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냐 토익 수험생이냐
최근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을 넘기며 든 단상. 유튜브 구독자 수를 만드는 과정이 마치 자격시험 점수 만드는 과정과 여러모로 비슷한 것 같다. 1,000명이라는 구독자 수(점수)는 일정 자격 (유튜브는 수익창출, 토익은 입사 지원)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 점수에 도달하기 위해 다들 미친 듯이 분투한다. 그 수치(점수)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민간요법들이 여기저기 공유되고 조금이라도 빨리 수치를 올리고자 이것저것 다 적용해보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같은 방법을 써도 누군가는 목표치에 빨리 도달하고, 누군가는 일정 시간이 지나도 많이 오르지 않아 좌절하거나 그만두기도 한다.
문제는 이 수치가 그야말로 어떠한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는 것. 1,000명을 넘기는 순간 더 많은 구독자를 모아야 실질적인 이익과 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튜브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곳이므로) 토익 800점을 넘겼으니 합격 안정권에 들기 위해 900점을 노려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콘텐츠도 만들고, 이익도 얻으려는 것이 모든 유튜버의 바람이지만 이 과정이 뭔가 맹목적인 입시의 광기를 연상케 해 불편하고 거북할 때가 더러 있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려면 자격시험을 의무적으로 봐야 하듯 유튜브 시대에는 모두가 유튜브를 해야 하고, 최대한 많은 구독자를 모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왠지 실패자가 된 것 같은 묘한 분위기.
콘텐츠 자체의 의미, 창작자의 만족은 안중에도 없고 구독자가 몇 명인지 조회 수는 몇인지, 수익은 얼마나 버는지 등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콘텐츠의 수준과 성패를 마음대로 판단하고 훈수를 둔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콘텐츠도 만들고 보상도 받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자격시험으로 전락한 맹목적인 유튜브 광풍이 내 관점에서는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판단하는 한국 특유의 꼰대 같은 성장 페티시를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애초에 생각한 대로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과 수익 면에서 모두 이로울 것 같다. 특히 유튜브는 더더욱.
여러분 유튜브로 빨리 돈 벌기 힘듭니다. 모든 채널을 100만 유튜버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시길.
저도 유튜버니까 채널 구독 좀 (굽신굽신)
#유튜브개똥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