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 건지.
얼마 후 나는 임신을 했고,
남편을 철석같이 믿으며
아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남편이 출장을 간 어느 날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이 기억나지 않아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해 예매 내역을 확인했는데,
화면에 티켓 두 장이 나란히 떠 있었다.
하나는 남편 이름, 또 하나는
그때,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라고
펄쩍 뛰던 그 이름이었다.
결혼 후 3년 만의 임신,
아기를 품고 맞이한 너무나 기쁜 시기였기에
그 장면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이었다.
잘못 본 걸까 싶어 다시 확인했고,
또 확인했다.
남편이 돌아오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나는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졌고,
집을 나와 가까운 호텔로 몸을 피했다.
며칠간 호텔에 머물며
전화로, 문자로, 이메일로 대화를 이어갔다.
남편은 말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두 번이나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하다고.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나는… 또 믿었다.
그가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정리하겠다는 말.
위치공유를 하겠다는 약속.
그 말들을 붙잡고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모두가 예상했듯이
남편은 여전히 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출산을 앞둔 나를 집에 혼자 두고
이른 출근길에 그녀의 집을 들르고,
장 본 영수증을 주머니에서 흘리고 다녔다.
정리하겠다며 왜 계속 만나는 거냐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묻는 내게
그는 말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한순간에 딱 끊어지냐.
조금만, 시간 좀 줘.”
지금 생각해 보면,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미친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목매어 지낸 며칠이었다.
그때의 나는 남편을 너무도 사랑했고,
그저 그가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