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에게도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잘 지낸다는 말 앞에서 멈칫하는 마음

by 틈빛



잘 지낸다는 말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면 거짓말 같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자니

너무 많은 걸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냥, 웃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꽤 괜찮게 산다고 생각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고, 꾸준히 웃고,

별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지키고 있으니까.


하지만 잘 지낸다는 말은

때때로 지난 시간 전체를 묻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이 가장 어렵다.

그 말 앞에서는 늘, 마음이 조금 아프다.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이혼을 했다.


남편은 겉보기에 좋은 사람이었다.

자기 물건은 대충 사도 내 것은 좋은 걸로 사주려 했고,

청소, 빨래, 육아도 적당히 도와줬다.

말수가 많지 않았고 살갑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괜찮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바람만 피우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그 흔적을 발견한 건 신혼 초였다.

그는 자신의 메일이나 휴대폰을

먼저 내어주고 공유해 주는 사람이었다.

신뢰가 쌓인 건지,

귀찮아서였는지,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서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느 날,

우연히 그의 메일함에서 발견한 흔적들.

충격이었지만,

결혼 전 일이라며 덮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향했던 그의 마음을

그냥 과거로, 실수로, 순간으로 넘겨버렸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참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모른 척하고, 믿는 쪽을 선택하고,

그렇게 사랑을 지켜내는 법을

배웠다고 착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