정서를 무분별하게 쫓지 말고 나만의 색깔과 방식을 꾸준히 고수하시길 바랍니다. ‘브랜드’라는 속성이 결국 나만의 주제, 콘셉트, 매력을 표현하는 과정이기에 자기다운 것을 표현할수록 다른 이들보다 빛나고 돋보일 수 있습니다.
ps
6부작으로 기획한 콘텐츠 마케팅 칼럼이 매월 디지털 인사이트 잡지에 실리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지면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디아이매거진 3월호] : https://goo.gl/6BnB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