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표현 Aug 12. 2021

소설 <장화홍련전> vs 영화 <장화, 홍련>

원전과 재창작물 비교하기 1

영화 <장화, 홍련> 포스터


1. 영화 <장화, 홍련> 주요 내용


 정신병원 의사가 수미에게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장면이 전환되며 수미, 수연 자매가 시골집으로 내려오고, 그들의 새엄마 은주와 마주치게 된다. 은주와 자매는 자주 대립하지만, 자매의 아버지 무현은 그저 방관할 뿐이다. 무현의 태도에 화가 난 수미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새엄마가 동생 수연을 괴롭힌다’고 고백하는데, 그런 수미에게 무현은 ‘수연은 이미 죽었다’고 말한다. 그 집에서 이뤄진 은주의 괴롭힘, 수연과의 대화 등 모든 것이 수미가 만들어낸 환상이었으며 은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수미의 다른 인격체라는 것이 밝혀진다.

 수미가 다른 인격체를 만들어가며 피하고 싶었던 것은 수연의 죽음이었다. 수연은 옷장 안에서 자살한 엄마를 꺼내기 위해 옷장을 흔들다가 그 밑에 깔리게 된다. 이 모습을 은주가 가장 먼저 발견하는데 그녀는 수연을 꺼내는 대신 외면한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을 다시 돌려 수연을 구하기로 한다. 이 발걸음을 잡아챈 것이 바로 수연의 언니 수미였다. 마주친 수미와 은주는 싸우게 되면서 수연은 구조되지 못한다. 결국, 수연은 옷장에 깔려 죽음을 맞게 된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수미는 정신병을 얻게 된다.     




2. 원전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2-1. 공통점

 소설 <장화홍련전>과 영화 <장화, 홍련>은 자매의 생모가 죽었다는 점, 아버지가 재혼해 새엄마가 자매를 돌본다는 점, 계모 때문에 자매가 불행해지고 종국에는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 같다.     


영화 <장화, 홍련> 中


2-2. 차이점                                                          


1) 플롯


소설 <장화홍련전>

 소설은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장화홍련의 탄생, 생모의 사망, 계모의 학대, 장화와 홍련의 죽음, 장화홍련이 원귀가 되어 나타남, 장화홍련 자매가 억울함을 풀게 됨 순으로 진행된다.


영화 <장화, 홍련>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미가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장화홍련의 탄생과 생모의 죽음은 생략하고 수미, 수연이 요양을 끝내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새엄마 은주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2) 계모에 대한 자매(언니)의 태도


소설 <장화홍련전>

 원작 속 장화홍련 자매는 계모 허씨의 괴롭힘과 모함에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장화는 허씨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죽음을 택한다.


영화 <장화, 홍련>

 영화 속 언니인 수미는 계모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은주의 구박에도 수미는 주눅 들지 않으며 새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수미는 은주가 자신의 동생인 수연을 구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은주에게 화를 낸다.



3) 자매의 죽음


소설 <장화홍련전>

 계모인 허씨는 장화를 죽이기 위해 장화가 낙태를 했다는 거짓을 꾸민다. 이에 속은 장화의 아버지도 장화를 죽이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장화를 외삼촌 집에 가는 것이라 속인 후 허씨의 아들이 장화를 죽을 곳으로 안내한다. 연못에 다다른 장화는 자신의 운명을 개탄하며 못에 몸을 내던진다. 언니 장화가 죽은 후 동생 홍련도 죽음을 선택한다.


영화 <장화, 홍련>

 영화 후반부에 동생 수연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설과 달리 언니가 아닌 동생이 죽은 것.

 원전처럼 계모의 계략 때문이 아닌 우연한 사고로 수연은 죽음을 맞게 된다. 계모 은주가 수연의 죽음을 외면하는 바람에 수연이 죽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은주가 소설 속 허씨처럼 자매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진 않는다. 동생의 죽음에 수연은 괴로워하지만 끝내 죽지 못한다.



4) 아버지에 대한 자매의 태도


소설 <장화홍련전>

 원전에서는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부사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아버지의 죄를 용서해주자 그의 꿈에 나타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영화 <장화, 홍련>

 수미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아버지를 원망한다. 수미는 스스로를 책망하는 아버지에게 ‘당신은 나쁜 아빠조차 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수미는 그에게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5) 귀신의 등장


소설 <장화홍련전>

 장화홍련이 죽고 나서 자신들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 새로 부임하는 부사들 앞에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


영화 <장화, 홍련>

 수미는 동생 수연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수연를 돌보던 중 귀신을 보게 된다. 자매의 외삼촌이 저녁을 먹기 위해 집에 방문했을 때, 스스로를 은주라 생각하는 수미가 귀신을 본다.

 죽은 생모와 수연으로 추측되는 이 귀신들이 목적을 갖고 수미 앞에 나타났기보다는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죄책감 혹은 환상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장화, 홍련> 中


3. 원전 변화에 대한 의견과 이유


 원전은 ‘계모’를 악으로 설정하고 계모가 어떻게 선한 인물을 괴롭히는지, 계모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가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다. 소설 <장화홍련전>이 ‘권선징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읽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면 영화 <장화, 홍련>은 ‘동생을 잃은 슬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영화는 수연을 잃은 수미의 고통스러움을 보는 이들에게 닿을 만큼 잘 서술했다고 생각한다. 원전을 읽었을 때, 홍련이 언니 장화의 죽음을 알고 난 후 자신 또한 죽음을 택한 부분에서 장화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직접 나서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영화는 원전을 읽고 이런 의문이 든 독자들에게 던지는 감독만의 설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왜 영화 제목이 ‘장화, 홍련’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기본 설정 외에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영화 <장화, 홍련> 中


4. 영화 <장화, 홍련>의 한계와 보완할 점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미 앞에 나타나는 귀신과 은정(수미의 다른 인격체)을 공포로 몰아넣은 귀신들은 ‘수미가 만들어낸 죄책감’이라 해석했다. 하지만 수미 외에 다른 사람들(실제 은주, 처남의 아내)도 귀신을 목격했기 때문에, 죄책감의 산물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원전과의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귀신’이라는 요소를 사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귀신을 수미가 느끼는 고통스러움, 가족을 잃었다는 공포로만 사용했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장화, 홍련> 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