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은 Apr 13. 2023

흔들림이 힘들고 두렵기만 한 내가 묻는다




제주의 어느 조용안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손님은 나 하나, 독서하는 사람은 둘. 책 읽는 손님과 책 읽는 사장님.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작은 수첩에 필사를 하고 그러다 구부정하게 숙인 목이 아프면 가게 건너 초록색 지붕 집의 초록색 대문이 바람에 열리었다가 닫히었다가 다시 열리는 것을 본다. 마음을 활짝 열고 마음껏 들어와도 좋다고 말하고 싶었다가, 또 이내 꼭 걸어 닫고 혼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나 같다. 들어와, 아니 들어오지 마.


대문을 보다 보면 자연히 그 안에 심긴 아름드리나무에도 시선이 간다. 마당에 큰 나무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가지도 잎도 있는 대로 흔들린다. 흔들리는 데도 마음이 평안한 건 맑은 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밖에 없지 않을까. 대체로 흔들리는 것들은 불안하니까. 흔들려도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흔들림이 힘들고 두렵기만 한 내가 묻는다. 나무를 인터뷰하고 싶다. 흔들림이란 네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나무인 네가 흔들리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는데, 흔들리는 너는 나처럼 힘든지. 어려운 일이다. 대화할 수 없다는 것. 아쉽다.

2022년 10월 7일의 일기

작가의 이전글 하도리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