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걸 감각이 ‘현장’에서 필요할까?

-법무팀만의 역량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의 기본기다

by 송송
조건은 설계했는데, 왜 여전히 흔들리는가


앞선 글에서 우리는 성과가 예상과 다르게 어긋나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그 원인은 실행력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조건’이 설계되지 않은 상태로 프로젝트가 추진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약서에 들어가는 한 문장, 한 조항이 성과의 방향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드는지, 그리고 법이 단순히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숫자의 흐름을 설계하는 언어라는 점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들이 나름의 대응을 시작합니다. 납기 조항을 꼼꼼히 넣고, 계약 구조를 조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여러 리걸툴을 적용해 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생각만큼 리스크는 줄지 않았고, 중요한 순간마다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고는 합니다.


그 결과, 이런 말이 나옵니다. “변호사님이 대신 협상해 주세요.”

법무팀은 계속 호출되고, 점점 과부하가 걸립니다. 결국 법무팀의 리소스는 늘어가고, 현업 부서도 결과적으로 성과를 놓치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구를 썼는데, 왜 성과는 여전히 흔들릴까요?



문제는 사고의 흐름이다.


많은 조직들이 이렇게 움직입니다.

영업팀은 납기 조항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문제 생기면 그때 해결하자”고 하면,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일단 계약부터 진행합니다.

마케팅팀은 개인정보 동의가 왜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하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간략한 버전으로 넘어갑니다. 일종의 요식행위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몰라서라기 보다는, ‘사고의 흐름’이 잘못 설계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렇게 사고합니다.

“일단 추진하고 → 문제가 생기면 → 법무팀을 부른다.”

즉, 결과를 먼저 정하고, 리스크는 나중에 생각합니다.

이 흐름에서는 아무리 도구가 많아도 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도구를 꺼내야 할 타이밍이 지나버렸기 때문입니다.


리걸마인드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순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걸마인드를 ‘법률 지식을 많이 아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리걸마인드는 지식이 아니라 ‘사고의 순서’다.


“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Rule),
사실을 정리하고 (Fact),
리스크를 계산한 후 (Risk),
그리고 선택한다 (Choice).”

이 사고 순서를 몸에 익히면, 복잡한 법률을 모르더라도 자연스럽게 리걸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순서가 익숙해지면, 문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리걸툴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리스크가 크니까 한 번 더 검토해보자”는 판단이 본능처럼 나오게 되는 것이죠.

이런 사고의 흐름을 저는 ‘리걸 사고의 문법’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컨설턴트에게 MECE가 있듯, 리걸마인드에도 고유한 구조적 사고법이 존재합니다.



법무팀만의 역량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의 기본기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영업이니까 계약은 법무팀이 알아서 하겠지.”
“문구는 마케터가 짜는 거니까, 법적인 해석은 나중에 보면 되겠지.”

하지만 리스크는 대부분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법무팀이 호출되는 순간, 이미 계약은 체결됐고 광고는 송출된 뒤입니다.


그래서 리걸마인드는 ‘전문 부서의 무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감각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이 계약 조건 변경을 요구했을 때, 영업 담당자는 “이건 기준상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마케터는 “이 문구는 오해를 살 수 있어요. 근거를 같이 넣자”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감각은 법조문을 외워서 생기지 않습니다. 반복된 사고 훈련에서 나오는 직관입니다.


경험 많은 CEO들이 문서를 받아보고 “이건 법무팀 검토했어?” 라고 묻을때,

사실 그 말 속에는 단순한 검토 여부 이상의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이 문장이 우리에게 어떤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 그 구조는 제대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짚는 것입니다.

결국 리걸마인드는 직급이나 직무를 떠나, 많은 판단을 내려본 사람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사고의 습관입니다.



이제는 ‘문장’이 아니라 ‘문법’을 이야기해야 할 때

4화에서 성과의 기반이 되는 조건, 즉 ‘문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성과는 실행이 아니라 설계로 만들어진다”는 관점에서, 법이 숫자의 흐름을 설계하는 언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 문장을 언제, 어떻게 꺼낼 것인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법 문제입니다.


리걸마인드는 실행을 막는 장벽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행력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구조입니다.


다음화에서는 리걸마인드의 4가지 사고 순서를 각기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다르게 사고할 수 있을지를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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