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다정했고,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믿지 않았지만, 더 묻고 싶진 않았다

by 틈빛


남편이 늦게 들어온 날이 있었다.

일이 좀 길어졌다고 했고,

그 말엔 특별히 의심할 틈도 없었다.


얼마뒤였을까,

여느 날처럼 그의 휴대폰을 봤다.

요즘은 이상히 여길 수 있지만

우리에겐 서로의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편히 들여다보는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주로 휴대폰 속 사진공유를 위해 하던일이라

물론 매일같이 검사하듯 보는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날은 그가

누군가와 함께 저녁을 먹었고,

선물을 전하기 위해

따로 약속을 잡는 대화가 남아 있었다.


그 여자의 말투는 딱딱했고,

오히려 거리감 있는 쪽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이상하게,

그 메시지에서

그 사람이 그 여자를

조금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 잘라 설명할 순 없었지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

나는 결국 울면서 물었다.


“이 여자랑, 뭐 하는 거야.”


그는 당황했다.

당황한 얼굴로

펄쩍 뛰며 말했다.


“진짜,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고마운 일이 있어서,

밥 한 끼 사고, 선물 준 것뿐이야.”


나는 울고 있었고,

그는 그런 나를 안고

계속해서 말했다.

“오해하지 마.

정말 별일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서가 아니라,

그 이상은 묻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말하는 순간

무너지는 건

이 관계가 아니라

내가 될 것 같아서.


그날,

나는 울었고

그는 다급하게 나를 달랬다.

우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하루를 넘겼다.


그 사람은

진심으로 펄쩍 뛰었고

나는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 두 개의 진심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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