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전히 같은 문제로
남편과 싸운 날이었다.
말을 섞는 것도 지쳤고,
그는 늘 그랬듯 도피하듯 잠들었다.
내 옆에서 아주 편안하게.
나는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화가 나기도 했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고,
그냥 어딘가 멍해지기도 했다.
그때,
배가 싸하게 아파왔다.
처음엔 단순한 통증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양수가 터졌다.
놀랄 틈도 없이 진통이 밀려왔다.
책에서 본 그 순서, 그 흐름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갑자기, 심하게, 무섭게 시작됐다.
남편을 깨워야 했다.
깨우고 싶지 않았지만,
혼자 할 수는 없었으니까.
진통은 9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낳았다.
내 보물 내 딸.
출산 직전 얼마간의 기억은 흐릿하다.
하지만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너무 선명하다.
감동? 눈물? 감사?
아니.
혼란스러움.
차가운 공기.
현실감 없는 무게.
‘이제 어떡하지.’
‘저 사람은 아직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아이가 태어났으니 그도 이젠 멈추겠지’
하는 바보 같은 기대가 들었다.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을 품은 채
조심조심 하루들을 지나왔다.
4-5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아이도 조금씩 커가고 있었고,
나도 이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게, 아주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낯익은 이름이 메시지함에 떴다.
그 여자였다.
끝난 줄 알았던,
끝났어야 했던.
“ㅇㅇㅇ씨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계속 왔다.
그녀는 그 사람의 실체를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부남이라는 걸 몰랐던 건지,
이혼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지,
그녀가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메시지 곳곳에 묻어 있는 뉘앙스가
속았다는 것,
그리고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당부와도 같은 말.
출산 후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애써 모른 척했고
아이에게 집중하려 했다.
그리고 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했었다.
그런데
그 메시지 하나로
나는 다시 무너졌다.
이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부모에게.
이 일에 대해.
이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