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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Nov 14. 2016

나비효과를 바라는 날개짓

Writer's High를 바라는 마음으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쉽게 믿기 힘든 경험을 칭하는 단어인데, 달릴수록 기분이 상쾌해지고 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A. J. 맨델이 1979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수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단어가 바로 '러너스 하이'였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었는데, 그냥 정말 번뜩하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나에게는 Wirter's High가 필요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는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조사 하나, 단어 하나에도 나의 뜻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한 가지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고민하고, 그렇게 몇 날을 다듬으며 완성해도 글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떤 날은 내가 쓴 글을 보고 '그래도 이 정도면 읽을 만 하지,' 하고 뿌듯해 하다가 다른 이가 쓴 화려한 단어들과 각종 미사여구를 적절히 버무린 글들을 볼 때면 또 다시 자괴감이 찾아오곤 했던 것이다. 책을 왠만큼 읽지 않고서는 혹은 왠만큼 써보지 않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을 듯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문장들과 적절한 단어의 배치들, 그런 것들이 글쓰기를 괴롭게 했다. 그래서 늘 그래왔듯이 '나는 글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나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글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랑은 다르지.' 하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억눌러왔다.


글이란 것에 무조건적으로 완벽한 것이 있는게 아닌데, 또 완벽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지는 않을텐데. 이러한 생각이 차츰 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였다. 그냥 단순히 나의 생각을 써내려가고 그것을 조금 더 다듬는 그 과정들이 모두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그동안 두려웠던 글쓰기가 더 없이 좋아졌다. 


글쓰기엔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무엇을 쓰고자 하는 열망, 그것에 대한 생각과 의식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혼자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문장, 한 단락을 완성하는 것도 어려웠던 예전에 비해 최근에는 쭉쭉 내 마음대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남들이 알아 듣지 못할 단어들의 나열이라면 그것이 오롯한 글쓰기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정교하게 다듬고 세공하지 않아도 날 것의 문장은 그 문장 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마구 써내려가다 보면 글을 쓰는 사람의 글쓰는 습관이나 방식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어쩌면 날 것의 문장도 꽤 매력적인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글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러너스 하이에서 따온 Writer's High라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브런치에서 글쓰는 일에 대한 내 취지를 제대로 설명해 주고 있는 듯하다. 고통스러운 글쓰기가 아니라 쓰면서 조금이나마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는 글쓰기. 다양한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글쓰기를 통해 쾌감을 느끼고, 상쾌함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더없이 적절한 단어란 생각이 든다.


이 곳에 실릴 글이 어떤 글이 될지는 모르겠다. 가끔은 우울한 심리를 주욱 나열하는 글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힘든 사회 생활을 털어놓는 글이 될수도 있겠다. 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문화 컨텐츠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진 글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쓰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꾸준하게 써보고 싶다. 하나 둘 써내려 가면서 Writer's High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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